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일자리,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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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6) 장애인 일자리 구하기

고수연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정지원팀 간사.<헤드라인제주>
장애인에게 있어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 또한 장애인으로서 겪었던 고충이었다. 장애인 스스로가 사회활동에 뛰어들어 경제적 능력이 생긴 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나는 졸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졸업만 하면 어디든 일할 곳이 생기고 날 받아 줄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졸업 후 구직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으로서 일을 구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구직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동주민센터에서 장애인들을 모집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력서를 내게 되었고 제주시 모 동주민센터에서 10개월 동안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였기에 다른 인턴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양, 때로는 더 많은 일들을 소화해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떠한 곳이든 처음부터 장애인의 채용을 달가워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많은 편견과 오해를 받으며 일을 시작했던 사람 중에 한명이다. 처음에는 업무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들 이 애가 얼마나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서로 눈치만 보며 업무를 내어주기 꺼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어진 일에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서 업무를 잘 처리해 내자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에게 주어지는 업무량도 많아 졌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도 금세 어울려 지낼 수 있었다. 이 후 나는 인턴으로 몇 군데 더 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몸이 안 좋아져서 계약기간을 다 끝맺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몇 개월을 쉬고 있을 무렵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께서 쉬고 있는 나를 보고 공단에 내 이력서를 보냈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괜찮은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공단직원과 함께 그 곳을 가게 되었다.

공단직원은 가는 내내 나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정보도 이야기 해 주었다. 이야기 중에 가장 강조하시면서 이야기 하셨던 것이 바로 운전면허이다. 운전면허는 장애인에게 있어서 꼭 필요하다며 가능한 빨리 운전면허를 취득하라는 얘기를 하였고 나 역시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서 가능하다면 취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따려고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하였다.

면접형식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고용주 쪽에서는 내가 마음에 든다며 당장이라도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였지만 출퇴근을 하는데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고민이 된다고 얘기하였다. 대안을 생각하던 고용주 쪽에서는 직원과 함께 출근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신다고 했지만 매일을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생각을 좀 해보고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던 길에 공단 직원이하는 말씀이 “출근은 그 곳에서 해준다고 하니 퇴근할 때 버스시간을 맞춰서 멀리 떨어진 정류장 까지 걸어가던지 아님 택시를 타는 것도 감수해야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기분이 상했다.

출퇴근이 용이하고 거기다 편의시설까지 갖춘 곳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임금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매번 택시를 타고 다니라는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좀 더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생각을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아니다 싶어서 공단 직원분에게 교통문제 때문에 아무래도 일을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얘기하였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유가 그 뿐이냐는 듯이 물으셨고 화가 났지만 다시 한번 정중히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을 고용해 주겠다는 것이 어디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구하고 돈벌이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만으로도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모든 사람에겐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도 권리이고 자신의 선택인데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 권리를 묵살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을 아무런 편견 없이 선뜻 고용해 주는 곳도 드물기 때문에 직장을 선택 할 수 있는 폭은 아주 작다. 하지만 받아주기만 한다면 자신의 생각과 직장생활 중 겪게 될 상황을 무시하면서 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또한 장애인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물론 많이 발전되고 용이 해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전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채용 자격요건이 “신체 건강한”이 아닌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으로 바뀌어 신체적 조건에 따라 차별되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헤드라인제주>
 

<고수연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정지원팀 간사>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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