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무법자들'..."여기 사람 안보입니까?"
상태바
도로의 '무법자들'..."여기 사람 안보입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수첩] 장애인마라톤대회 비양심 차량에 '한숨만'

운전을 하며 눈살을 찌푸릴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꼬리물기나 이중주차, 불법U턴 등은 말할 것도 없겠고 신호위반 사례도 심심찮케 목격된다.

물론 일부 운전자들에 한해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그 일부에 의해 도로는 조금만 틈이 생기면 무법지대로 변한다. 전쟁통이 되는 도로때문에 얌전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한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지난 7일 오전 열린 장애인마라톤대회에서는 그 일부의 비양심적인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

장애인마라톤대회의 코스가 차량에 점거됐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출발해 제주도 문예회관을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장애인마라톤대회를 위해 해당 도로구간이 1시간 가량 일부 통제됐다.

대회는 3차선 도로의 1차선을 빌려서 진행됐다. 교차로에는 교통경찰을 배치해 교통흐름의 혼잡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몇몇 '무법자'들에 의해 일대 혼란을 빚게된 것은 대회의 스타트를 끊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걸음이 느린 참가자들의 앞 대열과 뒷 대열에 약 5m가량의 공간이 생기자 그 사이를 비집고 U턴하는 차량이 목격됐다. 그의 용기에 감명을 받은 것일까. 뒤이어 오던 차량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차량의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자칫 보행자와의 충돌사고가 날 뻔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차량이 대열의 틈으로 U턴을 시도했다. 저 멀리서 보고있던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하자 제 궤도를 되찾은 차량.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러서 기어코 U턴을 성사시켰다.

오죽이나 바빴는지 알 길이야 없지만, 천연덕스럽게 차를 몰고가는 운전자를 보며 대회 참가자들은 눈을 흘겼다.

장애인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코스를 침범해 U턴하는 차량.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코스에 침범한 차량. <헤드라인제주

도로위에 경계용으로 설치된 안전바는 용도가 무색했다. 차가 조금 밀리는 듯하자 몇몇 차량들이 고속도로 갓길을 지나듯 안전바를 침범했다.

교차로에서는 절뚝거리며 빠른 걸음을 내딛지 못한 장애인에게 여지없이 경적소리가 울려댔다. '무법자'들의 횡포에 모처럼 한껏 들떠있던 장애인들은 찬물을 뒤짚어썼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대회 참가자들. 눈 앞에 차량이 지나가면서 사고가 날뻔했던 한 장애인에게 기분이 나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괜히 도로를 막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답했다.

모든 구간에 봉사자나 교통경찰들을 배치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애초에 행사자체를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할 것이 아니라, 코스를 다른 곳으로 바꿨어야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인지 꼭 짚어내지 않더라도 현장에 있는 이들이었다면 공감했을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내지 못한 운전자들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로상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활짝 웃으며 걷다가 급격하게 침울해진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더한다.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감안하면 포장이 잘 된 도로를 코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대회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문제가 아닌 도덕의 문제라 이를 강요할 수는 없겠다. 최소한의 양심만이라도 지켜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코스를 침범해 U턴하는 차량.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