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뭐! 나도 술 마시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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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뭐! 나도 술 마시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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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5) '인사이드 아임 댄싱'을 보고
문향혜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행정지원팀 간사.<헤드라인제주>

'인사이드 아임 댄싱(Inside I'm Dancing)'.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혹은 고정관념에 대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는 비교적 장애인 입장에서 이 사회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그나마 장애인 입장에 서 영화를 찍으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뇌병변 장애인인 마이클과 손가락 두개만 움직일 수 있는 지체장애인인 로리는 시설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그곳 안에서는 언어장애가 심한 마이클의 이야기를 누구하나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그저 느낌만으로 이 사람이 무엇이 필요한가를 가늠하여 그의 요구를 그나마 겨우 채워주는 일상 속에서 그는 시설 안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착한 장애인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착한 장애인은 시설 내에서의 직원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잘 따라주는, 불만도 없고 그저 해야 한다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장애인으로 나온다. 반면 로리는 자립심이 강한 장애인으로 묘사되어 시설 내에서의 프로그램에 반항적인, 그러면서 시설내에서 모두가 익숙해져 있는 일상에 충격을 가한다. 첫날 저녁부터 모두가 조용히 자야하는 시간에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 놓는 장면에서 시설내의 장애인이나 직원들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렇다! 로리라는 인물의 생각이나 행동은 그 안에서는 그저 골칫거리이고 시설내부에서는 규정상 받아들일 수 없는 반항적인 장애인인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시설안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자신의 감정을 느끼며 대변해주는 로리에 대해 호감을 느끼며 친해지게 된다.

그들은 장애인 시설운영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며 모은 동전들을 가지고 술집에가서 술을 마시기도하고, 여자를 꼬시기도 하며,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이트에 들어가 사람들과 어울려 전동휠체어를 빙빙돌리며 춤을 춰보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은 마이클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처음 술집에 들어가 모금함의 돈으로 여자들과 술을 마시려고 하자 마이클이 "안돼! 이건 기금이야 장애인들을 위해 모금한 거라고" 라고 말을 하며 말렸지만 곧이어 마이클은 다시 "내가 장애인이고 난 술을 마시고 싶다고!"라고 말을 바꾼다. 이 부분에서 나는 정말 통쾌함을 느꼈다.

마음 한켠에 주위의 시선에 억눌려 묻어두었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모금된 그 돈은 장애인들을 위하기보다 시설 내에서의 운영비로 쓰일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것을 하거나 쓰고싶은 곳에 쓰지 못하는 돈을 그들은 자신들이 밖에서 모금활동을 하며 모인 돈을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었다. 결국 그들은 남은 동전 몇 푼을 가지고 시설 안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역시나 들어간 그들에게 직원들은 그들의 잘못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직원들의 모습이야 말로 지금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을 대한 인식은 그려내고 있다. 사회가 마음대로 정해놓은 장애인들의 바람직한 행동에서 벗어난 두 장애인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결국 로리는 마이클과 같이 자립생활을 하자고 제안을 하고 사회단체에 요청을 해보지만 로리의 책임감을 문제로 세 번 모두 승인을 거절한다. 하지만 마이클의 지원은 승락해준다. 마이클은 자신의 대변인으로 로리를 지목하고 결국은 그 둘의 자립생활이 시작된다.

여기서도 두 사람은 자립생활을 하고싶어도 지원을 받기위해 누군가의 승낙을 받아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그 둘을 바라보는 시선역시 우리 사회인 것이다. 그 둘의 인생에 있어서 결정은 결국 본인들이 아닌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입장,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장애인의 위치인 것이다.

자립생활을 하던 두 사람에게 활동보조인 시반이 등장한다. 마이클은 그의 활동을 도와주며 같이 지내는 시반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시반은 거절하고 떠난다. 마이클의 활동보조인이였던 시반은 그저 일을 한 것일 뿐이고,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나 직업의 특성상 친절한 서비스를 행했던 시반을 마이클의 입장에서는 사랑으로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에게 그것은 서툰 인간관계의 시작이었고, 사랑에 대한 아픈 감정을 직접 느끼는 계기가 된다. 로리는 그러한 마이클을 바라보며 용기를 주지만 그가 한말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과 같았다. 난간이 높아 자살을 하고 싶어도 자살할 수도 없는 다리위에서 자신들이 자살을 하고 싶은데 접근성이 안되서 못하고 있다고 오히려 시의회에 편지를 써야겠다고 말을 하는 마이클의 말은 코믹하게 느껴지면서도 선택과 결정권이 없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대변 하는듯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로리는 폐렴으로 위급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러한 로리를 위해 마이클은 사회단체를 찾아가 로리의 지원요구의 거절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사회단체의 지원 기준에 비판하여 로리의 지원을 승낙 받는다. 마이클이 처음으로 친구를 위해 사회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것이다. 하지만 로리는 그 소식을 듣지 못한채 숨을 거두게 되고 마이클은 자유와 자립을 외치던 로리의 말을 떠올리며 혼자 밖으로 나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장애인들의 자립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당한 권리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생활을 하는 것, 그것이 자립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장애인들이 혼자 산다는 것, 자유롭게 산다는 것에 대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접근권, 미비된 편의시설은 하다못해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초차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나는 우리사회가 좀 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없어졌으면 하고 느낀다. 대표적인 예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생각이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변화 시키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헤드라인제주>

<문향혜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행정지원팀 간사>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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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금이 2011-06-23 09:40:37 | 125.***.***.19
저도 이 영화를 추천 받아 본적이 있습니다^^ 저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