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꼭 그곳에 세워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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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꼭 그곳에 세워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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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9>현이랑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정지원팀

현이랑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정지원팀.<헤드라인제주>
얼마 전 일이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친구의 차를 타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호텔 예식장으로 향했다. 친구는 지체1급의 중증장애인으로서 나보다 더 능숙하게 운전을 잘한다.

예정된 약속시간 보다 늦게 만난 우리는 혹시나 예식에 늦어질까 하는 조바심에 서둘렀고, 예식시간이 다 되어 아슬아슬하게 호텔입구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주차장은 만원을 이루었고, 친구의 차량이 장애인 차량이었던지라 곧바로 장애인전용주차장을 찾았다. 하지만 장애인전용주차장 또한 만원이었다.

시간은 촉박했고 친구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비록 지정주차구역은 아니었지만 장애인전용주차장 바로 옆에 출입하는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차를 하고 하차 하려는 찰나, 호텔 관계자가 뛰어나오더니 여기는 지정된 주차구역이 아니니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는 우리 차는 장애인차량인데 장애인전용주차장에 못 세우고 어쩔 수 없이 여기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하였지만, 그래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직원의 말에 화가 난 나는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을 살펴보았고 주차된 차들이 장애인차량이 아닌 것을 확인 후 직원에게 다시 얘기를 하였다.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세워진 일반차량을 먼저 단속하는 것이 순서가 아닙니까?”
직원은 미안한 기색 없이 “그럼, 차를 빼드릴 테니 주차하십시오.”그러는 것이었다.

결국 장애인전용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3대의 비장애인 차량 중 1대만이 빠지고 나서야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예식이 시작되고 난 후 예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장애인차량이 아닌 일반차량이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원 미만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표기된 표지판이 붙여져 있는데도 꼭 그곳에 주차를 하는 사람들과 꼭 얘기를 해야만 못 이기는 척 들어주었던 직원의 불성실한 태도,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직접 운전을 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장애인들에게 운전은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외출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에는 사회적으로 많은 불편함과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하루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만 이용이 가능하고 시간적 제약이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내 스스로 운전을 하며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자립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사회는 장애인전용주차장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로 지정을 해놓았다. 중증장애인은 휠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승차, 하차할 경우 그만큼의 공간의 필요하므로 장애인전용주차장이 일반주차장보다 공간이 넓고, 장애인이 이동하는 경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위치도 입구와 가까운 곳으로 하고 있다.

다른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주차하는 것도 문제이고, 장애인전용주차장이 입구와 가까이 있어서 불법주차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것보다 더 한 것은 장애인 출입할 수 있는 경사로 앞을 가로막고 주차하는 것이다.

경사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및 그 외 계단으로 오를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을 위하여 설치한 일종의 편의시설이다.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 혼자 편하자고 무심코 한 행동 때문에 경사로를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너도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생각 없이 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처럼 내가 이 업종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법이란 것은 꼭 지켜야만 하는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건강함과는 거리가 먼 불만이 가득한 사회분위기를 만들뿐이다. 우리 모두가 기본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지키는 분위기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안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드라인제주>

<현이랑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정지원팀>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헤드라인제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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