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에 뒷짐지던 道...후속 대응만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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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비'에 뒷짐지던 道...후속 대응만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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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비 내린 7일 전후 상황으로 본 제주도 당국의 안일함

일본발 '방사능 비'로 온 제주 섬이 술렁였다. 우려했던 바와 다르게 방사능 비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만큼의 방사성 물질은 섞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 섬을 적신 빗방울에 극소량의 '방사능 물질'이 섞여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감과 공포심을 심기에 충분했다.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는 비가 내리기 하루 전인 5일, 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기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정부와 관계기관이 안일한 태도와 말바꾸기로 국민들의 분신감을 자초하고 있는 만큼, 제주지역의 상황에 대해서는 제주도가 나서서 도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에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인체에 해를 미칠 만큼은 아니"라며 불안심리를 진화하는데 주력했다.

제주도 당국도 "방사성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시간이 흘러 6일 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섞인 비였다. 방사성 물질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제주도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이튿날인 아침 등굣길, 출근길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어린이,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비가 잠시 멈춘 시점에서도 우산은 접히지 않았다. 방사능 비를 맞을까하는 걱정과 우려에서다.

대형마트에서는 어린이용 비옷이 불티나게 팔렸고, 편의점의 마스크, 우산 판매 매출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불안심리가 확산되자 그전까지는 제주도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했던 제주도 당국도 태도를 바꿨다. 후속 대응책을 하나하나 내놓기 시작했다.

방사능 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축 방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농작물 수확도 일시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양식장에 대해서는 바닷물 취수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윽고 방사능 피해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농축산식품국, 청정환경국, 해양수산국, 수자원본부, 경찰청, 해양경찰서, 교육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으로 TF팀을 꾸렸다.

TF팀은 방사능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각 부서별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상황보고서를 작성, 행동요령을 전파하는 임무도 맡았다.

이처럼 상황이 발생한 뒤에는 일사천리였다.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후속 대응을 척척 내놓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의 TF팀도 구성됐다.

그런데 '한 템포'가 아쉬웠다. 이미 불안감이 싹 터 있는데, 그제서야 '방사능 피해가 예상되므로 가축, 농작물, 수산물을 관리하라'는 지침은 불안감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물론 발생하지도 않을 상황에 대비해 미리 겁먹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제주도 당국에서도 방사능 비에 대한 언급을 삼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시민사회단체나, 각종 기관에서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면 한 번쯤은 귀 기울일 필요가, 제주도 당국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다행히 방사능 비 공포 이틀째인 7일 밤과 8일 아침 사이 내린 비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원전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일본발 방사능 피해가 얼마든지 제주를 덮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행정 당국에 대한 불안감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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