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센터 '태클'은 과연 정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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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교육센터 '태클'은 과연 정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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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허진영 의원, 예산 심의된 사업에 제동...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역점 추진 사업이 제대로 제동이 걸렸다. 그것도 양성언 교육감의 공약 사항으로 추진돼 온 사업이다.

제동을 건 쪽은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허진영 의원(한나라당).

교육청과 도의회 간 기관 다툼으로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해당 사업과 연관된 지역주민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면서 일이 커졌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문제의 중심에는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 등 다문화가정의 제주 생활을 돕기 위한 시설인 '다문화교육센터'가 있다.

이는 양성언 교육감의 공약 사업으로, 지난해 본교로 통폐합돼 현재는 비어 있는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에 설립될 예정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설립계획을 확정하고, 12월에는 제주도의회에서 설립 예산을 승인 받았다.

올 3월에는 실무추진단을 구성, 다문화교육센터 공간 배치와 기능 및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교육기자재 선정 등을 추진해 왔다. 4월에는 다문화교육책임연구관 1명과 사무보조원 등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10일에는 다문화교육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발주해 24일께 착공, 오는 8월20일 완공할 계획이었다. 오는 9월 개원할 예정으로 추진돼 왔다.

여기까지가 교육청이 추진해 왔고, 앞으로 추진해 나갈 청사진이었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졌다.

허진영 의원이 △제주시청 주관 프로그램과 중복 문제 △접근성 문제 △교과부 연수원으로 활용 가능성 등을 제기하면서 공사 자체가 발주되지 못했다.

"연구관 1명, 사무보조원 1명, 운전사 1명 등 계약직 3명을 채용하면서 무슨 센터라고 부르나? 공약이라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 위치상으로도 3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다문화센터로 활용하기에 신흥분교는 알맞지 않다. 제대로 추진하려면 이미 설치돼 있는 외국어학습센터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허 의원은 이같은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다음달 말까지 공사 발주를 연기할 것을 요청했고, 교육청은 이를 수용했다.

사실 다문화교육센터와 관련한 문제는 반년 전부터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말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제주도교육청이 제출한 2011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이 사업을 문제 삼았다.

"다문화가정 사람들은 대부분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을 기피하는데, 대정이나 안덕의 다문화가정 사람들이 반대쪽인 조천까지 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상상이고 어림도 없는 생각이다." 구성지 의원(한나라당)의 지적이다.

박원철 의원(민주당)은 "이미 설립된 5곳의 외국어문화학습관에서 다문화가정 교육을 통합 운영하면 굳이 다문화교육센터를 설립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이 예산은 통과됐다. 도의회에서 사업 추진을 수용한 것이다.

그로부터 6개월 뒤, 허진영 의원이 거듭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사업이 중단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조천읍 신흥리 지역주민들이 공사 재개를 요구하며 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게 된 것이다.

허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 면면을 보면, 이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가운데 접근성 문제에 있어서는 제주도교육청 고위 간부도 시인한 바 있다. 허 의원이 단지 이 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억지성 주장을 편 게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런데 제동을 건 시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도의회에서 예산 심의까지 마쳤고, 결정된 예산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이를 손바닥 뒤집 듯 제동을 걸어도 되느냐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다.

"이미 승인까지 얻은 사업 아니냐? 도의원 1명이 교육청 사업을 이렇게 왔다 갔다 해도 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교육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청은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도의회도 마찬가지로 사업 추진에 따르는 문제점을 짚어내고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교육청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과 마찬가지로 의원 개개인이 교육청이나 도정의 추진 사업에 제동을 걸게 되면, 애꿎은 도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

교육청과 도의회 모두 기관의 존속 이유가 도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 만큼, 서로 간에 상생의 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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