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추종세력" 색깔론 제기하는 이들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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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추종세력" 색깔론 제기하는 이들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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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군기지 논란에, 왜 비열한 '색깔론' 등장했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을 둘러싼 찬반논쟁에 어느 시점에서 부터인가 '색깔론'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해군기지 문제를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각은 존재하겠지만 '색깔론'의 등장은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엿보인다.

그 첫 시작은 지난 6월15일.

이날 아침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마을 전역에 뿌려진 유인물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건설 강정추진위원회의 명의로 제작된 이 유인물에는 평화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을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이라고 매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정추진위는 왜 평통사를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이라고 표현했을까. 유인물 내용을 몇번이고 찬찬히 읽어봐도 명확한 근거도 없다.

다만, 국가안보상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고 있고, 강정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공사 저지투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두번째 포문은 한나라당의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여당의 중진의원이다. 한나라당 중진의원연석회의 석상에서 그는 특정단체가 아니라 해군기지 공사를 저지하는 세력들을 싸잡아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독설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공사 저지세력은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사실상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 종북세력이 대부분이다."

사적 견해라 할 수 있지만, 여당의 중진의원이, 그것도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내뱉은 이 말은 그가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나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현안에 찬반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특정세력을 폄하하는 것도 모자라 해군기지 반대하는 주민이나 단체 사람들을 싸잡아 '김정일 꼭두각시'라는 표현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면이 있다.

여당의 중진의원의 생각이 이 정도이니, 보수진영의 '색깔론'은 봇물 터지듯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지난 5일 강정마을에서 열린 상이군경회 및 특수임무수행자회, 재향군인회, 무공수훈자회 등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단체들의 집회에서는 '색깔론'이 정점을 맞았다.

"북한 노동당 응원받으니 힘 나는가?"라는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집회에 모인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금 강정마을에 필요한 것은 김정일의 꼭두각시인 좌파 종북 외부세력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평화수호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라며 그들만의 이상한 '구분법'을 내세웠다.

현재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나서는 이들은 '김정일 꼭두각시' 내지는 '북한 노동당의 응원을 받는' 사람들이고, 자신들은 평화수호자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회가 끝난 후 북한 인공기를 불태우는 화형식 퍼포먼스를 가졌다.

5일 해군기지 찬성측 집회에서 등장한 현수막. '북한 노동당 응원받으니 힘 나는가?'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갑작스럽게 전면에 등장한 '색깔론'은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사안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군기지 찬성하면 '평화수호자', 반대하면 '종북세력'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적 토론의 문호를 차단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친북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음흉한 의도가 엿보인다.

과거 4.3때도 툭하면 이 색깔론이 등장해 수많은 양민들을 무고하게 학살시킨 아픈 기억은 물론이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일어날 때에는 색깔론을 내세워 민주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사례도 있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서면 북한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이 있었다.

군사독재정권이나 보수우익세력들은 상황이 불리하면 '색깔론'으로 정국을 돌파하고자 했다.

지금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당면한 문제의 본질은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왜 하필 강정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적 정당성은 과연 확보됐는가 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김무성 의원과 보수단체에서는 엉뚱하게 군사독재정권 시절 즐겨써먹던 구시대적 수법인 '색깔론'을 내세워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색깔론의 제기는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해악에 다름없다. 진정 그들이 '평화수호자'라고 자칭한다면,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들을 수 있는 민주시민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역으로 묻는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툭하면 '북한 추종세력'이란 말을 내뱉는 그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오히려 그들이 국민통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획책하는 해악자들은 아닌가.

또 한가지. 현재 난무하는 '색깔론'은 의도적으로 조작되어지는 음흉한 전술은 아닌가.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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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제1훈련소 해병 2011-08-30 09:04:51 | 14.***.***.79
군대가 존재하는 것은 적국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만할 텐데. 고로 해군병력이 생존하기 위해 항구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휴가, 제대, 근무교대, 공해상에서 쓸 생필품을 조달 받기 위한 시설을 막고있으니, 적을 돕는 일이라 하여 "북한 추종세력"이란 말을 들게 된거 아닌가요? 저런 말을 나오게까지 몇몇 사람들이 장기간 반대투쟁 시위로 색깔론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요? 국가 전체 안보를 보지 못하고 강정마을만 보면 이런 글도 쓸 수 있지요. 6.25전쟁때 모슬포훈련소해병이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잘살고 있는 것도 생각해봅써

똘레랑스 2011-08-08 23:41:23 | 112.***.***.4
법적으로 처리하는 건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만약 강정마을회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하르방덜 크게 다치겠는데.

디아블로 2011-08-07 04:41:21 | 121.***.***.204
그럼 주한미군 문제나 기타 등등 안보문제에 무조건 태클걸면서
북핵에는 그럴수 있다고 짖는것들은 정적세력아니면 뭐냐

보수시각 2011-08-06 16:12:45 | 121.***.***.130
보수들은 말하죠
참여정부 시절, 이데올로기 문제가 불거지면 무조건 "노무현 탓"
MB정부인 지금, 뭔가 터졌다하면 무조건 "북한 탓"
해군기지 문제도 수구꼴통들이 만들어내곤 하는,
뭐 좀 안 풀리기 시작하면 "종북세력" "빨갱이" "좌파"
이런 것들을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공감 2011-08-06 13:09:09 | 211.***.***.217
시원합니다. 그런 음흉한 세력들애갠 철퇴를 가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