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담은 셔터..."세계와 견줘도 제주풍경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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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담은 셔터..."세계와 견줘도 제주풍경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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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9> 칠순 포토 프리랜서 김남순 씨
"고향땅 풀 한포기도 정겨워요" 11일 개인사진전

30여년전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을 뿌리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어렸을적 꿈을 쫓아 시작된 사진작가의 길. 쉽게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을 고집하며, 수도 없이 셔터를 누르면서 작품을 담아왔다.

발품을 판 만큼 주의의 인정을 받게됐고, 명예도 동시에 따라오게 됐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켠의 허 한 마음을 채울 길이 없었다.

인생의 후반기도 지나 어느덧 황혼기를 맞이하게 된 프리랜서 사진작가 김남순씨(71)에게 허전함을 달래는 수단은 고향땅이었다. 고향 제주는 언제와도 그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그는 "호랑이도 죽을때는 고향쪽을 본다고 하지 않습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김남순 씨. <헤드라인제주>

# 사진작가의 길..."안정된 사업 아쉽지 않아요"

우연찮케 맞이한 그와의 이야기는 좁은 차안에서 이뤄졌지만, 진솔함만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제주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가족을 따라 서울로 가게됐죠." 이후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사업을 꾸려나갔다.

그러던 중 30대 후반의 나이, 어느정도 사업이 안정되다보니 소싯적 꿈을 다시 꾸게 됐다. 어렸을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던 그는 거창해 보일지라도 '진짜 예술'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항상 어디를 가더라도 캔버스를 들고 다녀야하고 또 시간도 한참 소요되잖아요. 어느날 문득 사진집을 보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김남순씨의 작품 성산일출봉. <헤드라인제주>
김남순씨의 작품 민오름. <헤드라인제주>

사진으로도 충분히 예술성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명 작가들의 사진집을 독파하는 것을 기점으로 사진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어찌어찌 스스로 배우면서 기술을 익혀갔어요. 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더라고요." 전문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서울 유명대학의 사진아카데미를 찾아갔다.

막연하게 시작했지만,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배움과 더불어 열의까지 더해지니 사진에 푹 잠기게됐다. 나름 튼실하게 꾸려가던 자동차정비 공구사업을 제치고, 포토 프리랜서로 전향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 11일 개인 사진전, 제주의 아름다움 담아냈다

이후에는 나름 탄탄대로를 달렸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작품전은 물론 국제 사진콘테스트에서도 수 차례 입상했고, 지난 2000년에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남북 사진작가 교류전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 전시됐다.

또 작가들의 사진을 구매자와 연결해주는 포토에이전시로부터 "꼭 필요한 사진이 있다"며 전액경비 부담을 조건으로 북미-남미 순회를 요청받기도 했다.

그의 사진집 '잔영(殘影)'에는 이 같은 행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직 많이 모자라죠. 보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오늘(11일) 제주도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개인 사진전이 준비되어 있다 .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들이 소개된다.

"지난해 10월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더 늦어지면 해보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에 서울 인사동에서 개인 사진전을 열었거든요. 그런데 제주에 사는 중학교 동창들이 직접 찾아오겠다 그러더라고요."

서울까지 찾아오는게 얼마나 고생이겠냐는 생각에 "그럴꺼면 내가 제주에 내려가서 사진전을 열겠다"고 대뜸 동창들과 약속했다. 그렇게 준비된 전시회 겸 동창회는 11일 오후 5시에 열리며, 17일까지 이어진다.

김남순씨가 사진집에 실린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세계 어디를 가도 제주만한 곳이 없어요"

"전국 방방곡곡을 둘러보고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제주도만한곳이 없어요." 제주도의 풍광이 어느곳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해졌다.

정말 아름다운 제주를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10년전부터 제주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유채가 필때면 유채를 찍으러, 억새가 만개할때면 억새를 찍으러 해마다 고향땅을 밟았다.

"남들이 다 찍는 사진이 아닌 다른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주에 이런 모습도 있구나' 라고 감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요."

한번은 일출사진을 찍기위해 깜깜한 새벽녘 오름을 올랐다.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 산이란 산에서도 종횡무진했던 그였기에 '오름이 기껏해야 얼마나 어렵겠냐'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을 산행에 나섰다.

"정상이 여기겠거니, 여기겠거니 하면서 오르는데 중간쯤 가서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습니다. 오름을 우습게 봤다가 큰 낭패를 봤죠." 껄껄 웃으며 당시의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풀 한포기를 보더라도 내 고향 풀이 더 정겨운 법이더라고요. 모두 다 아들같은 작품들입니다."

김남순씨의 작품 비자림. <헤드라인제주>

# "사람의 발이 닿는 순간 자연은 훼손됩니다"

"불과 10년전까지만해도 노루가 뛰놀던 길이 지금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싹 변해있더라고요." 사람의 때가 타면서 훼손되고 있는 제주의 자연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태고부터 살고 있던 동물들이 제주의 진짜 주인이지 않겠습니까. 인간이야 나중에 내려온 것이지만 동물들은 누가 실어다 나르지 않았을텐데, 그렇다면 이들이 제주섬의 주인이죠." 하지만, 사람의 발이 닿는 순간부터 자연은 훼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루를 찍기위해 자주 가던 곳이 있었어요. 노루들이 벌판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양쪽에 나있는 길때문에 오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는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물었다. "제주에서 한번 더 사진전을 열고 싶습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소재지만 분명히 멋진 작품전이 될거예요."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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