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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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는 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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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개월 노숙투쟁 마무리한 고대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늦었지만 합의하게 돼 다행...아쉬움은 많아요"

지난해 초겨울 시작된 제주도청 앞 천막농성.

어느 해보다 혹독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노동자들의 농성은 멈출줄 몰랐다. 잇따른 천막농성장 강제 철거에 따른 충돌, 천막없는 노숙투쟁, 그리고 단식투쟁.

무려 161간 이 싸움은 지속됐다. 그리고 2일 마침내 제주특별자치도의 중재로 노사합의가 전격 이뤄지면서 길고 길었던 도청 앞 노숙투쟁은 정리됐다.

2일 낮 제주도청 앞.

그동안 현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여왔던 노동자들은 노숙투쟁에 사용했던 물품들을 차량에 싣거나 청소를 하고 있었다.

도청 주변에 가득 내걸렸던 현수막들도 말끔하게 철거됐다.

2일 노사합의가 이뤄진 후 도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철수준비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노숙투쟁에 사용했던 물품들을 차량에 싣고 있는 노동자들. <헤드라인제주>
마지막 짐을 싸며 뒷정리를 하고 있는 고대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기분이 후련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죠. 물론 지금부터 시작이지만."

이날 합의는 제주의료원, 도립예술단, 우성아파트1단지, 동서교통 등 4개 사업장의 노사갈등 문제가 일괄적으로 타결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 내용을 보면 그동안 노조측이 요구했던 것에 크게 양보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그는 이를 '힘없는 노동자 현실'에서 이유를 찾았다.

"이번 투쟁으로 우리 노동자들과 조합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알게 됐어요.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 "합의는 했지만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앞으로 잘 감시해야죠"

고대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헤드라인제주>
고 본부장은 "161일간 투쟁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을 보다보니 시원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면서 특히 이번 투쟁과 교섭과정에서 제주도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

고 본부장은 "제주도는 이번 교섭과정 등에서 자신들은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면서 "제주도가 이번 노동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주체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중재'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 도정이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해주는 그런 도정은 아니었다"면서 "우근민 지사는 노사관계는 법보다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자신은 한번도 투쟁현장에 나와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은 도정에 전혀 도움될 것이 없으며,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나 너무 늦게 나섰다"라며 "노동자만을 위한 도정은 아니지만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도민이라는 생각을 가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 본부장은 "솔직히 길고 긴 투쟁 끝에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아직 투쟁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 합의사항 외에도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있고,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감시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소고발 문제도 남아있다. 지난해 이뤄진 첫번째 노정교섭이 파행으로 끝날 당시 고 본부장이 마이크와 책상을 파손하며 재물손괴 혐의로 고발당했고, 당시 제주도청 안으로 들어와 시위를 벌인 노동자들이 미신고집회와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제주도에 고발당했다.

또 노숙투쟁현장 철거 당시 항의했던 부장원 민주노총 조직부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고 본부장은 "우선 합의가 이뤄진 사항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검찰 등에서 잘 판단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자유주의 경쟁에 도민과 노동자가 희생돼선 안돼...언제든 다시 싸울 준비하겠다"

특히 고 본부장은 노동문제가 발생한 사유가 신자유주의 경쟁에서 모든현안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도민과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대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헤드라인제주>
"이번 제주의료원 문제같은 경우에는 제주의료원을 공공의 병원이 아닌 수익을 내야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 가장 큰 문제로 특히 이번 단체협약 개정내용 중 인사경영권 부분은 의료원 측이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이뤄진 것. 제주도는 제주의료원이 도민병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공공성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를 노동조합이 책임져 왔다. 그런데 김승철 원장이 들어오면서 공공성이 아닌 경제성에 입각한 시각으로 바라봤고, 적자의 원인을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고 본부장은 "이번 단체협약 인사경영권 문제 등에 대해 합의가 아닌 협약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조측이 너무 많이 물러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좀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합의는 한쪽이 거부하면 절대 이뤄지지 못하는 체계지만 협의는 양쪽의 논의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더 좋아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원장이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만약 김 원장이 다시 신자유주의 경쟁의 입장에서 의료원을 운영하려고 한다면 다시 싸움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아직 제주지역 노동현안이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여미지식물원 문제를 비롯해 많은 현안사안이 남아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만약 제주도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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