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7대경관 투표?'...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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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7대경관 투표?'...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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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과한 7대경관 '투표정신'에 퇴색된 '봉사정신'

올해 제주도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업으로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은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제주도내 공직사회는 물론 각 지역의 자생단체가 7대경관 홍보에 매진하고 있으며, 육지부와 해외에 닿는 연줄까지 총 동원해 주요 아젠다를 7대경관 선정에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7대경관에 들어가기만 하면 '관광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게 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인 이득 또한 상당할 것이라는게 제주도의 생각이다.

간혹 '7대경관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은 검증된 바 없다'거나 '일개 이벤트 단체의 상업적인 프로그램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에 꿋꿋이 맞서는 것도 이러한 계산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7대경관 추진에 대해 방법적인 측면에서 도를 지나치지 않았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지난 4일 제주시내 한 동사무소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 7대경관 투표를 하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15일에도 똑같은 헤프닝이 제주시가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벌어졌다.

학생들은 각각 2시간에서 3시간씩의 봉사활동 확인증을 발급받을 것을 약속받고 7대경관 투표 다이얼을 돌렸다.

이 같은 문제를 제보한 시민들은 "봉사를 하러 온 학생들이 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열을 냈다.

이에 대해 각 기관은 "7대경관 투표를 시키기는 했지만 2~3시간까지 시키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더운 날씨에 쓰레기 줍는 작업 등의 일을 시키면 고생할까봐 다른 업무를 찾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명은 다소 궁색해 보인다.

7대경관 투표를 지시한 자체가 '자원봉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 문제지,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얼마 만큼의 투표를 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학생들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전화투표를 지시했다는 발상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물론 봉사하러 온 학생들중에는 교육과정의 내신점수를 채우기 위해 의례적으로 봉사를 하려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7대경관 투표는 시원한 곳에서 쉽게 끝마칠 수 있는 작업이라 쾌재를 부를 일이겠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의도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채우도록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는 것이고, 이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행정기관이 아닌지 묻고싶을 따름이다.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는 이유로 마땅히 치러야 할 과정을 쉽게 넘겨버리게끔 행정이 앞장선다면 학생들이 앞으로 배울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 학부모는 "봉사는 청소년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을 심어주기 위한 인성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뼈가 실린 말이다.

사실 7대경관 투표에 대한 문제점은 앞서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5월께 제주도는 7대경관 투표 실적을 공무원 업무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고를 했다. 그러자 평일, 휴일을 막론하고 수 많은 행정 전화기는 '지금은 통화중' 메시지만을 남겼다.

일부 공무원들은 "7대경관 투표 때문에 제대로 된 업무를 볼 수가 없다"고 항변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제주도정은 이 같은 방침을 철회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이는 공직사회 내부적으로 끝난 문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7대경관을 추진하는 이들은 선정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 '우리 후손들에게 더 좋은 제주를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번 해프닝은 7대자연경관의 최종 선정 날짜가 다가오자 조급해진 나머지 둬버린 '자충수'가 아니었는지 신중하게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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