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간' 언론보도, "거품을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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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간' 언론보도, "거품을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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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3) 쏟아진 뉴스, "왜 동정 대상으로 보는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길을 걸어가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대형마트를 가보면 아이들로부터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까지 비장애인의 시선들이 집중되는 것은 언제나 내 휠체어이다.

이러한 현상의 여러 원인들 중, 한 가지는 미디어매체에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각 언론매체에서는 어김없이 장애복지 관련 보도들이 흘러 나왔다.

매년 4월 20일이 끼여 있는 주가 되면, 장애인의 날 주간으로 정하여 그 한주동안은 각 방송매체에서 뜨겁게 관심을 받은 장애인들, 사회적인 장애인의 제도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예전에 비해 언론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모습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아직은 장애인의 인식이 그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 동정의 대상으로만 비춰지는 것 같다.

어느 종합 뉴스에서 한 정치인이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장애인생활시설을 찾아가 장애인들을 보며, 눈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 보도를 보았다. 국민들에게 ‘나 이런 면도 있다’라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오히려 그 정치인이 더 불쌍해 보였다. 가식적인 웃음과 눈물 속에서 정말 진실한 마음은 단 한군데도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공중파 언론매체는 이날,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에 인권 보장을 외치며 농성 중인 그들의 모습은 무시한 채, 정부의 그럴싸한 보도 자료만을 받아 더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언론매체에서는 정부가 장애복지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었고, 그 보도를 접하는 비장애인들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있겠지만, 정작 정부는 중증 장애인 당사자가 정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중증 장애인들을 생각해주고 위한다는 듯이 각종 정책들을 만들지만, 사실은 정치인 자신들이 좀 더 해결하기 쉽고, 편리하게 하고자 해 만들어 놓은 장애복지 정책이며, 흥미위주의 반짝하고 순간뿐인 장애관련 보도와 기사들의 각종 언론매체들이다.

정부는 장애복지 정책을 제정할 때, 중증 장애인 어느 한명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물어보았을까? 공중파 언론인들은 얼마만큼 중증 장애인의 삶을 알고 있을까?

현제 공중파에서 제작하고 방영하고 있는 장애인관련 프로그램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고 보여주기 식으로만 제작하는 것 같아서 나는 한두 번 시청하고 다음부터 시청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고자 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정말 원하고, 꼭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정책들과 언론매체들의 거품을 뺀 보도들, 그리고 장애인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들이 좀 더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양은선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웹와치 사업단.<헤드라인제주>
모든 장애인들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대상도 아니고, 꾸준히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아니며, 불쌍히 여기는 동정의 대상 역시 아니다. 중증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선택하며 책임져나가야 할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서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1급 중증 장애인이며 최고의 삶을 위해 나의 일과 자기개발에 열의를 담아 생활해가고 있다.

현재 나는 한국방송통신대학 미디어영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기도 하다. 영상제작에 관심 있고 직접 제작하는 중증 장애인들의 미디어 모임에도 나가고 있으며, 이 모임은 단지 호기심과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주제가 되기보다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최가 되어 사회적 문제들을 영상으로 제작 한다.

내가 직접 제작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허구성이 가장 적고 현실적인 중증 장애인의 삶을 담고 싶다. 이것이 지금 나의 가장 큰 꿈이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가장 큰 꿈도, 최고의 삶을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들도 최선을 다해 현실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헤드라인제주>

<양은선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웹와치 사업단>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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