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 교육격차' 줄인다던 교육감, 기숙형高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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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교육격차' 줄인다던 교육감, 기숙형高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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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양 교육감 발언과 '따로 노는' 교육청 방침

지난해 6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시행한 제학력평가 결과, 중학교 1학년 영어의 경우 제주시 동지역과 읍.면지역 평균 점수차가 11.1점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동지역과 서귀포시 읍.면지역을 비교했을 때는 제주시 동지역이 12.6점 높았다. 서귀포시보다는 제주시의 평균점수가 높았다.

산남-산북 간, 도시-농촌 간 교육격차가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이같은 교육격차는 제주 교육계에서 오래도록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다.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 교육의원 후보들은 교육격차 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해 표심을 흔들었다.

양성언 교육감도 올초 <헤드라인제주>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읍.면지역 고교 활성화'를 통해 산남-산북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 교육청 당국은 읍.면지역 기숙형 고등학교 육성에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제주도교육청은 농어촌 지역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해소하고,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물면서 학업에 전념해 학력을 높이겠다는 목적 아래, 올해까지 읍.면지역 고교 8개교에 대한 기숙형 고교 전환을 완료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기숙사를 설립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숙사 고교의 아침.저녁식사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은 학생들이 내는 돈으로 충당된다. 학생들을 관리하는 '사감', 당직 교원의 인건비 등도 여기서 빠져 나간다.

일선 학교의 기숙사 운영비가 빠듯한 이유다. 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기숙사 이용 학생들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일 여력이 없다.

예산 부족으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않고,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아지면서 당초 기숙형 고교의 목적이었던 '학력격차 해소'는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도-농 간 학력격차를 줄이는데 뜻을 같이 하고 올해부터 각 학교에 5000만원, 모두 4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지만, 또 그 액수가 그리 크다고 볼 수도 없겠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읍.면지역의 학교를 살리려는 모습에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읍.면지역 고교를 '활성화'시키겠다던 교육청 당국은 한 템포가 늦었다. 올해 제주도교육청은 읍.면지역에 위치한 기숙형 고등학교 8개교에 운영비 명목으로 학교당 500만원을 지원했다.

교육청의 변명도 일리가 있다. 기숙형 고교에만 예산을 따로 지원하게 되면 다른 학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제주자치도의 예산 지원 방침이 전해지자, 뒤늦게 기숙형 고교 예산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교육청보다 한 수 빠른 제주자치도의 지원, 그리고 양성언 교육감 발언과 '따로 노는' 교육청의 방침. 교육청은 과연 어떤 방안을 내놓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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