제주도감사위원회, '가재는 게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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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교되는 감사원과 도감사위의 '감사결과'

"가재는 게 편이라고 제주도감사위원회가 바로 그 모양 아닌가요?"

지난 2006년 7월 현재의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도는 물론 의회 사무행정, 도 출자기관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정관련 업무를 독립적으로 감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된 제주도감사위원회를 두고 요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국가기관인 감사원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정을 감사한 결과가 최근 공개됐는데,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부적정 업무처리 등을 적발하고 관련 국장 등 11명에게 정직을 요구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몇 가지 사례만을 보면, 해발 700미터 한라산 중턱에 모 기업이 추진하는 리조트 조성사업과 골프장 조성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부적정한 업무처리 등 모두 38건에 달한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당시 관련 국장 등 3명을 정직 요구했다. 또 별정적 공무원 채용과정에서 미자격자를 채용하고 추자 신양항 항만 공사를 증액 설계변경해준 공무원 8명을 징계토록 했다.

더구나 도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위해 선심성 예산을 거의 해마다 나눠먹기식으로 몇십억원씩 편성한 사실도 밝혀냈다.
 
감사원이 적발한 골프장 조성사업이나 리조트 조성사업은 일부 언론에서 특혜성 논란거리로 자주 다뤄진 사안들이다.

이번에 감사원이 무거운 징계를 요구한 문제의 골프장 조성사업은 그동안 일부 환경. 시민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산록도로 주변의 리조트조성사업은 언론에서도 특혜(特惠) 의혹과 함께 한라산 경관 파괴 등을 거론하며 여러차례 부당성을 지적한바 있다. 항만 공사의 문제점도 필자가 몇 해 전 보도한 바 있기도 하다.
 
이같은 일부 언론의 지적에도 제주도감사위원회(이하 도 감사위)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도정에 대한 종합감사를 수시로 하면서도 도 감사위가 이처럼 감사원이 적발한 사실을 들춰내지 못했다면, 도 감사위가 스스로 감사능력의 한계와 무능을 드러낸 것이고, 나아가 적발하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감사위 스스로가 독립성. 공정성을 포기한 셈이다.

이럴 경우,  직무유기 시비와 함께, “가재(감사위)는 게(피감사기관-도청) 편”이란 따가운 시선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원래  도 감사위의 설립 취지와 추진배경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함께 자율성에 상응하는 자기책임성 강화의 일환으로 자치감사 시스템의 강화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6명의 감사위원과 40여명의 감사공무원으로 이뤄진다. 감사위원은 3명을 도지사가 임명하고 3명은 의회의 추천에 의해 이뤄진다. 2급에 해당되는 감사위원장도 도지사가 임명한다. 현재 감사위원은 퇴직공무원 다수, 전직 언론인, 변호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도정을 실질적으로 직접 감사하고 비위를 가려내는 인력은 도청 소속 감사위 사무처 공무원들이다. 결과적으로 감사위원회 사무처 공무원 모두가 도지사가 임명하는 도청 소속 공무원이고, 감사위 위원장마저 도지사가 임명하기에 태생적으로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몇해전에는 감사위원장이 도지사가 주관하는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토록 주문해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있었다.

얼마전 제주도가 우근민 도지사 선거때 그를 가장 크게 도운 지역 원로를 감사위원장에 임명하려 했고, 이를 발표했으나 정치적 중립성과 함께 도(道)와는 대척점(對蹠點)에 서야할 감사위원장의 위상에 비추어 도지사 측근이 그 자리에 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풍부한 사회적 경륜과 함께 도덕적 문제가 별로 없는 그였지만, 이런 합목적적 여론에 밀려 결국 자진 사퇴해 아쉬움도 남는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제주도 고위층은 인선에 신중을 기하느라 아직까지 내정자 면면이 나오지 않고있는 터다.
 
도 감사위가 이번 감사원이 밝혀낸 비리를 사전에 찾아냈다면 이런 내용들이 주로 지역언론에서 다뤄지고 중앙언론에까지 보도되는 일은 없었을 게다. 감사원이 제주도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함으로서 중앙언론에까지크게 보도된 것이다.

임창준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결과적으로 도 감사위의 허튼 감사 업무로 제주도공무원들의 비리가 복마전처럼 외부(중앙)에까지 널리 알려짐으로서, 전국에 걸쳐 대다수 클린하고 공정한 업무집행에 땀 흘리는 제주공무원들의 이미지에까지 먹칠한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도 감사위는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제주특별자도 특별법에 의해 철저히 보장된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되새기고, 발상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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