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회동' 합의결과, 왜 커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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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 회동' 합의결과, 왜 커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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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군기지 '6인 회동'서 표출된 '생각의 차이'
'주민투표'는 왜 채택 안됐나?...합의문의 의미는?

제주해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해 3일 긴급하게 마련된 '6인 회동'은 제주지역의 책임있는 주체들이 정당을 초월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발표된 '공동 합의문'의 내용은 당초 기대됐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야구로 치면 9회말 투아웃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에 마련된 회동인 만큼 즉시적으로 '약효'를 볼 수 있는 즉약처방이 기대되는 측면이 강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마을에 국유지 농로 용도폐지 결정을 기점으로 해 해군측의 펜스 설치 내지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경우 최악의 충돌상황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충돌사태로 인한 불상사 만큼은 막아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지난주 제주도와 도의회의 정책협의회에서 '해군기지 대책 긴급회의체' 구성 등이 제시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6인 회동 결과는 '즉약처방'이 아니라 패넌트레이스를 준비하는 전략으로 가자는 원론적 내용으로 이뤄졌다.

▲공동 합의문의 내용, 어떤 의미 담고 있나

왜 이런 생각의 차이가 나타났을까.

이번 '6인 회동'은 우근민 제주지사와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 김재윤.강창일.김우남 국회의원, 그리고 여당을 대표해 김동완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 6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회의는 오후 3시까지 5시간 진행됐다. 회동 결과 얻어진 합의결과는 크게 5가지로 요약됐다. 그야말로 절제에 절제를 가한 '요약발표문'이다.

해군기지 갈등해소를 위한 6인 회동.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갈등해소를 위한 6인 회동. <헤드라인제주>

오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갈등 해소를 위한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우리 6인은  장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다음과 같이 뜻을 모았음을 밝힌다.

  1.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으로서  1) 평화적 해결의 원칙 2) 상호존중의 원칙 3) 조속한 해결의 원칙 4) 당사자 해결의 원칙 등 4가지를 삼아야 함에 인식을 같이 했다.

  2. 현재 진행되는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공사 추진 내용과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일방적 해군기지 건설로서 당초 설정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할 수 없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하였다.

  3. 우리 6인은 갈등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야 정당 및 국무총리실 등과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기로 하였다.

  4. 현재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정마을 공사와 관련해서는 ‘평화적 해결의 원칙’하에 관련 당사자 모두가 자제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5. 우리 6인 모두는 국회와 정부 부처를 방문하여 위와 같은 내용을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 활동해 나가기로 하였다.

합의된 내용을 보면 이렇다.

첫째, 종전 도의회에서 제시했던 평화적 해결의 원칙, 상호존중의 원칙, 조속한 해결의 원칙이란 해군기지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에서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한가지 추가해 '4대 원칙'이 제시됐다.

당사자 해결의 원칙이란 외부의 개입없이 강정문제는 당사자들간에 풀어야 할 문제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외부'의 범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둘째, 현재 진행되는 해군기지 공사 진행내용과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일방적 해군기지 건설로서 당초 설정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할 수 없어, 정부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제시도 이뤄졌다.

회의장에는 '해군기지 갈등해소를 위한 6인 회동'이란 제목의 현수막이 내걸려졌는데, 공동 발표문에는 '해군기지'라는 말 대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단어가 사용됐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3명의 국회의원은 국회가 2008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할 때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가야한다는 부대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논의 과정에서 '기항지'인지 '관광미항'인지를 놓고 많은 논쟁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종적으로 정부가 설정한대로 '관광미항'이란 개념을 명확히 해줄 것으로 요구하는 선에서 매듭됐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해군기지'를 명분으로 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념과 성격에 대한 문제제기는 '때늦은' 점이 적지 않다.

'관광미항'으로 설정해 발표한지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개념과 성격의 문제를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이 문제를 방치해 왔는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회동에 참여한 6명은 갈등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야 정당 및 국무총리실 등과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기로 한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책임있는 지역인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고, 지극히 원론적인 부분이다.

네번째는 현재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정마을 공사와 관련해, '평화적 해결의 원칙' 하에 관련 당사자 모두가 자제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이 표명됐다.

여기서 '당사자 모두가 자제하고'라는 표현은 공권력 투입이나 행정대집행과 같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해군과 반대측 모두에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좀더 구체성을 갖고 정부에 공권력 투입 혹은 행정대집행 자제 요청을 명문화해도 될 것을 왜 굳이 '당사자 모두가 자제하고'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는지가 의문이다.

다섯번째는 회동에 참여한 6명은 국회와 정부 부처를 방문해 이러한 내용을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 활동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한번의 회동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미인데,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다음 회동 날짜는 언급되지 않았다.

▲구체적 해결책은 왜 제시되지 못했나?

이러한 합의내용에 6명 모두가 서명을 했지만,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얼굴 표정'은 달랐다. 특히 문대림 의장과 오영훈 의회운영위원장의 표정이 가장 어두웠다. 도의회 대표단은 당장의 '실체적 해결책' 마련에 포인트를 맞춰 회동에 임했던데 반해, 그에 걸맞는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 강정마을에 막판 대협상의 여지를 남길 구체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이를테면 공권력 투입이나 행정대집행을 자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촉구도 없었다.

문대림 의장이 모두발언에 대안으로 제시한 '주민투표' 제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문 의장은 도지사와 여당 제주도당 위원장까지 참여하는 6인회동의 실질적 논의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실체적 방법이 필요했는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하되 왜 하필 강정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도민들에게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줄 것을 제안한 것이다.

주민투표 결과 찬성입장이 많으면 반대측은 이를 수용하고, 반대입장이 많으면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질적 논의 속에서는 이 '주민투표' 문제는 법률상 어렵다는 쪽으로 정리돼 버렸다. 현행 주민투표법상 국책사업을 주민투표에 부의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주민투표 발의자가 도지사가 아니라 장관이 돼야 하는 점이 법적 이유로 제시됐다.

설령 6인의 명의로 정부에 '건의' 정도는 한다 하더라도 건의내용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후 겪게 될 혼란 등도 이유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문 의장이 '큰 마음' 먹고 제시한 주민투표 카드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결국 6인 회동은 합의는 하면서도 만족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던 것이다.

▲'6인 회동'이 이벤트성으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6인 회동은 비록 구체적 해결책 마련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지역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공동 합의문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즉약처방 대신 패넌트레이스의 전략을 택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이들 6명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중앙정부와 연계해 보여줄 수 있는 협력프로그램 마련에 신속하게 나서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회동을 끝으로 해 또다시 미적거려서는 결코 안된다.

실체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발빠른 후속작업이 착수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6인 회동은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다는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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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1-08-04 11:27:32 | 118.***.***.29
정부와 해군이 참여하지 않는 6자회동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애초부터 뻔했습니다.
6자회동 다음날 야5당 진상조사단 기자회견이 있다고 하니 제주도에서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절박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봐지네요.

개판 2011-08-04 10:46:16 | 59.***.***.23
너무 빈약한 합의결과다. 최소한 강정주민들이 울부짓는 소리 들었다면 이럴수가 있나. 공권력투입이나 행정대집행 어떻게 해달란 소리 한마디 없이 두루뭉슬하게 원론적인 말이나 하고.

ㅎㅎㅎ 2011-08-04 08:51:54 | 211.***.***.188
극약처방. 패넌트레이스. 적절한 비유압니다
간박감을 느끼는 차이겠죠

순진한 도의회 2011-08-03 21:16:10 | 119.***.***.72
협상을 할 때는 자고로 복안이 있어야 하는 법, 한가지만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지요. 이미 도의회의 전략이 사전에 드러난 상황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비장의 무기가 없었다는 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판결 2011-08-03 19:56:40 | 211.***.***.228
도의회가 크게 한방 먹었네
다른 대안을 제시하시지 주민투표만 고집하지
말고
강정주민만 불쌍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