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전환, 제주는 '실험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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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방송 전환, 제주는 '실험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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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디지털방송 전환 후 표출된 문제와 과제

설마 했던 일이 정말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제주가 아날로그방송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 후 TV를 못보는 가정들이 생겨난 일입니다.

지난 6월29일 제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1년6개월 빨리' 시행하게 됐다면서 들뜬 기분을 만끽한지 일주일도 안돼 문제는 나타났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홀로사는 92세의 한 할머니는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 후 아예 TV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전환기 설치작업이 늦어진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콜센터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이 제기된다고 합니다. 지난 8일까지 제기된 민원만 200-300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물론 제주 전 가정의 90% 수준에서는 정상적으로 전환됐습니다. 제주의 약 9%에 이르는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가구(1만9000가구)에서 이러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난시청 지역과 홀로사는 노인가정을 중심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민원을 제기해도 바로 당일 처리가 안된다는 점입니다. 민원이 밀리고 밀리면서, 신고를 해도 처리기간이 1-2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난시청 지역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시범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홀로사는 노인 가정 등 몇몇 가정의 문제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큰 문제입니다. 불이익을 보거나 피해를 본 시청자들이 공식적인 법적대응이 없다 하더라도, '시청할 권리'를 제약하는 권리침해의 문제가 분명합니다.

종전 '아날로그'이든 '디지털'이든 상관없이 화면이 잘 나오는 TV를 보는 즐거움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있어 '디지털 전환'이란 국가시책으로 인해 TV를 보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당연히 권리침해의 문제입니다.

디지털방송에 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2003년 HD시스템으로 할 것이냐, SD시스템으로 할 것이냐의 논란에서부터 시행시기, 채널의 문제, 중간광고 등의 문제 등 논쟁거리는 숱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디지털TV가 시행되면 그동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많은 부가서비스가 있을 것이란 학계 논문도 이어졌었습니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2-5배 더 고화질의 영상과 뛰어난 음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생활정보와 쇼핑 등의 서비스가 추가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2년전 '미디어법'이란 통명으로 현행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이제 그 시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법률에서는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시기를 "2012년 12월31일 이전까지"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내년말까지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으로는 디지털 시스템의 보다 선명한 화면을 보게 됐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디지털TV를 마련한 가정에서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종전 아날로그 수상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정의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절차만 더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의 '1년6개월 빠른' 디지털방송의 시범시행은 준비과정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갖게 했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시청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주가 '시범시행' 하면서 어떤 혜택이 주어졌는지를 살펴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디지털 전환기 비용을 싸게 해줬다고 하지만, 현재 법률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논의되고 있는 흐름을 살펴보면 제주의 지원내역은 법률에서 정한 전국 공통의 내용에 약간의 추가지원이 이뤄진 정도입니다. '홀로사는 노인' 가정은 사각지대화가 돼 버렸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제주에서 디지털 전환 컨버터 등의 무상제공 대상이 차상위계층까지의 저소득층에서 장애인 정도입니다. 이는 현행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대상범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약 1만세대에 컨버트와 안테나 등을 추가 무상지원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고령자나 홀로사는 가정, 다문화가정 등은 지원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앞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이를 반영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고 합니다. 아마 법률이 개정된다면 내년에 시행되는 지역에서는 고령자나 홀로사는 가정의 '불통' 문제가 한결 해소될 전망입니다.

지원대상 범위에 있어 다소 미흡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숱하게 터져나오는 민원들은 안타깝게 합니다. 이미 예견됐던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법률에서 '디지털방송전환의 사회적 충격완화를 위한 조치'(제10조) 규정을 둔 것은 시스템 전환기에 사회적 충격이 있을 것이란 예상 하에 둔 조항일 것입니다. 입법자들도 이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주에서 발생하는 'TV 불통' 민원은 사회적 충격의 한 유형 그 자체입니다. 1년6개월 앞당겨 시행한 제주는 지금 사회적 충격의 '실험'의 대상이 된 듯 합니다. '시범지역'이 아니라 '실험지역'이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큰 문제는 정작 홀로사는 노인 가정 등에는 디지털 방송이 시행되는지 조차 제대로 홍보가 안됐고, 컨버트와 안테나 설치가 크게 늦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방송의 시행에 따른 사회적 이익을 정말 '1년6개월 빠른'이 아니라, 저소득층은 물론이거니와 홀로사는 노인가정에 대해서도 사전에 손에 잡힐 구체적인 인센티브인 '차별화된 수신장비의 지원'이 있었더라면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TV불통' 세대가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겠습니다. 특히 홀로사는 노인가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대표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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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주민 2011-07-10 23:25:32 | 222.***.***.142
저희 집은 kbs1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지?
왜 선택권을 박탈하는 건지 알수가 없네요.

한심한 도정 2011-07-10 17:46:52 | 211.***.***.171
그저 이런것을 한낱 실적 내지 치적으로 바라보는 제주도가 문제로다
열린음악회다 뭐다 하면서 실컷 들떠있더니 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