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문화예술단체 "장동훈 의원 '미신공화국' 망언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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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문화예술단체 "장동훈 의원 '미신공화국' 망언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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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평화재단으로부터 '4.3 위령제'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장동훈 의원(한나라당, 노형 을)이 위령제의 '추모 굿' 행사를 '미신 공화국'이라고 문제삼은 가운데, 4.3과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이 장 의원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회장 오석훈)를 비롯한 7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도의원이 도정의 경제기관으로 재단의 사업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입각한 사견을 공인으로서 공석에서 행했을 때는 망언이 된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가 '미신공화국'이라는 도의원의 발언은 제주4.3과 제주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지키려 노력해온 학자와 예술가 관련단체에게 권력을 남용한 폭거"라며 "4.3과 제주의 전통문화에 대한 도민사회의 의식수준을 다시 한 세대쯤 후퇴시키는 무분별한 도발"이라고 분개했다.

이들 단체는 "도의원은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이를 조정해야 하는 존재이며, 민의를 제대로 수렴해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대의기관의 일원"이라면서 "그런 존재감은 망각하고 스스로 개인적 종교적 신념에 매몰되어 오랜 역사성을 지닌 4.3추모굿에 대해 생트집을 잡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문화와 종교는 문화의 다양성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장 의원은 4.3추모굿에 대해 무지하며 무책임했고 세심하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이들 단체는 "장 의원의 편견에 가득 찬 발언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번 발언의 책임을 통감하고 4.3영령과 4.3유족, 제주도민에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엄숙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들 단체 대표들은 16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행자위와 장동훈 의원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다음은 공동성명을 낸 단체 명단.

△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회장 오석훈)
△ (사)제주전통문화연구소(이사장 문무병)
△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원장 강만생)
△ (사)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
△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소장 윤용택)
△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대표 김평담, 김용범, 양동윤, 윤춘광)
△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중요 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회장 김윤수)

[전문]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제주의 굿’이 아직도‘미신’이라고 낙인찍혀야 하는가?

공인의 직분을 망각한 한나라당 장동훈 의원의 망언을 규탄한다.

제주도의회 행자위 ‘장동훈 의원’은 3월 14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 중 제주4·3평화재단으로부터 63주년 4·3사건 위령제 준비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위령제의 굿을 문제 삼으며 ‘제주도가 미신공화국 운운’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도의원이 도정의 견제기관이라는 자격으로 재단의 사업에 대한 공적인 입장에서의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될 게 전혀 없지만,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입각한 사견을 공인인 도의원으로서 상임위원회라는 공석에서 행했을 때는 망언이 된다.

제주도가 ‘미신공화국’이라는 도의원의 이 한마디는 제주4·3과 제주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지키려 노력해온 양식 있는 학자와 예술가 관련단체에게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취향을 공적인 권력을 이용해 남용한 폭거였으며,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4·3과 제주의 전통문화에 대한 도민사회의 의식수준을 다시 한 세대쯤 후퇴시키는 무분별한 도발이기도 하다.

더욱이 권위주의 시대였던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도 아니고, 2010년 유네스코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하는 문화사적 쾌거를 이룬 지금, 시대착오적이고 비문화적인 의원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둔 폭력적 발언으로 인한 참담함은 더욱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방송 캠페인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1만 8천 신들의 고향, 제주’라는 낯익은 타이틀은 기실 제주굿 속의 ‘본풀이’가 그 기원이다. 최근에는 전통문화자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결과로 이들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산업 경쟁력까지 정책적으로 운위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제주의 전통문화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굿’은 한때 미신타파의 대상으로 몰리는 수난을 당한 적도 있었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영위해 온 전통문화, 특히 기층 민중문화의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생명력 질긴 문화전통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굿은 굿판 하나에 통합적으로 결합된 본풀이(신화), 기메전지, 놀이굿 등이 어우러져 육지부의 굿보다 학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이며 문화원형적인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굿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제주 굿의 특색을 인정받아 일찍부터 국가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최근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런 우리의 전통문화를 장 의원은 미신이라고 못 박았다. 지금이 일제시대인가? 아니면, 새마을운동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의원은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이를 조정해야 하는 존재이며,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여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대의기관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런 존재감은 망각하고 스스로 개인적 종교적 신념에 매몰되어 오랜 역사성을 지닌 4·3추모굿에 대해 생트집을 잡는 것은 결코 4·3을 위해서나 제주의 전통문화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4·3이 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4·3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4·3의 쓰나미가 쓸고 지나간 그 처연한 역사의 현장, 제주 사람들은 말 못할 억울함에 가슴을 움켜쥐고 침묵하면서 천형의 시간을 숨죽이고 살아내야 했다. 4·3희생자들의 제사의례마저 불온시하여 속칭 ‘가메기 모른 식게’를 쥐도 새도 모르게 치러야 했던 그 시대에, 제주민중의 응어리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게 했던 것은 개인집에서 조용히 치러지던 속칭 사가(私家)굿이었다. 집집마다 “칭원하고 원통하게” 돌아가신 부모형제를 위무하기 위해 산 자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던 것은 남모르게 동네 심방 모셔다가 죽은 이들의 넋을 치유하던 무혼굿이었던 것이다. 굿은 그렇게 처참한 살육의 시간을 지나 반백 년 동안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했던 4·3희생자들의 벗이요, 유족들에게는 해원의 탈출구였다. 이 나라가, 이 나라의 정부가 피맺힌 백성들의 삶을 모른 척 억누르고 외면할 때 곁에 있었던 것은 유사 이래 조상들이 행해 오던 ‘굿’이었던 것이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4·3희생자에 대한 최초의 위령행사 역시 ‘굿’을 통해 이루어졌다. 1990년 가을, 현재의 평화로 변 애월읍 상가리(소길리) 원동교차로 부근에서 원동마을의 4·3유족들은 옛 마을 터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부모와 마을 주민들을 위령하는 ‘무혼굿’을 벌인다. 당시 유인물에는 굿을 개최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무자년 음력 10월 13일 군인들에게 희생당하고 어린아이들 몇 명만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해변가나 고아원으로 흩어져 살았습니다. 순식간에 부모를 비명에 보낸 아이들은 냉대와 굶주림 속에서 모진 목숨을 부지하며 원통함과 그리운 마음을 가슴 속에 꼭꼭 묻고 이제 어언 40대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자나 깨나 비명에 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드리지 못함을 자식 된 도리로서 항상 뼈저리게 안타까워 몸부림치다가 지금에야 비로소 돌아가신 분들의 영전 앞에 무릎을 꿇고 빌고자 위령제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굿은 어느 종교보다 먼저 피맺힌 유족들의 ‘자식 된 도리’를 가장 낮은 곳에서 행하는 민중들의 전통적인 위령의례였다. 오랜 옛날 우리 조상의 조상이 그러해왔듯이.

1989년 제주4·3연구소를 포함한 11개 민주단체가 당시 권위주의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4월제 공준위’를 결성하여 제주시민회관에서 <제41주기 4·3추모제>를 공개적으로 개최할 때도 맨 처음 치러진 추모제의 일정은 정공철 심방의 ‘초감제’굿이었다.

1998년 제주지역의 4·3관련단체들은 ‘4·3 50주년 학술문화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제주4·3 5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이때 치러진 기념사업의 백미는 한라체육관에서 12시간 동안 치러진 ‘해원상생의 큰 굿’이었다. 이 행사는 4월 2일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이어졌는데, 참여한 유족들은 밤새 통곡을 하며 자리를 지켰다. 그 삼엄했던 시절을 견뎌왔던 억울함을 큰 굿의 판에서 풀어내고 해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집된 4·3해결에 대한 도민과 유족들의 결연한 의지는 1999년 12월 4·3특별법을 쟁취해냈고, 그 법을 통하여 4·3의 법적·제도적 해결을 위한 장도에 올랐던 것이다.

이처럼 제주4·3과 제주의 무속굿은 4·3의 지난하고 엄혹한 시절을 함께해 온 동반자였으며, 4·3굿 자체가 4·3진상규명운동 역사의 한 갈래이기도 했다. 장 의원이 제주4·3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제주의 굿은 피맺힌 제주도민과 유족의 한을 푸는 해원의 굿이었다.

모든 문화는 민주주의다. 혹세무민하지 않는 모든 종교는 문화의 다양성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역으로 어떤 종교에도 혹세무민의 위험성은 존재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사회적 관용과 공동체적 삶의 상식선을 넘어설 때 그것은 반사회적인 것이 된다. 어떤 경우 그것은 광기로까지 발전한다. 지난한 세계사는 우리들에게 그 편견과 광기의 역사가 어떻게 종말을 고하는지를 보여준다. 미신이라는 종교적 낙인찍기는 결국 선량한 민중들에게 빨갱이의 낙인을 찍었던 것과 흡사한 비이성적인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결국 반민주적인 파시즘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 의원은 4·3추모굿에 대해 무지하며 또한 무책임했고 세심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것은 장 의원과 다른 종교관과 가치관을 지닌 또 다른 사회의 주체들에게는 공인의 본분을 망각한 정치적·문화적 폭력이기도 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4·3은 엊그제 일본을 덮친 쓰나미같이 당시의 제주민중들에게는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미증유의 국가권력에 의한 대학살이었다. 이 대학살의 와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철부지든 노약자든 모두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리고 그들은 반 백 년의 세월을 숨 막히게 살아왔다. 그들은 그 지난한 세월 동안 심방들의 본풀이 사설에, 굿자락에 한 맺힌 가슴을 풀어냈다. 굿은 4·3으로 상처 난 영혼들에게 그런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정교분리의 원칙이라는 지반 위에 있다. 최근 이런 정교분리에 의한 종교적 다양성이 훼손되는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드문, 다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범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도민의 대리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공인으로서, 도의원의 직분을 넘어서는 월권적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런 논란은 우리 사회의 성숙한 문화적 수준을 몇 세대나 후퇴시키는 구태일 뿐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결코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다.

이 성명서를 채택하는 우리 서명단체들은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지키는 학문적 활동과 전통예술 및 문화활동을 경주해왔으며, 또한 일부 단체는 4·3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운동과 4·3예술운동의 전위에서 활동해오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입장에서 이런 소모적인 생트집으로 도민사회를 반목하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말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장 의원의 편견에 가득 찬 발언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번 발언의 책임을 통감하여 4·3영령과 4·3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엄숙히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망언이 공석에서 버젓이 논의된다는 것은 도의회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향후 이런 망언이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2011. 3. 15.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회장 오석훈)
(사)제주전통문화연구소(이사장 문무병)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원장 강만생)
(사)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소장 윤용택)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대표 김평담, 김용범, 양동윤, 윤춘광)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중요 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회장 김윤수)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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