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골치 아픈 해군기지 문제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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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골치 아픈 해군기지 문제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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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근민 지사는 통 큰 결단을 내려야"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헤드라인제주>
우근민 지사는 지난 18일 해군참모총장과의 대화에서 "나는 지금도 화순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화순 주민이 수용한다면 땅을 인수받고 해군기지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결국 다시 강정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하며 "나는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우지사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런 입장에서 우지사가 구상했던 윈윈전략은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화순 주민의 동의를 얻은 다음 강정이 아닌 화순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우지사의 그런 윈윈전략이 성공했더라면 제주도민은 물론 해군도 만족했을 것이고 해군기지 문제로 인한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지사의 윈윈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더욱 아쉬운 점은 우지사가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강정 해군기지 수용을 천명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해군기지 문제는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었고 이제는 난제 중의 난제가 되어 버렸다.

우지사는 지난 15일 도의회의 취소의결 직후 재논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굉장히 골치 아프다"며 기자들의 질문조차 받지 않았다. 이는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우 지사의 심경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한 굉장히 골치 아픈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자체가 전혀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첫째,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해야 하고, 둘째, 입지 선정이 적정해야 하며, 셋째,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정당하고 상당한 보상이 있어야 하며, 다섯째, 평화의 섬과 양립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첫째, 국가안보상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면,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해상교통로 보호와 원양작전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대양해군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그런데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대양해군 정책은 사실상 폐기되었다.

그 대신 연안에서의 북한 도발 격퇴에 필요한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연안해군 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강정 해군기지는 이제 국가안보의 필요보다는 해군의 조직 확대를 위해 건설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입지선정의 적정성에 대해 살펴보면, 강정마을은 애당초 해군기지 후보군에도 없던 곳이다. 그런 곳이 뜬금없이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된 것이다. 더군다나 강정 앞바다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요즘 세상에 그런 곳을 매립하여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셋째,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대해 살펴보면, 강정마을의 선정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공작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또한 선정 이후에는 강정주민들의 반대를 계속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를 정면으로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도의회에서 동의의 하자를 이유로 취소의결까지 했겠는가.

넷째, 정당하고 상당한 보상에 대해 살펴보면, 그동안 정부의 행태에 비추어 보면 정부는 그럴 보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필자는 처음에는 제주도민을 무시해서 그러는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양해군 정책이 폐기되어 이제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하게 줄었는데 구태여 상당한 보상까지 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렇게 보상을 하느니 차라리 해군기지 건설을 포기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결국 정부는 대양해군정책을 부활시키지 않는 한 생색용 이상의 보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평화의 섬과 양립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면, 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인해 제주도는 갈등의 섬으로 전락했고 강정마을공동체의 평화는 파괴되었다. 강정마을회의 표현대로 해군기지 문제는 이제 제2의 4.3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처럼 폭력적이고 반 평화적인 방법으로 들어오는 강정 해군기지가 어떻게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가 있겠는가.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총체적으로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어 문제투성이다. 따라서 이대로 강행을 한다면 강정 해군기지는 굉장히 골치 아픈 문제로 영원히 남게 되어 제주를 끝없는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재앙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우지사가 강정 해군기지 수용 선언을 철회하고 정부에 대해 해군기지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정당하게 다시 추진할 것을 건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래야 굉장히 골치 아픈 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물론 그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나 이는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우지사는 제주도민이 뽑은 제주도민의 도지사이지 해군의 도지사가 아니다. 이제 우지사는 도민의 편에 서서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처음 구상했던 윈윈전략의 진정성을 인정받게 되고 제주도민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다.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지사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해 본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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