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빨간 오토바이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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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빨간 오토바이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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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미소가 아름다운' 집배원 김용국씨
"고된 업무에도, 친근한 주민들 참 고맙죠"

"집배원을 어려워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누군가는 막 대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편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은 참 고맙죠."

동네 어귀에서 마주하게 되는 집배원 아저씨. 요즘은 노인정이나 마을회관 어르신들의 잔심부름을 거들기도 한다. 그들이 옆집 이웃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노인들 뿐만은 아니리라.

"저는 누군지 가물가물하더라도 저를 알고 있는 분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어느덧 12년째 편지를 싣고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김용국씨(42). 활짝 미소를 띈 그는 오늘도 반가운 인사를 먼저 건넸다.

집배원 김용국 씨. <헤드라인제주>
# 집배원의 매력? "누구나 친근하게 대해주세요"

제주시 동지역 110여명 집배원들의 집합소인 신제주 노형동 우편집중국. 모처럼 하루치 일처리가 빨리 끝난 그와 대화를 나눴다.

"집배원이요? 물론 쉬운일만은 아니지만 보람찬 일이기는 합니다. 특히 우편물을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하죠." 일부러 우편물을 받으러 마중나와 시원한 음료를 건네는 주민들은 큰 감동을 전해준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주시 이도2동과 도남동을 순회하며 우편물을 배달하다보니 웬만한 주민들이 어디쯤에 사는 이들인지, 무슨 직업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어렴풋이 파악하게 됐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조금씩 알게되더라고요. 물론 예전에 이야기를 나눠봤던 분이라도 얼굴이랑 잘 매치가 안될 때도 많죠."

그는 집배원의 매력으로 시민들이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첫 손에 꼽았다. 사람들과 친밀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동네를 오래 돌다보면 저도 그렇지만, 주민들이 먼저 알아봐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집배원일을 하다보니 생긴 그만의 철칙이 있다. 이왕이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그것이다. '어디서 봤던 분인데 긴가민가 싶네'라는 생각이 들면 먼저 인사를 하곤 한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우편물 왔습니다'라는 말만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 제가 일할 힘도 안날뿐더러, 제가 하는 일의 의미가 반감되지 않겠어요?"

집배원 김용국 씨. <헤드라인제주>
# 고된 업무...벨 눌렀다고 흉기로 위협까지?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업무는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여전히 고된 일이다.

아침 7시 전후로 출근해 하루치 할당량을 마칠때까지 우편물을 배달하게 된다. 오후 3~4시쯤에 끝나기도 하고, 늦어지면 저녁 6시까지 꼬박 배달업무에 나서야 한다.

"일제시대에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의 직업들을 뺏아가면서도 집배원은 엄두를 못냈다고 하더라고요. 주민들과 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고된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해요."

배달을 하다보면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한번은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자 문을 두드렸어요. 그런데 문을 두드린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동료중에는 벨을 눌렀다는 이유로, 흉기로 위협당한 사례까지 있다하니 그들의 고충이 어렴풋이 전해졌다.

그외 환경도 열악하다. "집배원 하시는 분들중에 개한테 한번 물려보지 않으신 분은 없을껄요? 예전에 개에게 물렸을때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나 한참 고민했는데, 일하는 시간때문에 미루다 보니 그냥 지나치게 됐어요."

캐나다의 경우 동네에 방치된 개의 분비물에 집배원이 미끄러져 부상을 당하자, 지역 자체적으로 개 분비물을 치우지 않으면 우편 배달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정도 까지는 불가능하다 해도, 조금 더 근무환경에 신경써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죠."

집배원 김용국 씨. <헤드라인제주>
# "배달되는 우편물 보면 사회 흐름이 읽혀요"

우편물의 추세를 보면 사회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최근에 배달되는 대부분의 우편물들은 휴대폰 요금 고지서, 카드요금 고지서, 전기세.전화세 고지서 등이 가장 많다.

"아무래도 편지 같은 우편물은 상대적으로 줄었어요. 다들 휴대폰도 있고, 인터넷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사회로 변하다보니 대부분의 우편물은 고지서인 경우가 많아요."

사회현상에 따라서도 우편물의 추세가 조금씩 달라진다. "한참 홈쇼핑이 유행할때는 홈쇼핑 책자가 어찌나 넘쳐나던지...또 그런 책자가 여간 무거운게 아니거든요. 고생 좀 했었죠."

신용카드가 남발되던 시기에는 카드발급 우편물과 카드관련 고지서가 쏟아져 나왔다. "동네에서 카드사의 이벤트 같은 것이 열리고나면 그 다음주에는 카드발급 우편물이 급증하고는 했어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은 김용국씨. "그러고나서 한 반년 후에는 신용불량자를 통보하는 우편이 유난히 많아지더라고요."

#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이 최우선이죠"

주중에 집배원으로 열심히 살았다면 주말에는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한다.

중학교 3학년인 큰 딸과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3학년인 두 아들은 주말이 되면 아버지를 따라 곧잘 도서관을 방문한다. "썩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더라도 막상 같이 가면 책을 잘 읽더라고요."

최근에는 고입 입시를 준비하는 큰딸의 학업이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특별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바쁜 아내를 위해 설거지나 청소 등도 종종 그의 몫이 되고는 한다. "요리같은 것은 못하지만 설거지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으니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기는 해요."

앞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도 주저치 않고 '가족의 건강'이라 답했다.

"물론 공부까지 잘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성적에 연연하며 너무 실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선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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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아저씨 2011-04-25 22:33:05 | 49.***.***.91
박외순씨의 남편 아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