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이 정도 갖고 그래요? 아직 할 일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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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 정도 갖고 그래요? 아직 할 일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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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장한장애인 대상 수상자 김려선씨의 '좋은 생각'
"수상보다 추천해 준 이웃들의 마음이 더 고마워요"

홀로사는 노인들과 장애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

올해 제주특별자치도 장한장애인대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려선씨(46. 제주시 건입동)가 그 주인공이다. 제31회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 그는 '장한 장애인 대상'이라는 영예의 상을 받는다.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이면서도 자신보다 남을 도울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널리 전해지면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자랑하기 위해 남을 도운 것이 아니라며 한사코 거절하던 그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 힘들었던 유년시절..."생각을 바꾸니, 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3살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를 절게 되면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가뜩이나 내성적인 성격에, '장애'라는 자괴감에 속앓이는 더욱 컸다.

올해 장한장애인대상 수상자인 김려선씨. <헤드라인제주>
태어난 후 줄곧 생활해 온 고향(제주시 구좌읍)에서 제주시내로 이사를 온 후에는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혼란도 많았다. 학교에 가기 싫을 정도로 마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급기야 스무살 무렵에는 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릴적부터 유난히 정이 깊었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인데다 장애를 갖고 있어서 정말 옆에 있어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결국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렇게 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참여하기 시작했죠."

비록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자신을 변화시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 첫 성과물이 바로 제주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합동결혼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장애인 부부에게 합동결혼식을 주선해 면사포를 씌워준 것이다. 장애아동 통합보육시설 운영에도 참여했다.

제주정신건강복지연구소에서 재활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홀로사는 노인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가정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주는 일에서부터 식사를 챙겨주고, 경로당 급식봉사활동에도 주기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건입동 주민자치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유년시절의 힘들었던 기억, 그는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해 '해야 할 일'을 부단히 찾아나서는 것으로 마음을 이겨냈다.

몸도 불편한데, 일을 억척같이 하지 말고 좀 편안히 쉬면서 하라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의 열정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

아직 더 움직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은 일도 많기 때문이다.

"형편도 넉넉하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남을 돕느냐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하지만 아파 본 사람이 아픈사람 마음을 더 잘 안다고 내가 힘들게 살았으니 힘든사람들 마음을 더 잘알지 않겠어요? 그래서 도울 수 있는거에요."

올해 장한장애인대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려선씨가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수상한 기쁨보다 추천해 준 이웃들 마음이 더 고마워요"

그에게 올해 장한장애인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물었다. 상을 받는다는 기쁨 보다는 추천해 준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표시했다.

"사실 저보다 열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요?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 상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를 생각해준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기뻐요."

그의 말대로 이번 장한장애인대상 후보자 추천에서는 건입동에 사는 이웃주민 40여명이 그를 추천했다. 수상 자체의 의미보다는 이웃의 추천이라는 점에 그는 마음이 더 쏠리는 분위기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고 하면 '내가 지금 도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며 발을 빼거나 '나중에 돕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내일이라는 것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다른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김려선씨.

그가 바로 진정한 '장한 장애인'이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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