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풋내기, "유명 디자이너도 저에게 한 수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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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풋내기, "유명 디자이너도 저에게 한 수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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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7> 클레이아트 강사 서보라씨의 '당당한 도전'
악세서리 디자인-사회복지 경력 십분 발휘..."반응 너무 좋아요"

형형색색의 빛깔을 내는 점토가 다양한 모습의 형태로 변화되는 '클레이 아트'.

그냥 '찰흙놀이'아니냐며 혹자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 아기자기한 멋스러움은 함부로 평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

우연찮은 기회에 취미로 시작한 클레이가 너무 좋았다는 서보라씨(28)는 그렇게 클레이 공예작품을 만드는 직업을 택했다.

현재 그녀는 직접 작품을 만드는 것을 뛰어넘어 다른 이들에게 동일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에까지 나서고 있다.

클레이아트 강사 서보라 씨. <헤드라인제주>

# "이상봉 디자이너, 저한테 한 수 배웠죠?"

"일어통역과를 졸업했는데 도저히 제 일이 아니다 싶은거에요. 서울로 상경해서 일할거리를 찾아 헤맸죠."

6년전 성적따라 맞춰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악세서리를 디자인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게됐다.

평소 옷이나 악세서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흔쾌히 제안을 승락했다.

일하게 된 곳은 시중으로 판매되는 악세서리가 아닌 옷가게에서 디스플레이용으로 전시하는 악세서리를 판매하던 곳이었다. "뭐 특별한 방법에 대해 가르쳐 주지도 않고, 그냥 '뭐 만들어봐라'라는 식이었어요.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받았죠."

무작정 부딪혀보라는 방법으로 일을 시키기는 했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가게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이상봉씨까지 찾아오며 수십 수백개의 악세서리를 골라가고는 했다.

"그때는 어렸을때라 정말 멋모르고 시작한 일이거든요. 이상봉 선생님이 샵을 찾아왔는데 제가 만든 악세서리를 고르면서 형태를 조금 바꿔달라고 요청했었죠."

아무것도 몰랐다던 당시의 그녀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제안을 거절하며 "사장님. 이 디자인은 그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디자인이에요'라고 훈수까지 뒀다.

"귀엽다는듯이 웃으시면서 그냥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 없고 부끄러운 일이에요."

서보라씨가 만든 클레이아트 작품. <헤드라인제주>
서보라씨가 만든 클레이아트 작품. <헤드라인제주>
서보라씨가 만든 클레이아트 작품. <헤드라인제주>

# 이 악물고 버틴 생활..."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콧대 높은 사장님들을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터. '별의별 사람이 다있구나' 라는 인생의 진리도 새삼 깨달았다.

"목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밍크를 입은 사장들에게 돈으로 뺨까지 맞아봤어요. 니가 뭘 아냐며."

오기가 생기고 독기가 생겼다. 모르는게 많아서 대꾸를 할 수 없게되자 기를쓰고 디자인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일이 끝나면 곧바로 남대문이나 인근 백화점을 돌며 악세서리의 트렌드와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하루의 취침시간은 고작해야 두시간 남짓이었다.

2년동안 친구를 만난것은 딱 5번이었다. 그렇게 일과 집밖에 모르는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점차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가족이요. 일하면서 휴가를 세번 나갔는데, 첫번째 휴가에서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두번째 휴가에서 가족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세번째 휴가를 나오니 가족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세번째 휴가를 나와서는 도저히 일터로 복귀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장님에게 "가족과 떨어질 수가 없을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싹싹한 그녀가 아쉬웠던 샵의 사장님은 휴가를 한 주 연장해주고, 한 달 연장해주고, 1년 연장해주며 그녀가 복귀하기를 요청했지만, 한번 떠난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연락이 오세요. 다시 일할 마음이 없냐고. 하지만 한번 겪어보니 가족과 떨어지고 나면 아무것도 할 용기가 없겠더라고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자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경질적이고 무섭기만 하던 4남매의 맏언니는 살갑게 변했다.

"제가 생각해도 그전까지 가족들에게는 유난히 신경질적으로 대했던 것 같고, 별다른 애정표현 한번 해보지 못했어요. 변해야겠다 생각하니 쉽게 변해지던데요?"

클레이아트 강사 서보라 씨. <헤드라인제주>
서보라씨가 만든 클레이아트 작품. <헤드라인제주>

# "클레이아트 다들 너무 좋아하세요"

그녀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과 '당당함'이었다. 다소 힘들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도 거침이 없었다.

"다시 일할거리를 찾다보니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됐어요.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하게됐죠." 클레이를 접하게 된 것은 사회복지사 과정을 준비하면서였다.

"여가 선용 프로그램 같은것에 클레이를 배워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는거에요."

원체 손재주도 있던터라 만들어내는 작품마다 감탄사를 자아냈다. 하나 둘 제작한 작품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주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시청 인근이나 축제장 같은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케릭터 모형을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서서히 발을 들여놓던 그녀는 주변의 호응을 받으면서, 클레이 아트 사업소를 따로 내고 활동중에 있다. 지금은 사회복지사를 공부한 경력까지 포함해 클레이아트 교습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보육원이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요양원 등에서 클레이 아트를 가르쳐주고 있어요. 다들 너무 재미있어 하시고 또 좋아하세요."

그녀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쉽게 받아주려 하지는 않지만, 일단 교습을 시작한 곳에서는 활기찬 강의에 푹 빠져든다고 자랑했다.

서울 유명 디자인샵에서 자리 잡는것에 대한 미련이 없는지 물었다. "미련요? 조금은 남아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더 소중한 것을 얻었잖아요?"

그녀는 이날 동생들과 심야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며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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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아웃겨 2011-03-11 09:13:17 | 122.***.***.215
아니.. ㅋㅋㅋㅋ ㅅㅁㄷㄹ씨 ㅋㅋㅋㅋㅋㅋㅋ 대박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의팬 2011-03-05 08:50:26 | 121.***.***.13
언제나 해맑은 모습을 하고 계신거 같네요..항상 응원 할께요 ^^

2011-03-02 17:10:30 | 116.***.***.187
혹시 밑에 분 ㅅㅁㄷㄹ 씨 인가요?

서기퍼팬 2011-03-02 17:05:34 | 122.***.***.112
정말 이쁘시네요.....며짤언학겨세여?

박덕배 어린이 2011-03-02 13:34:36 | 211.***.***.89
유복한 얼굴이시다.
참 재주 많으신 분 같네요. 어쩜 점토로 저렇게 깜찍한 형상을 만들어내실까..
웰레스와 그로밋 같은 클레이메이션을 만들어 보아도 될 듯.

스마일 2011-02-28 16:15:10 | 119.***.***.130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난 분이시네요.. 기사를 읽다보니 오타가 있네요.. '악세사리-액세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