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형효..."제 별명 '모범사나이'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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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형효..."제 별명 '모범사나이'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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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김형효 어린이...장관표창 받은 사연은?
역사.화석 이야기 '줄줄'..."선생님이 될거에요!"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와트'라고 들어보셨어요? 커서 선생님이 되면 꼭 가볼 거에요!"

수줍게 시작한 대화. 한국의 역사와 세계 문화유산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신이났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13살 형효는 캄보디아가 어디 있는지, 어떤 유래를 가졌는지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여든 아홉 번째 어린이날을 맞이한 5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삼양초등학교 6학년 김형효 어린이는 '모범어린이'로 선정되며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모범어린이상을 수상한 김형효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소개해주는 김형효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도련1동에 위치한 홍익아동복지센터에서 살고 있는 형효. 많은 어린이들을 제치고 모범상을 타게 된 형효는 어른스럽기로 학교와 센터 선생님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있다.

제주도내 어린이단체와 기관들 중 모범어린이를 추천받는다는 공모에 홍익아동센터 선생님들은 주저없이 형효를 꼽았고, 이후 심사를 거쳐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품행이 단정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어린이'로 장관상을 받게됐다.

의젓한 형효를 보며 선생님들은 '모범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형효는 "모범사나이요? 뭐 나쁘지는 않아요. 좋은 별명인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센터에서 서랍장 정리나 침구류 정리 등은 아이들이 직접 하게끔 돼 있다. 형효는 여기에 더해 선생님들이 하는 빨래나 청소 일거리를 곧잘 거든다.

"빨래를 걷을 때쯤 됐겠구나 생각이 들면 어느새 형효가 마른빨래를 한가득 들고 들어오고는 해요. 마음이 통하는 사이랄까요?" 함께 생활하는 양인열씨는 형효가 기특하기만 하다.

일손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방에서 생활하는 14명의 어린이 중 형효의 동생들도 제법 여럿. 형효는 동생들에게도 선생님이 힘들지 않게 도와달라고 틈틈이 이야기하곤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할 일을 도맡는 형효가 더욱 기특한 이유다.

모범어린이상을 수상한 김형효 어린이, 양순열 선생님과 사진 한 컷. <헤드라인제주>
모범어린이상을 수상한 김형효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림 그리기 상을 포함해 다독상, 인성상, 모범상 등을 해마다 5~6장씩 꼬박꼬박 챙겨오고 있다. 어제는 학교에서 예절배려상을 받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형효.

요즘 초등학교에서 상을 쉽게 주는가 싶었더니 그런것도 아니다. 센터에서도 형효만큼 상을 자주 받아오는 친구는 드물다. 특히 책읽기를 좋아해 반에서도 '독서왕'으로 꼽힌다.

호기심 강한 형효는 기어코 선생님에게 왜 상을 주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선생님께 왜 자꾸 저한테 모범상이나 예절상을 주냐고 물어봤어요. 받을만 하니 주는 거라고 주는대로 받으라던데요?"

올여름에는 두 개의 자격증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자 5급 자격증과 한국사 검정시험.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높은 시험이지만 거뜬히 해낼 자신감을 보였다.

형효는 5학년이 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구석기, 신석기 시대는 줄줄 꿰차고 있었다. 공룡이나 조개 등의 화석 이야기가 나와 있는 책은 몇번을 되짚으며 읽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크면서 생각해보니 이모(센터 선생님을 이모라고 부른다)들을 더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13살 어린이는 이제 다 컸으니 선생님이 힘들지 않게 더 일을 거들겠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들이 형효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특출나게 돋보이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어느덧 부쩍 자란 형효를 보면서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중학교가서도 이모들 힘들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죠.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선생님이 될 거에요. 앙코르와트는 선생님이 되기 전에 갈 수 있겠죠?"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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