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젊은 시장' 고창후,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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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일곱 '젊은 시장' 고창후,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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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 뒤에는 반드시 찬란한 새벽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나는 새벽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전진하겠습니다." - 고창후의 '항소 이유서' 中

1987년 2월, 제주지법에서 반독재 투쟁을 한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스물세살 청년 고창후(당시 제주대 법학과 재학 중 제명처분).

옥중에서 작성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그의 '항소 이유서'는 당시 학생운동진영의 학습자료로 쓰일 만큼 화제가 됐었다. 대학생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 내용과 논리는 매우 탄탄했다.

판검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제주대 사회과학대학에 수석입학했던 일에서부터, 청소부와 식당종업원으로 일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 대학강의에 대한 실망감,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왜 책을 덮고,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판.검사가 되어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고 조국의 훌륭한 일꾼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내가 학생운동의 길을 선택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때까지만 해도, 그의 '판검사 꿈'은 매우 공허하게 다가왔다.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 학생운동으로 투옥됐던 전력을 가진 사람의 사회진출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1986년에만 3차례 경찰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대학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다.

제민투위 주도 시위로 5월에 20일의 구류처분을 받은 그는 이후에도 각종 시위 및 집회를 주도하다, 그해 9월 '애국도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유인물을 제주시내에 배포하다 또다시 경찰에 체포돼 구류 10일 처분을 받는다.

두번째 유치장 신세를 진 후, 11월27일 발족한 '장기집권 음모 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게 된다.

결국 그는 12월1일 오전 9시30분 황인호 등 7명과 함께 제주시청 후문 부근의 민정당 제주도지구당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왜 우리는 민정당사에 화염병을 던져야 했던가"라는 유인물을 뿌리며 시위를 벌인 혐의로 또다시 경찰에 체포된다.

가담자 중 고창후와 황인호는 구속됐다.

황인호는 당시 국문학과 2학년이었고,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의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총장실 점거사태로 인해 대학당국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 그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들 두명은 1987년 2월26일 제주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5월12일 광주고법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고창후, 대학에서의 제명처분은 그의 '판검사 꿈'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해 민주화 바람과 함께 그의 제명처분도 취소됐다. 복학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출소 후 복학한 그는 1988년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곧바로 농민운동에 투신한다. 그리고 1989년 고향인 서귀포시 대포동으로 돌아가 동부관광단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총무로 활동하면서 반대집회를 주도한다.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의 초대 사무국장도 맡아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소련의 붕괴된 1991년, 마음의 갈등을 겪던 그는 애초 하고자 했던 판검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법시험 준비에 전념한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6년 인천지법 판사로 부임한다. 정말 어려워 보였던 그 꿈을 이뤄낸 것이다.

그 후 1998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 1999년 서울 남부지법 판사를 역임했다. 1999년 10월부터는 제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7월1일 마흔여섯의 나이로 민선 5기 제주도정의 첫 서귀포시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 후 1년, 현재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그의 생각과 강정주민의 생각은 상당부분 엇나가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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