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의 화두, 우 지사의 실제 구상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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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의 화두, 우 지사의 실제 구상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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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빙상팀 제주연고 유치와 '경빙 논란'의 오버랩
5월20일 '첫 언급'...14일만에 성사...'빙상장'은 어떻게?

대한항공 소속의 모태범과 이승훈이 제주 연고 선수로 등록돼 활동하게 됐다. 빙상의 불모지인 제주에서 대한항공 빙상팀의 제주 연고지 등록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이번 빙상팀 제주 연고지 등록을 추진한 우근민 제주지사는 제주연고 유치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내년 동계전국체전 때 제주도 소속으로 참가해 제주에 메달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제주를 위한 홍보, 빙상경기의 대중화 및 저변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대한항공 빙상팀의 제주연고 유치는 이러한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하고, 좋은 의미로 해석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찜찜한 점이 있다. 빙상팀 제주연고의 추진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뤄졌기에 그렇다.

모태범 선수나 이승훈 선수와 같은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영웅들이 제주 연고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을 도민들은 없겠지만, 빙상장 하나 없는 현실, 이런 문제 때문에 훈련 뒷바라지 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 마음에 걸린다.

유명 선수들이 제주로 연고를 옮긴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제주의 형편상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빙상팀의 제주연고 등록은 여러가지 지역현안과 '오버랩' 되고 있다.

# 5월20일 '첫 언급'...6월3일 '성사'...왜 급박하게?

우근민 지사는 무슨 생각으로 빙상팀의 제주연고를 갑작스럽게 추진하게 된 것일까.

처음 빙상팀 제주연고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을 꺼낸 것은 지난달 20일.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과의 대화에 나선 우 지사는 "돈벌이가 된다면 서울 사람들도 얼마든지 찾아오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인구는 늘어나게 돼 있다"며 '돈벌이'에 강조점을 두다가 빙상팀 얘기를 꺼냈다. <헤드라인제주 5월20일 보도, 우 지사 "대한항공 빙상팀 제주연고 유치하겠다">

"예전에는 제주도가 전국체전에 나가기만 하면 항상 꼴찌를 했다"면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수원에서 수영 선수들을 영입해오고 금메달을 받은 적이 있는데, 메달을 따면 제주도가 좋은 것이고, 제주도 사람이 아니면 대한민국이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빙상팀을 제주에서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 지사는 "제주에 스케이트 타는 곳이 전혀 없고, 빙상하면 모두 강원도나 서울을 생각하지 제주도가 빙상한다고는 생각치 못했을 것"이라며 빙상팀 유치는 '파격적인 발상'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있은 후 꼭 14일만인 지난 3일 모태범 선수와 이승훈 선수가 제주를 직접 방문해 제주로의 연고지 이전을 선언했다.

아직까지 우 지사는 대한항공 빙상팀의 제주연고지 등록은 외형적으로 보이는 '좋은 점'만 얘기 했을 뿐 그 내면적인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어떤 '복안'이나 '구상'을 갖고 있을 법도 한데 말을 극히 아끼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유치해 놓고, 이들에 대한 훈련은 어떻게 뒷바라지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도 없다. 훈련은 종전처럼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는 육지부에서 하고 다만 제주는 '연고지'로서의 역할만 할 것인지 등등에 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항은 없다.

다만, 선수들이 우 지사와의 면담 때 "제주에서도 빙상경기의 대중화", "저변인구 확대" 등의 얘기를 한 점, 그리고 제주도체육회가 앞으로 빙상종목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제주에서도 빙상경기를 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방안은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왕 선수들을 제주연고로 등록시킨 마당에, 최소 '빙상장'에 대한 구상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뭔가 얻으려면 뭔가를 줘야 한다"는 우 지사 발언의 속뜻은?

여기에 5월26일, 우 지사의 제주시 용담2동 주민과의 대화 때에는 "뭔가 얻으려면 뭔가를 줘야 한다"는 발언이 묘하게 연계된다. <헤드라인제주 5월26일 보도, 느닷없는 '대한항공' 얘기..."줄 것은 줘야지">

대한항공 A380 기종을 제주 정치장으로 등록하려다 실패한 일, 대신 A300기종 5대 정도라도 제주에 등록시켜 달라고 했는데, 뭔가 달라고만 하면 안되고 뭔가를 주기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 말에서는 대한항공에 줄 수 있는 것이 당면 현안 중에서는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증산허용이어서 이와 연계해 해석됐다.

또 '빙상장'과도 연계됐다. 대한항공 빙상팀의 유명선수를 제주연고로 이전하는 만큼의 줄 수 있는 '선물', 즉 빙상장을 만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도 들렸다.

어쨌든 이번 대한항공 빙상팀의 선수들을 제주연고로 이전시킨 것은 먹는 샘물 문제와 빙상장 두가지 측면과 연관된 듯 보이고 있다.

지하수 증산허용 문제와는 지나친 억측이라 할 수 있지만, 최소 경빙(競氷)사업과는 직접적으로 맞물려진 듯한 분위기다.

#경빙사업 논란 불거지는 시점의 '빙상' 화두는 우연일까?

국내에서 처음 경빙사업이란 말이 나온 것은 지난 1월26일.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 20명이 '제주특별자치도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경빙'이 화두에 오르게 됐다. 이달 중 제주에서 이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갖겠다고 밝히면서 서서히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의 확산이 예상된다

그동안 침묵을 해 오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단위 겨울철 스포츠테마파크인 '아이스심포니월드'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5월23일 보도, 단순 '경빙' 아니라 대단위 테마파크로 조성">

총사업비 9000억원을 투입해 약 70만㎡ 부지에 계절 영향과 비, 바람 등 기후 영향이 적은 실내 형태의 아이스링크와 스키장, 봅슬레이 체험시설 등 겨울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볼쇼이 아이스쇼와 같이 제주 전통문화와 특성을 담은 다양한 아이스쇼 프로그램과 함께 전 세계 스타급 선수들이 참여하는 스피드스케이트과 쇼트트랙의 국제빙상경주대회 등을 이곳에서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국제피겨스케이트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핵심시설로 조성되는 약 3만7000㎡ 규모의 아이스링크는 제주의 야간관광 활성화와 나아가 중국 등 해외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위한 촉매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에서 논란의 핵심은 '경빙'이다.

선수들로 하여금 빙상경주를 하게 하고, 빙상경주에 대한 승자투표권(勝者投票券)을 발매하고 승자투표 적중자(勝者投票 的中者)에게 환급금을 내주는 사행사업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을 구상한 JDC는 해외 관광객 유치와 재원확보 수단으로 경빙사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사행사업을 통한 돈벌이라는 점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따로따로' 일련의 상황...종국엔 '한 길'을 가다?

찬반 논란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우 지사의 대한항공 빙상팀 제주연고 추진은 논란의 흐름을 묘하게 바꾸는 기제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 '변화된 상황'을 이유로 해 경빙사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여론조성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명 선수를 제주연고로 등록한 만큼 그들이 제대로운 훈련을 받도록 빙상장이라도 만들어줘야 할 것이 아니냐는 논리가 생겨날 수 있고, 또 빙상장이 만들어지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빙상장을 경빙 등으로 해서라도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나타날 수 있다.

건물을 지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려는 찰나, 건물을 이용해야 할 사람들을 먼저 선발해 기다리도록 하는 격이다. 물론 비약적으로 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모두 '따로 따로'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제대로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경빙사업을 구상해온 JDC는 용역까지 해놓고 이의 내용을 공론화시키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야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또 이 용역은 제주도의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은 뒤로 빠진 채 "제주도와는 관계없는 일"인 것처럼 설명해 왔다.

그러다가 대한항공 빙상팀의 제주연고 추진이 이뤄졌다.

각각의 상황은 모두 따로따로 이뤄지고 있으나, 종국에 가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상황"으로 귀착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태범 선수나 이승훈 선수의 제주연고 이전은 도민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나, 경빙사업 논란이 불거질 즈음 급박하게 이뤄진 '빙상'의 화두는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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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2011-06-05 23:15:01 | 220.***.***.154
경빙장이라도 합시다. 뭘 좀 먹고 살아야지.
이왕 대한항공 빙상팀 모셔온거 뭐 하나라도 보여줘야지.
이것저것 반대하면 우린 뭘먹고 삽니까

한라산 2011-06-05 18:35:34 | 49.***.***.159
정말 고단수다 ㅡ도민에게는 경빙장 논의 던져놓고 빙상팀 유치라
물어보지나 말지

전면 수정 2011-06-05 16:59:11 | 122.***.***.69
뭔지는 단언못하겠지만 노림수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경빙장은 안될말.
그냥 빙상장은 용납이 된다 하더라도 떳떳하게 빙상장 건설계획을 밝혀야 한다.
테마파크다 뭐다 하다가 경빙장 끼어서 불란 만들지 말고.

종국은 2011-06-05 15:32:55 | 121.***.***.116
역시 헤됴제주는 다르네요
긴가민가하던찰나 제대로운 해석이 나왔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