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시오!" 몰라보게 바뀐 식당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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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시오!" 몰라보게 바뀐 식당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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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한우고기 '대박' 아이템 학사식당 임연수씨
고군분투는 옛말 "서문시장 같이 살고 같이 죽어요"

시름시름 앓던 제주시 서문공설시장 상권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산하던 시장거리가 몰려오는 손님들로 인해 모처럼 활기를 띄며 시장다운 냄새를 물씬 풍긴다. 서문시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밥상' 때문이다.

서문시장 내의 정육점에서 제주산 한우를 필요한 만큼 사들고, 시장 안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면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다.

고기값을 제외하고 불판과 버너, 밑반찬 등을 제공받는데 드는 비용은 4인 기준으로 1테이블당 단돈 1만원. 싱싱한 제주산 한우고기를 일반 식당보다 거의 반 이상 싼 가격에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학사식당 임연수씨. <헤드라인제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남는게 없어요. 그런데 왜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냐고요?"

한우고기 직거래 식당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학사식당 임연수씨(61). 밀려오는 손님에 바삐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꺼낸다.

# "장사 안될때는 하루 1만원 벌었어요"

"이 곳에서 장사를 시작한지는 33년쯤 됐죠. 예전에는 서문시장 하면 알아줬어요."

현재 목관아가 있는 자리인 관덕정 옆으로는 제주시청이 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경찰국(현 경찰청) 등의 관공서가 있었다. 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제주대학교와 제주상업고등학교(현 제주고) 등이 있었고, 제주의료원 등의 의료기관도 자리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오가기 마련이었고 식당도 덩달아 흥했었다. 초기에는 식당이 아니라 '학사주점'으로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을 맞이하고는 했다.

그런데 근처에 자리하고 있던 관공서나 학교들이 점차 자리를 비우더니 지금은 남아 있는 곳이 없다. 길거리를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도 어느순간부터 자취를 감췄다.

"손님이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더라고요. 10여년 전인가 4~5년 사이에 유동인구가 2만명쯤 줄어들었다던데요"

장사가 안되기 시작하니 하루에 1만원을 겨우 번 날도 있었다. 근처 식당에서는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기 까지 했다. 열심히 장사하던 옆집 식당이고, 건너편 식당이고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게 아니구나 느꼈죠. 상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새로운 선택을 찾게 된 계기다.

# "시장 살릴 방법 없을까" 고심에 고심

장사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사회활동도 열심히 참여하던 그녀였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용담1동의 의용소방대장을 맡아왔고, 현재는 용담1동 5통장, 서문시장부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여기저기 친분을 쌓다보니 아는 사람도 꽤 돼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에게 서문시장 좀 찾아와 달라고 이야기하면 하나같이 '아무리 도와주려 해도 상인들이 달라져야 할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어요."

한우고기를 사들고 식당으로 몰려든 손님들. <헤드라인제주>

가격이 특출나게 싼 것도 아니고, 친절하지도 않다는 볼멘소리를 들어온 서문시장. 소위 재래시장하면 떠오르는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얼마전에 현장 견학 식으로 다녀온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소고기로 유명한 정읍시는 고기를 사서 식당으로 들어오면 1인분 6000원씩에 상을 차려주더라고요."

'이거다'하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임씨는 제주로 내려온 직후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손님을 끌어들일 방안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시장 내의 정육점이 생각이 났어요. 100% 한우만 취급하는 곳인데 친절한 곳으로 유명한 가게거든요. 주인과 절충을 하기 시작했죠."

이런 과정을 거쳐 운영된 것이 현재의 한우고기 직거래 식당이다.

"정읍과 똑같이 할 수는 없었어요. 가격이 싸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았을 거니까요. 정읍이 1인분 6000원을 받으면 우리는 반값인 3000원을 받자고 시작하다 결국 그것보다도 싼 4인 기준으로 한 상에 1만원에 판매하기 시작했죠."

# 남는 것 없다고 거부하던 식당들..."이제 이해하더라고요"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남는 이익이 정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솔직히 남는게 정말 없어요. 그나마 술이라도 한 두병 시키면 모를까 반찬도 더 달라는데로 더 주고 하다보면 남는게 있겠어요?" 한 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진 밑반찬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함께 하자고 요청했던 식당 주인들도 반대했죠. 1인분에 3000원도 안되는거 남는게 뭐 있겠냐면서...그래도 꾸준히 설득했어요. 일단 서문시장을 알리고 보자고요."

결국 동참하는 이 없이 우선 운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따로 홍보를 하거나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는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전히 '입소문'을 통해서였다.

손님이 모여드니 식당 공간이 부족해졌다. 손님을 조금씩 근처 가게에 배정하기 시작했고, 처음에 거부하던 상인들도 한명 두명 동참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서문시장에 있는 8개 식당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학사식당 임연수씨. <헤드라인제주>

"말도 못해요. 함덕, 김녕에서도 찾아오고 서귀포에서도 일부러 찾아와요. 어제만해도 애월에서 넘어가고 있으니 미리 세팅해달라는 예약을 받았다니까요?"

예약이 없으면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연신 전화벨이 울려댔다.

# "같이 살고, 같이 죽는거에요"

시장의 생명은 '박리다매'라 생각했고, 예상은 멋드러지게 맞아 떨어졌다. 이와함께 지니고 있던 철칙이 있었다.

"장사가 정말 안될때는 시 관할인 서문공설시장 건물 자체가 팔릴 것 같았어요. 그러면 식당이고 뭐고 남아있지 않았겠죠. 결국 같이 살고 같이 죽는거에요."

오늘 예약받은 20명의 단체손님은 시장에서 장사가 안되는 축에 속해있는 식당으로 일부러 배정해줬다. "항상 장사안되는 집에 손님을 주면서 이야기해요. 친절하고 친절하라고."

같이하는 상인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임씨.

직거래 식당 운영을 반대하다가 나중에 동참한 것 같이 이제 상인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고 한다.

"힘이야 들죠. 저녁에 오셔서 보면 아시겠지만 진짜 전쟁터나 다름 없어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요."

그녀는 벌써 또 다른 아이템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소고기만 팔던 것에서 벗어나 제주산 돼지고기를 팔며 샤브샤브를 해먹을 수 있는 육수를 준비해준다는 계획이다.

"아직 생각만 하고 있지만, 꾸준히 고민해봐야죠. 서문시장이 바뀌는 것 보이지 않으세요?"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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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 2011-06-23 10:44:00 | 118.***.***.49
사람냄새나는 기사를 보면서 헤드라인제주 새롭게 봅니다. 표현은 안해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초심 잃지 말고 '우리'라는 따스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