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상황'?...왜 이토록 옹졸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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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상황'?...왜 이토록 옹졸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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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바지선 폭행' 논란, 그리고 해군의 어줍은 입장

대한민국 해군의 해명은 참으로 옹졸하고 비겁해 보인다.

지난 20일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이뤄지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가에 준설공사를 위한 바지선을 투입시켰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급기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22일 내놓은 해명이 그렇다는 것이다.

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가를 먼저 살펴보자.

문제의 발단은 20일 오후 4시께 해군측이 항만 준설공사를 위해 시공사, 감리단, 해군장병 등 21명이 탑승한 바지선과 예인선 2척을 사업부지인 강정해안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면서 발생했다.

영상으로 보기에도 해군측의 바지선과 소형보트는 비교가 안될 만큼 규모의 차이가 있었다. 보트에 승선하고 있던 주민들은 자칫 하면 바다로 추락할 수 있는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었다.

바지선으로 승선하기 전에 주민들은 해군측에 뱃머리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해군측은 이를 공사를 강행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바로 여기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죽자 살자 공사강행을 막기 위해 장기간 중덕해안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주민들에게 있어 바지선이 못들어오게 할 불가피한 선택의 수단으로서 바지선으로의 진입시도였는지 모른다.

이 상황은 해군측에서도 뻔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바로 열흘전에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군측은 승선시도를 예상하면서도 정면대응을 선택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멀뚱히 바지선이 진입하는 것을 바라만 보면서 피켓을 들고 해군측이 말하는 소위 '평화적 시위'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시점은 정치권이나 도의회 등에서 공사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타이밍이었다. 공사중단이 바람직한지 안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 모두 해군이 끌어안고 포용해야 할 국민들이다. 민주국가에서, 다원화된 사회에서 특정현안에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해군은 이날 바지선 진입을 강행한 것은 한마디로 '해군기지 반대'를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너희들 해볼테면 해봐라"하는 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민들을 아주 우습게 여긴 것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타 있는 보트가 접근하고 가파른 선체 벽면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보며 폭력을 서슴치 않고, 물호스를 가져와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향해 물을 뿌리는 작태는 폭력성 여부를 떠나 심한 모멸감을 준 대응이었다.

한마디로 이번 불상사는 해군이 전적으로 유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군인들이 탑승해 있는 거대한 선박과 민간인이 탑승해 있는 작고 초라한 보트가 서로 맞고함을 지르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동영상에 비춰진 모습은 '창피스러운' 대한민국 해군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러한 '작전과 같은 행동유도'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6일 영화평론가 양윤모씨가 공권력에 의해 연행될 때 상황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앞세워 공사를 하려 한다면 반대하는 주민들이 항거할 것이란 것은 뻔히 예측됐음에도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크레인 밑에 들어가 끝까지 저항하는 양윤모씨에게 이런저런 죄명을 갖다붙여 구속수감했다. 구속된 평화운동가 최성희씨가 5월 구속될 때도 비슷했다. 집회신고가 이뤄진 장소임에도 시설물 철거를 한다면서 들이닥친다면 최소한의 항거도 없기를 바랐던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단체의 “해군장병 민간인 폭행” 주장 관련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입장

11.6.20.(월) 1600시 경 제주해군기지 반대단체의 불법적인 선박 침입 경위는 아래와 같으며,“해군장병의 민간인 폭행”에 대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닌 왜곡된 주장임을 밝혀드립니다.1. ‘11년 6.20.(월) 1600시경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항만 준설공사를 위해 시공사, 감리단 및 해군장병 등 21명이 탑승한 예인선과 바지선 2척이 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인 강정해안으로 이동 중, 3척의 소형선박 및 고무보트에 나눠탄 반대단체에서 공사를 방해하고자 예인선과 바지선의 진로를 가로막고 불법으로 선상에 오르려고 시도함.2. 감독요원들은 바지선의 현측이 높아서 선상으로 오르는 것이 위험하고 허가없이 배에 오르는 것이 불법임을 수차례 경고하였으나, 반대단체에서는 불법 선박 침입을 시도하였으며 이에 시공사 직원들이 방어 차원에서 반대단체 측의 선상 진입을 막는 과정 중 일부 충돌이 있었음. 3. 이후 송강호 씨는 바지선에 등반하였으며, 바지선에 있던 시공사 직원 및 해군 장병(감독관)과 몸싸움이 있었으나, 반대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폭행한 사실은 없음. 송강호 씨는 바지선에 드러누워 계속 저항했고 강정포구로 이송된 후 대기중인 119구급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음. 4. 반대단체 측은 그들의 불법행위가 채증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폭언 및 폭력을 무차별로 행사했으며, 1700시경 반대단체 측 이정훈 목사 등 10여명은 공사 방해 현장이 내려다 보이는 강정마을 건물 옥상에서 임무중이던 해군장병에게 폭언과 함께 물리력을 행사하여 장병 2명에게 타박상을 입혔으며,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강탈하여 갔음.5. 또한, 이날 1800시경에는 해군기지 현장사무소 정문을 물리력으로 부수고 들어와 2350시까지 불법집회를 하였음.6. 해군장병들은 국민의 군대로서 민간인을 폭행한 사실이 없으며, 반대단체 측의 불법적 행동(선박 항로차단, 무허가 승선, 폭행 등)에 대해서는 촬영한 자료를 확보하여 법적 대응할 예정임.해군제주기지사업단은 반대단체 측과의 물리적 충돌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반대단체 측의 허위사실 유포금지와 시위 자제를 간곡히 당부합니다.앞으로도 해군은 지역주민의 입장을 이해하고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22일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이 발표한 보도자료의 입장은 한마디로 해군이라는 국가공권력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군 자체의 권력인 것마냥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

해명인지, 반박인지, 발표된 입장은 6가지인데, 공통적으로 들어간 수식어는 "불법"이란 단어다. "공사를 방해하고자 예인선과 바지선의 진로를 가로막고 '불법'으로 선상에 오르려고 시도함"에서부터 "반대단체에서는 '불법' 선박침입을 시도했으며"라는 문구까지 시종 '불법'을 운운하고 있다.

심지어 선박 항로차단, 무허가 승선, 폭행 등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서는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일 물리적 충돌에서 나타난 '폭행'으로 인한 피해는 분명 해군측 보다는 민간인 측이 컸을 텐데, 오히려 해군이 '폭행'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면서 이 부분에 대한 법적책임을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영상에서 분명하게 보여지는 바지선 탑승자들이 행한 '폭행' 부분에 있어서도 해군측은 "바지선에 있던 시공사 직원 및 해군 장병과 몸싸움이 있었으나, 반대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군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해군에서 잘못한 것은 털끝만치도 없고, 죄다 주민들의 잘못으로 몰고 있다. 대나무로 선체 벽면을 기어오르는 사람들을 향해 몸을 쪼아대고, 머리에 물을 쏟아붓는 장면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다.

설령 그 행위 당사자가 해군장병이 아니라 시공사측이었다고 하더라도, 해군에서는 도의적으로 미안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바지선 폭행' 논란 과정에서 해군의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대응방식이 너무나 비겁하고 옹졸하다. 지난 물리적 충돌은 아마도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을 것이다. 작정하고 밀고 들어간 유도된 작전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시위에 나선 강정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나선 사람들이다. 해군측은 '불법'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들은 해군의 공사가 오히려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최소한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면 지난 바지선 폭행사태 때와 같은 대응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소말리아 해적도 아닌, 해군기지 반대주민을 대상으로 연일 싸워대는 해군, 정말 부끄러운 현실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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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 해군 2011-06-22 23:46:05 | 211.***.***.130
좋은 글입니다. 해군은 법적으로 아주 당당한 것처럼 위세를 부리고 있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사회적 약자로 하여금 힘없고 서러운 시민들에게 눈물을 짜게하며 법적대응 엄포나 떠는 해군은 진정한 국민의 군이라 할수없지요

왕-실망 2011-06-22 18:28:34 | 211.***.***.14
해군본부 보도자료 치고는 내용이 좀 그렇네요
왜 화를 자초하지
같은 말이라도 좀 설득력있게 하시든지 ㅡ 이건 완전 군의 힘을 앞세워 공포분위기 조성하는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