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도 감탄, 그 딸기의 비결은?
상태바
적군(?)도 감탄, 그 딸기의 비결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는이야기] 아라주는 딸기 베테랑 김수길씨
"고된 농사, 직접 판매가 힘 실렸죠"

14일과 15일 주말을 맞아 제주시 아라동에서 열린 '아라주는 딸기' 축제 현장. 한해 동안 자식같이 고이 기른 딸기를 전시한 농민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딸기농사 경력 8년째인 김수길씨(60)도 열심히 딸기를 실어 나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 온 잔뼈 굵은 농민들에 비하면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이런저런 고생을 다 겪은 딸기 베테랑이다.

김씨는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수확된 딸기는 꿀맛"이라며 자신있게 딸기 한 알을 건넸다.

오경익 아라딸기영농조합장(왼쪽)과 포즈를 취하는 김수길씨(오른쪽). <헤드라인제주>

# 쪼그려 앉은 자세..."병원비 만만치 않더라고요"

8년전 봉개동 인근으로 이사를 오면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는 김씨. 오히려 옛날부터 농사를 지어오지 않았던 터라 요령이 없어 더 고생을 했다고 토로했다.

"딸기 농사의 99%는 앉아서 하는 작업이에요. 소위 말해 '검질메는 자세'로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데, 병원에 가니 이 자세가 허리에 가장 무리가 가는 자세라고 하더라고요."

여름에 묘종을 심고 가을에는 묘종을 이식하고, 봄에는 비닐을 덮어 수확하는 과정까지 모든 작업이 쪼그려 앉아서 진행되다보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딸기를 수확하는 작업도 비닐 하나하나 구멍을 뚫어서 손가락으로 뽑아내야 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농민들이 아직도 허리통증으로 병원신세를 지면서 농사를 짓고는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딸기 농사를 지으면 감귤 농사보다 소득이 많아 좋은 줄로만 알지 병원비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아요."

비가 세차게 내리기라도 하면 딸기의 상품성이 뚝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이야 다 마찬가지겠지만 딸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특히나 하루하루의 날씨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죠."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김수길씨. <헤드라인제주>

# "직접 딸기를 판매하니 농가에 힘이 실렸죠"

하지만, 아무리 고되다 하더라도 딸기 농사만큼 보람찬 농사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감귤 농사처럼 넓은 땅을 필요로하지 않을뿐더러, 고생하면 고생한만큼의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축산농가에서 소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듯이 딸기 농가에서는 정말 자식처럼 재배해고 있습니다. 맛이 없을 수가 없죠!"

특히 그는 지역 딸기농가들이 모여 조성한 '아라주는딸기영농조합(조합장 오경익)'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김씨는 조합이 생기고 나서부터 상인들의 횡포로부터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유통망이 없어서 상인들이 부르는 값으로 딸기를 판매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조합이 생기면서 직거래 장터도 함께 운영되니 아쉬울 것이 없어지더라고요."

농사를 처음 짓기 시작하고 3년간 청과물 상인들로 인해 마음 고생을 했다던 김씨는 조합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노지 딸기의 경우 하루 정도만 지나면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다보니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헐 값에 딸기를 판매할 수 밖에 없었다는 김씨.

"영농조합이 생기면서 농민들도 딸기를 따로 판매할 수 있게돼 목소리에 힘이 실렸죠. 이전보다 거의 배 이상의 가격을 받게됐어요."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 "적군(?)도 '아라동 딸기'는 인정해줍디다!"

계속해서 그는 동네 자랑을 늘어놨다.

"아라동에서 딸기 축제를 열다보니까 딸기 유통구조가 변했거든요. 굳이 아라동 주민이 아니라도 제주도에서 딸기를 짓는 농가들은 이제 '아라동'하면 무조건 인정해줘요."

제주지역의 경우 아라동을 포함해 화북동, 삼양동, 봉개동 인근의 지역에 딸기농가들이 형성돼 있다. 이들 모두 아라동 딸기를 으뜸으로 쳐주며 모두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것이다.

딸기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한 김수길씨. <헤드라인제주>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김수길씨. <헤드라인제주>

"먼저 따뜻해지는 곳에서 딸기가 수확되다보면 고지가 낮은 화북동 부근의 딸기가 가장 먼저 수확되고 아라동, 봉개동으로 올라와요. 판매되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나다보니 부딪히지 않아서 더 좋죠."

이날 축제에도 봉개동 부근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찾아와 아라동 딸기를 3~4박스씩 사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경쟁자고, 쉽게 말하면 적군(?)인데도 딸기를 사러 와주신다니까요? 고마우면서도 그만큼 아라동 딸기가 인정받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형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있는 밭에서 딸기를 수확했다는 김씨. "농사짓는 여건이점점 좋아지니 신바람이 난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