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 '해군기지 발언'을 수용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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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 '해군기지 발언'을 수용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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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한 단상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제주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사건에 대해 국가공권력의 잘못으로 수많은 도민들이 희생되었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또한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자고 역설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4.3의 교훈을 승화시켜 제주 땅에서 ‘평화와 인권’이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5년 1월 27일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이제 남은 자인 우리에게는 4.3의 아픔과 한(恨)을 승화시켜 제주를 ‘평화의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명실상부한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 길만이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4.3 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길이다.

그러나 지금 제주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평화와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정부는 국가안보를 빙자하여 도민과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로 인해 제주는 수년 동안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고통을 받고 있다.

강정마을공동체의 평화는 파괴되었고 주민들의 인권은 유린되었다. 강동균 회장을 비롯한 상당수의 주민들에게는 ‘전과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4.3의 아픔과 한(恨)이 아직까지 절절함에도 또 다시 공권력의 잘못으로 도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3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저녁 간담회에서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도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미숙함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정부 스스로가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지원계획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정주민들의 공사중단 및 원점재검토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필자는 총리의 말을 듣고 낙담을 했다. 결국 강정주민들만 희생된 채 해군기지가 건설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그 날 밤 강동균 회장을 만나 해군기지는 강정에 건설될 수밖에 없는 것 같으니 차라리 받아들이고 지원계획이 내실 있게 만들어지도록 노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헤드라인제주>
강동균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도로 넓히고 건물 짓는 따위의 지원계획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을 했다. 또한 그 다음날 아침에는 전화로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제 총리의 말은 때려놓고 ‘왜 때리냐’고 항의를 받자 ‘미안하다. 치료비는 대 주겠다’라고 말하면서 계속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받아들일 수가 있나”

필자는 강동균 회장의 대답을 들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직도 4.3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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