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개탄한 휠체어 이동, "그것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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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개탄한 휠체어 이동, "그것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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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2) 장애인 휠체어 보행권, 멀고 멀었다

지난 3월 30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의 주관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 배낭여행 올레투어를 다녀간 적이 있었다.

참가자 모두가 경치는 장관이라서 매우 좋았으나 내리막길과 울퉁불퉁한 길이 많아서 안전하게 다닐 수가 없는 불편한 여행이었다고 토로했었던 적이 있다.

그들의 말에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고개가 숙여졌지만, 타지역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제주도에 대한 불평을 듣자 가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언젠가 이런 보행과 관련된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지라고 머릿속에 새겨넣고 있었는데 지난 장애인주간에 기회가 왔다. 서귀포지역의 중증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신문사 기자가 찾아온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린 기자에게 인터뷰처럼 틀에 박힌 기사 말고 몸소 체험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기자는 선뜻 응해줬다. 기자에게는 센터에 있는 수동휠체어를, 나는 전동스쿠터를, 이연희 팀장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짧은 거리이지만 서귀포시의 한 구획에 “바퀴 탐험”을 시작했다.

서귀포시내의 인도 상황은 우스갯소리로 안마기다. "덜컹덜컹.. 쿵"

인도가 요란한 만큼 휠체어장애인들 몸과 장기까지도 '덜컹덜컹..쿵'이다. 인도가 운동기구도 아닌데 그곳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에 식은땀이 나고 힘이 빠진다.

가는 곳마다 턱이 있고 또 인도로 들어가는 입구는 불법주차차량이 막아서 그 불편한 인도마저도 이용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차들이 달리는 도로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턱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벽이 되는 것이다.

기자는 출발할 때부터 어쩔 줄 몰라 했다. 1km 남짓한 거리를 가는데도 수많은 장애물이 도처에 있었다. 보도블럭의 단차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올라가지 못하고 낑낑거리자 지나가던 어르신이 얼른 밀어주신다. 당황한 듯한 기자의 모습에 나는 생긋 웃으며 “인심이 좋죠?”라고 되물었다.

작은 턱, 잘못 놓인 화단, 경사진 보도블록으로 인해 기자의 입 밖으로 한숨소리가 새어나올 때마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인터뷰만으로 나올 수 없는 체험이었을 것이다.

도착지인 동문로터리에 다다르자 수동휠체어를 타고 경험을 한 기자는 “후~” 하고 큰 한숨을 몰아쉬면서 장애인의 보행권의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개탄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쓴 웃음을 지었다. 장애인들은 이게 일상인 것을 10분여 거리를 1시간여 가는 체험에도 혼쭐이 났다고 하니.. 이처럼 직접 자신이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가 보다.

전동휠체어 배낭 여행자들의 다녀왔던 올레코스는 앞으로 차츰차츰 고쳐나가기 위해 많은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치자, 하지만 지역사회 생활권 범위에 있는 보도는 어떤가?

보수할 때, 새롭게 만들 때 편의시설 조사기준표에 의거하여 만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 기자와 함께 체험을 했던 일호광장에서 동문로타리의 구간은 어느 것 하나 그 기준표에 합당 한 것이 없었다.

제주특별자치도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 조례에 ‘제2조 보행권이라 함은 보행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라고 나와 있고 보행약자는 보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ㆍ노인ㆍ장애인 및 임산부 등을 말하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장은 보행약자를 포함한 모든 보행자들이 걷기 편안한 거리를 만드는 책무를 수행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김미영 팀장. <헤드라인제주>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전체국민에 해당되는 보편성에 관련되는 사항이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아니 장애인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는 특수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되는 권리이다. 어느 광고에 “같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나또한 같은 생각이다.

인간이 자기를 포함한 세계나 그 속의 사상(事象)에 대하여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인 ‘가치’라는 단어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같이’라는 단어가 더 중요한다고 본다. <헤드라인제주>

<김미영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기획총무팀장>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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