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해주면 배신할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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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해주면 배신할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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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이야기] (37) 장애인도우미견 '마음이'..."학교에선 유명인사"
"위험천만 외출길 수호천사죠"

어, 마음이다. 마음이."
"부르면 안 돼. 그러면 안 된다고 했네."
"맞아, 그때 그러더라. 완전 귀여워!"

"저~ 마음이 맞죠? TV에서 봤어요.^^~"
"네~ 맞아요. 아! 그래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마음이 TV에서 봤어요. 너무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방송에 나온 걸 봤다며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학생들. 마음이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에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반가운 일이였다.

동글동글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 눈이 너무 예쁜 나의 짝지 마음이. 녀석과 지낸 지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처음엔 나도 녀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몰라 쩔쩔매며 허둥대고, 녀석도 나의 어설픈 행동에 혼자서 아등바등...

그렇게 서로를 탐색하고 알아가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눈치코치가 서서히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달그락,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내 주변을 배회하며 자신의 할 일을 찾아내는 마음이.

학교에서는 어느새 유명인사가 되었다.

"저, 마음이 맞죠? 너무 예쁘다~ 한번 만져 봐도 되요?"
"저보다 예뻐하면 나를 배신할지도 모르는데?^^~"
"하하하~~ 어? 정말 그래요?"
"네. 사랑은 누구나 받으면 좋은 거잖아요. 마음이도 그래요."
"아, 그렇구나. 맞다, 맞아요. 죄송해요. 그럼 마음이는 같이 지내시는 거예요?"
"네, 저랑 집에서 같이 살아요."
"마음이가 어떤 거 많이 해줘요?"
"쓰레기도 버려주고, 약주머니 같은 것도 갖다 주고, 가끔은 신발도 벗겨주고, 전등도 꺼주고, 물건 떨어진 것은 거의 다 가져다주고 그래요."
"우와!~ 신기해. 정말 착하다. 마음이 대단하구나.~~"

사뭇 마음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이 푹 빠졌다. 학교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은 마음이를 정말 예뻐해 준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이 녀석 또한 지조도 없이 이쁜 누나랑 멋진 형아들만 보면 넋을 잃고 다가가서 할짝거린다. 진한 애정을 담아서.

그런 마음이의 행동을 막고 항상 "안 돼!"를 외쳐야 해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마음이다. 안녕!~ 저, 만지면 안 되죠?"
"안녕하세요. 다른 사람들도 다 예뻐해 주게 되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가 혼란스러워지거든요."
"맞아요. 그렇게 되겠네요. 그런데, 마음이 몇 살이에요?"
"이제 다섯 살이에요."
"너무 예뻐요. 착하고~~"
"네, 많이 착해요. 고맙습니다."

마음이와 다니게 되면서 나는 말이 늘었다. 그리고 가끔은 먼저 말을 걸게 되는 용기도 생긴다. 마음이를 핑계로 말이다.

장애인도우미견.

나에게 있어 생소하고 막연한 것이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만을 알고 있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우연한 기회에, 우발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순간적으로 결정을 하게 된 마음이와의 동거.

혼자 지내겠다고 우기고 우겨서 지내고 있었지만, 조금은 힘들고 지쳐서 가끔은 혼자 눈물도 찍고, 또 가끔은 화가 나서 알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해 마구 분노를 쏟아내고 있을 무렵 만나게 된 마음이.

마음을 주는 것과 받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던 나에게 무작정 다가와 동그란 눈동자를 말똥거리는 아이에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불러주면 꼬리를 흔들며 자신을 내맡기는 이 아이에게 나는 순식간에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어떤 보답도 댓가도 없이 그저 다가오는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끙끙대며 사료를 밥그릇에 담아 주는 것과, 화장실에 싸 놓은 응가를 낑낑대며 겨우 치우는 정도.

그 이상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마음이가 나에게 온 일 년 동안 나는 마음이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들을 얻었다.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나는 늘 피해의식 같은 것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었다. 저 사람이 나를...왜 나만?

항상 사람들을 피하고 다니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그것에 불만이 쌓여가던 내가 사람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준 것은 내 곁에서 언제나 묵묵하게 앉아 기다려주는 마음이 때문이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조금씩 용기라는 것을 얻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마음이는 내게 있어 나의 수호천사와도 같은 아이.

"괜찮아요. 용기내세요."

언제나 나의 옆자리에 앉아 가만히 숨죽이고 기다려주는 아이를 핑계 삼아 오늘도 나는 외출을 하고 사람과 만나고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강윤미라고 하고 제 곁에 이 아이는 마음이에요."

강윤미씨 그는...

   
강윤미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그 의 나이, 벌써 마흔을 훌쩍 넘었습니다. 늦깎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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