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켠 밤, "해군기지 합당키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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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켠 밤, "해군기지 합당키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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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군사기지범대위, 4일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신용인 교수 등, '양립 불가' 역설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한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4일 저녁.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촛불을 손에 들고 하나 둘씩 제주시청 조형물 앞으로 모여들었다.

군데 군데 '해군기지 결사반대'라는 낯익은 노란 깃발도 눈에 띄었다. 이들 모두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추진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반대하는 마음 하나로 추운 날씨 속에서도 길거리로 나섰다.

이날 오후 7시 '해군기지 없는 제주 평화문화제'가 제주 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의 주최로 열렸다.

해군기지 없는 제주 평화문화제는 이제껏 열렸던 집회나 농성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평화의 섬' 제주를 기원하는 마음이 모여 한바탕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축제 분위기는 서귀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주의 밴드로부터 시작됐다. 레게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 답게 흥겨운 리듬으로 관객들과 한마음으로 제주 땅에 평화를 기원했다.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가 4일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가 4일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강동균 회장. <헤드라인제주>

# 강동균 회장 "도민 힘 합쳐 해군기지 위기 이겨내야"

한바탕 공연이 펼쳐진 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평화의 외침을 이어갔다. 오래간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강 회장은 "해군기지 때문에 몸살이 난 강동균"이라는 너스레로 포문을 열었다.

강동균 회장은 "제주의 최대 위기는 4.3사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픔을 치유하기도 전에 해군기지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최근 제주에서 조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와, 해군기지는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요즘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도정의 슬로건 중 하나가 국제자유관광의 섬이며, 또 내년에는 세계자연보전총회도 제주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런 식이면 전 세계인이 제주로 몰려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런 일들이 기쁘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려 한다"면서 "해군기지가 합당하느냐"는 물음을 평화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던졌다. 즉시 "아니다"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는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숱한 위기들이 있었는데, 민초들이 그것을 이겨냈었다"며 "또 한번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위정자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제주를 지켜나가자"고 목소리 높였다.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신용인 교수가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신용인 교수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 절대 양립 안돼"

해군기지와 양립할 수 없는 게 '한가지' 더 있다는 주장이 강 회장의 바로 뒤에 이어졌다. 그 주장을 제기한 이는 신용인 제주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

신 교수는 발언에 나서 '평화의 섬 제주'와 해군기지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해군기지가 국가안보상 필요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다면 해군기지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순간 시민들을 의아하게 했다.

곧바로 신 교수는 "그런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일방적인 힘으로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이를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는 "제주는 우리나라의 변방이고 도세도 1%밖에 되지 않아 항상 중앙정부에 휘둘리는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다"며 "지도자는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제주도민들을 위한 행정을 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공권력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파괴하는 공권력은 범죄"라며 "해군과 제주도, 제주도의회, 법원 모두 공범자"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21세기는 제주도민들이 주인이 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은 부당한 횡포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지만 대다수 제주도민들은 꿈틀도 하지 않은 채 주저앉아만 있다"며 "그러나 끈질기게 저항해 온 강정주민들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새 역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무너져 가는 세상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반드시 승리해서 인권이 꽃 피우고 정의가 강물과 같이 흐르는 제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가 4일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없는 평화문화제에서 이정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이정훈 목사-김경일 위원장 "생명 가치 존중해 평화 지켜야"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의 이정훈 목사도 마이크를 쥐었다. 이 목사는 제주가 지닌 '생명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시대는 제주가 지닌 생명 가치를 어떻게 이웃에 전할 것인가,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잘 살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이를 통해 제주가 생명의 섬으로 선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발언에 나선 김경일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은 일본 오키나와의 군사기지를 예로 들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 오키나와를 보면 한 번 들어온 군사기지가 다시 나가기는 어려운 것을 알 수 있다"며 "나가기 어려운 군대도, 들어오는 것을 막았던 주민들도 심한 마음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쪼록 제주도민들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평화를 지켜나가기를 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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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불가 2011-03-05 01:47:15 | 1.***.***.40
밤늦게 취재해서 기사 올리느라 고생많았습니다
촛불을 왜들었는가에 대해 보다 진실되게 알려야 합니다
이미 3년전에 끝난 논쟁거리인 평화의 섬과 양립가능하다는 논리는 괘변아닌감요

대한민국살리자요 2011-03-05 01:37:03 | 121.***.***.222
조승원 기자님, 촟불 든 저 어린이에게 4.3과 6.25사변을 알고 촟불을 들었냐고 취재 해 보셨나요? 해군기지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기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 할 때가 아닌가 이사람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삶이 악 조건하에 있는 독도에는 왜 군인들이 밤낮으로 보초서며 지켜야 하는가요? 그 기지도 평화롭게 아무도 없이 자연으로 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독도는 평화의 섬이 안 돼는 이유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