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으면, 1층 교육실은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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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없으면, 1층 교육실은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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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5) 김태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제주지역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분야를 통해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활동한지 5년이 넘어선 지금 필자는 한해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 사회가 중증장애인의 평생교육에 대한 권리보장이 나아지고 있는지 늘 생각 하게 된다.

장애인 평생교육분야에서 활동하기에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비장애인이 주류인 사회, 모든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환경, 그리고 내 자신이 지체장애1급 중증장애인으로 사회적 장애(편의시설 및 사회인식 등)때문에 활동함에 있어 불편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2년 전의 일이다. 평생교육에 관심이 많았기에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평생교육사 양성과정이 운영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평생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는 신청자격, 신청서류, 교육내용, 교육기간 등 꼼꼼히 살펴보았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교육원으로 향했다.

도착한 교육원 앞, 생각 외로 장애인 전용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3층 건물이라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건축법이 바뀌기 전에 지어졌다면 엘리베이터가 분명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7년 전 한라대학 사회복지과에 다닐 때 이런 문제로 학교와 싸웠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와 일부 통행로 경사로의 미설치, 설치기준에 맞지 않은 장애인화장실, 장애인전용주차장 등으로 인하여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과 싸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설마 잘되어 있겠지... 평생교육원인데... 그래도 조금은 불안...’

신청을 마치고 기관 직원이 안내해준 강의실로 이동하는 순간, 앞에 보이는 건 계단뿐이었다. 강의실은 계단 8개를 내려가야 했던 장소였고 엘리베이터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1층에는 강의실이 없나요?" 교육실이 없다는 말에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육실이 2개가 있었다. "교육장소를 옮길 수 있나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장소를 옮겨주시면 좋겠습니다."하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답변이 나왔다.

"여기 강의실은 교육과정이 진행 중이고 강의실이 바뀌면 사람들이 불편해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사람들이 좋은 분들이라 얘기하면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는데 거리낌 없이 도와줄 것입니다"라는 교육기관 직원의 말이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는 ‘모든 사람들의 평생교육권 보장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 직원이 그렇게 생각하니 뜻밖입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김태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헤드라인제주>

이것은 아직도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로 바라보는 인식과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이었으며 우리사회의 현실이 아직도 바뀌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또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교육신청을 하고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강한의지를 간직한 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 달 뒤 교육이 시작되었다. 강력한 항의 덕분인지는 몰라도 강의실도 출입이 가능한 장소로 변경되었다.

지금은 교육을 이수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고, 모임에도 참가하고 있다. 물론, 모임이 있으면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장소에서 하자고 늘 얘기한다. 이게 나를 위함도 있지만 우리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위와 비슷한 문제들로 인하여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헤드라인제주

<김태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헤드라인제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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