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의 차이, "호전되고 있나, 악화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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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차이, "호전되고 있나, 악화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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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심상치 않은 해군기지 문제 팩트의 복잡한 전개

제주 해군기지 갈등문제는 풀리는 쪽으로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일까.

일련의 갈등문제 전개상황을 보면 헷갈리기 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복잡하게 얽혔던 상황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상황이 오히려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본적 원인은 어떤 차원에서 문제를 들여다 보느냐 하는데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달 들어 해군기지 문제의 팩트는 크게 세갈래로 진행돼 왔다.

하나는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취소의결 관련, 다른 하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우근민 제주지사에 요구한 공개 정책토론회의 개최 관련, 세번째는 양윤모씨의 구속사태 등 해군기지 건설공사의 계속적 진행 등이다. 물론 이들 팩트는 서로 연관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각각 따로 떼어내어 들여다 보면 첫번째 절대보전지역 취소의결에 따른 제주도당국의 재의요구와 관련해서는 변화된 것이 많다는 점에서 진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두개의 팩트는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자.

▶첫째,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취소의결 문제.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의회가 지난달 15일 제280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에 대해 이달 6일자로 '재의요구'를 했다.

재의요구를 한 이유는 4가지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현행 의회관련 법령은 그 의결사항을 취소하거나 번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번안(飜案)제도를 두고 있는데, 취소의결은 그 번안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즉 취소의결은 법령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재의요구'를 하기 위한 유권해석에 따른 의미부여일 뿐 실제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도의회가 취소의결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든 것은 2009년 12월. 이 안건의 처리과정에서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지난 2-3월 중 수 차례에 걸쳐 정부에 요구한 내용이 수용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 화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도의회는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 그리고 법적 소송이 끝날때까지 해군기지 공사 중단 이 두가지를 요구했으나, 정부가 답변요청 시한내 어떠한 답도 주지 않은 것이 도의회 내지 도민에 대한 무시로 비춰진 것이다.

재의요구에 대해 아직 도의회는 어떻게 하겠다는 내부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종전 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3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제주에 내려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입장을 밝혔고, 발언의 내용대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주변지역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지원위원회를 수립해 당장 11일 첫 회의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상황변화 수위에 대해, 도의회 내부에서는 이제 상황이 차츰 풀리고 있다는 유화적 입장을 보이는 쪽, 그리고 이미 물을 엎질러 놓고 뒤늦은 미봉책으로 실타래를 풀려 하고 있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이는 쪽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물론 이번 재의요구로 취소의결의 법적효력이 어느정도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도의회가 재의요구에 대해 기분좋게 봐주지 않는데는 정부쪽 잘못이 크다.

4월3일에 밝히고, 일주일도 안돼 지원협의회 구성까지 일사천리로 하는 정부가 왜 도의회가 요구할 당시에는 묵묵부답이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늦깎이 피드백 때문에 취소의결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일단 극한 대립국면은 피하게 됐지만, 절충점까지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강정마을 주민들이 우근민 지사에 대해 제안한 해군기지 문제 관련 '공개적인 정책토론회'에 대해 제주도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일이다.

이 과정에서도 '엇나감'이 큰 듯 하다. 강정 주민들이 정책토론회를 제안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으나, 그 이면에는 일련의 전개과정에 대한 답답한 심정이 들어있었다.

최소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주도당국은 자꾸 '정부의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부의 지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정책토론회를 여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는 뻔한 결론의 회신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황식 국무총리의 '해군기지 당위성' 설명이나 '공사중단 불가론' 등도 강정주민들로 하여금 '생각의 여유'를 주지 않는 기제가 되고 있다. 오로지 '잘살게 지원해줄테니' 해군기지 수용하라는 강요에 다름없다.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역 내' 정책토론회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이 한계가 있다는 제주도당국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갈등상황의 전개과정은 제주도가 강정주민의 입장을 제대로 정부에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비롯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뭔가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굳이 정책토론회가 아니더라도, 최소 그에 상응하는 대안, 즉 우 지사가 강정마을 방문을 통한 대화의 시간이라도 갖겠다는 등의 회신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민선 5기 출범 후 모처럼 대화가 이뤄졌던 도정과 강정 주민과의 관계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영화평론가의 양윤모씨가 구속된 일도 그렇다.

사실 이 문제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가슴아픈 일이다. 한시적 공사중단 요구는 강정주민은 물론 도의회에서도 요구했던 일이다.

더욱이 지난 절대보전지역 취소의결을 기점으로 해 강정 주민들은 일시적으로나마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취소의결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강정 해안가가 훼손되는 것을 막아보고자 했던 양씨가 크레인 차량 밑으로 들어가 처절한 몸부림을 하다 붙잡혀간 것이다.

물리적 충돌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그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이 일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강경 투쟁 얘기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3가지 팩트의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가 풀리는 쪽으로 나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더욱 어렵게 꼬여가는 것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듯 하다.

다만, 강정 주민과 도정 간의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강정 주민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격앙된 모습인 반면에, 제주도당국은 "국무총리의 발언과 후속조치로 근본적 문제가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며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엇나감이 앞으로 어떤 또다른 상황을 몰고오게 될지는 예측불허다. 꼬인 실타래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분위기가 무척이나 심상치 않아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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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차이 2011-04-12 13:07:48 | 59.***.***.23
도정의 시각은 아주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죽을맛이지만,도정은 돈놀이 하기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돈만 잘 지원해주면 강정 주민 마음이 풀릴줄 알고 있습니다.

나그네 2011-04-11 00:09:24 | 118.***.***.150
요즘 제주의 소리에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헤드라인 제주가 다른 목소리로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 같군요. 그러나 걱정은 됩니다. 지금은 초심이 있어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좀 더 커지면 제주의 소리처럼 변질될까 우려가 있습니다.

애독자 2011-04-10 21:11:06 | 49.***.***.171
해군기지 문제의 현상황 잘 짚었네요
해드라인제주는 이래서 좋아요
주욱 나가세요 흔들림없이

결사반대 2011-04-10 17:35:53 | 211.***.***.25
결코 나아지는 상황은 없습니다
더 악화되고있어요
어찌어찌 헷갈리는 임명직 인사땜시 도정성향이 혼돈되는 부분은있으나 이제 곧 본질이 드러날겁니다

제주도민 2011-04-10 14:01:48 | 117.***.***.82
심도 있는 분석기사 보기 좋습니다. 요즘 제주의 소리가 점점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속상했는데 헤드라인 제주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헤드라인 제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