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 안전하다" 해명에도 불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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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비 안전하다" 해명에도 불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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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소방방재본부 '걱정마라' 자료...타당성 부족
"가능성은 있다면서?" 경직된 움직임에 우려 확산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이 비에 섞여 제주를 덮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민사회의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제주도가 다시 한번 '여론 잠재우기' 진화작업에 나섰다.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등을 인용하며 신빙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 의구심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소방방재본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사성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소방방재본부는 "제주대학교 방사선응용연구소(송성준 박사)에 의하면 한반도로 올 수 있는 편서풍에 '방사성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아주 미미한 양"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대 방사선응용연구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서귀포 기상대 등과 공동으로 방사선량률 및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고 있는데 5일까지 제주에서 측정된 방사선량률은 66~85nSv/h, 방사성요오드의 양은 0.321mBg/㎥"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떨어진 빗물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소방방재본부는 "4일 채취한 빗물에서 0.357Bg/l의 방사성 요오드가 나왔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농도의 물을 하루에 2리터씩 1년동안 마셔도 0.0057mSv정도에 불과해 방사선 피폭 연간 허용치의 0.028%수준"이라고 밝혔다.

# "현재 방사선량이 궁금한게 아닌데요?"

전문기관이 조사를 통해 주장하는 것 같이 방사성 비를 맞더라도 인체에 무해할 수 있겠으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들이 내놓은 자료는 하루, 이틀 전의 과거를 기준으로 파악한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에 방사성 비가 내릴 수 있는 오늘(6일) 밤이나 내일(7일)의  방사선량이 어느정도 분포될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현 상황이 아닌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어제의 방사선량과는 무관하게 내일 방사능 구름이 제주로 몰려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제3국의 발표에 대한 해명도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5일 독일기상청은 일본기상청으로부터 제공받은 '후쿠시마 방사능 확산 예측 정보' 등을 기초로 작성된 시뮬레이션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6일께 일본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고기압의 회전에 의해 후쿠시마 방사능이 편서풍을 타고 제주도와 부산 등 한반도 남해안에 일부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이에 대해 "독일기상청이 한반도에 방사선물질이 유입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지상에서 발생하는 기상상황에 따른 단순한 예측자료일 뿐"이라며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해명은 가능성은 낮겠지만 방사능이 유입될 여지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며칠 전까지만 언론과 여러 매체를 통해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될 일은 없다고 주장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 '방사능 비' 가능성 열면서...대비책은 없다?

물론 방사성 비가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만약'의 여지를 배제한 채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 정부의 발표에 도민들은 의문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이 유입될 일이 없다고 못박다가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며 여론이 악화되자 처음 주장을 뒤엎은 사례도 도민들의 신뢰를 상실케 했다.

앞선 독일기상청의 발표도 '예상'이지만 정부의 설명도 아직까지는 '예상'이다.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지, 심각한 사태로 변할지는 겪어봐야 아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행정의 대비책은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인다. 좋지 않게 흘러갈 상황에 대한 대비는 커녕 어떻게든 여론을 잠재우는데만 주력한다는 지적이다.

관련당국이 쉬쉬하는 사이에 교육청은 자구책을 마련했다. 학생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제주도교육청은 7일 '방사능 비 예보 관련 야외활동 자제' 공문을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등.하교 시 우산 및 비옷 착용 지도 △이번주 중 야외활동 및 현장체험학습 자제 △외출 및 식사 전후 손씻기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등의 지침을 내렸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학교 휴교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으나, 최소한의 대처방안은 준비했다. 당초 교육과학부의 지침을 기다린다고만 답했던 교육청 당국이 한 걸음 내디딘 사례다.

방사능에 의한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현재, 만약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관련당국의 경직된 움직임은 도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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