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교육' 발상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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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교육' 발상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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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서귀포시 '명품교육도시' 조성에 대한 管見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서귀포시가 지역발전의 한 방안으로 이른바 '행복한 명품교육도시'조성에 나섰다. 벌써 이를 추진할 ‘서귀포시교육발전포럼’이 만들어지고, 100억원이라는 기금조성에도 발 벗고 나선 모양이다.

나도 제주교육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서 일단 기쁘고 상찬할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서귀포시교육발전포럼이 제시한 비전과 그 실천전략인 특화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의구심과 함께 실망감이 든다.

교육은 그 자체로 본질적 가치실현을 위한 활동임에도 지역발전의 수단으로 여기는 처사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더라도, 대체 ‘명품’교육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사람들 간의 활동이다. 그렇다면 ‘명품교육’을 운위함에는 학생을 물건이나 작품으로 취급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한국사회의 상류층으로 가는 직업 기능인을 양산하거나 가까이는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력 기능인을 길러내겠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발상과 의도는 실현수단으로 제시된 특화프로그램들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소수정예 심화학습 특화반 운영, 우수학생 독서ㆍ논술과 토론 지도, 우수학생 자기주도적 학습관리, 영재학생 해외체험, 인재육성 장학금 지원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조성될 막대한 기금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영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서귀포시의 기획에서 기존 타 지역 학교들이 비슷한 의도로 추진해온 정책들의 답습만 보일 뿐, 정말 교육을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겠다. 저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제주시 특목고나 동지역 평준화 일반계고로 올 학생들이 서귀포시에 남고, 그들이 명문대학에 많이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소수 대 다수, 우등 대 열등으로 나누는 엘리트중심교육, 경쟁중심교육은 다수 학생의 소외와 실패를 전제로 하기에 전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아이들이 불행한데 어떻게 서귀포시는 행복한 교육도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서귀포시민 전체의 행복을 위해 소수 학생을 수단시하고 다수 학생과 학부모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정책일 뿐이다.

서귀포시가 진정으로 교육발전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명품교육이란 발상부터 내려놓고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교육도시를 꿈꿔야 한다. 우선, 현재의 서귀포시 고등학교 구조부터 바꾸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지금처럼 학교 간 서열화를 그대로 둔 채 행복한 교육도시 조성은 불가능하다.

특히, 고교구조 개편은 서귀포시 초ㆍ중학교를 행복한 학교로 만드는 초석이 된다. 제주시 동지역에 필적하는 서귀포시 권역의 평준화 일반계고를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평준화 일반계고들은 학교별로 교육과정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계고인 중문상고가 보건의료계열 특성화고로 전환한 것처럼, 서귀포산업고도 더욱 특성화하여 학생들이 진정으로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고교구조 개편 제안은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가 2010년 10월에 도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요구조사에서 나타난 서귀포시민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사의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에게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 학습중심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가르침 중심으로 교육을 생각하니 우열반을 생각하게 된다. 우열반은 학생들도 교사들도 싫어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한 교실에 두 명 이상의 교사가 수업에 참여하는 복수교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교사를 늘리고 학부모교사, 인턴교사를 채용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 좋겠다. 자기주도 학습은 누가 관리해 줘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학력이 차이나는 학생과 학생 간에 멘토링제를 도입하자.

그들 간에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성장’(敎學相長)하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배양된다. 학생들의 자발적 공부모임인 다양한 학습동아리를 운영하자. 여기서 독서를 하고 토론의 장을 열수 있다. 토론과 논술 능력을 별도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수업방식을 학생과 배움 중심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헤드라인제주>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주는 진로교육과 그것을 계발하는 수월성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지역사회를 체험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학교를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로 전환하고 만들어갈 궁극적 주체는 교사들이다. 그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훌륭한 교사는 열변을 토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게 도와주는 교사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명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서귀포시는 자발성, 헌신성, 공공성의 자질을 갖춘 능력 있는 교사를 모셔야 하고, 그들을 끌어드릴 방안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습공동체를 이해하고 함께 가꾸어갈 훌륭한 교장을 널리 공모하고, 교육관청의 전폭적 지원도 이끌어내야 한다.<헤드라인제주>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외부원고인 칼럼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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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ㅉㅉ 2011-02-26 21:12:16 | 1.***.***.210
지들끼리 놀고있네
강교수님 얘기와 완전 동떨어져 았잖아

여러말 필요없이 2011-02-26 19:56:21 | 49.***.***.46
정책 목표는 좋으나 과정이나 각론은 좀 어줍다
시장 바뀌면 어쩔까나

비주류 2011-02-25 11:54:02 | 59.***.***.23
깝깝한 노릇이다.
모금하면서 행정력 그렇게 투입하다 나중에 어떻게 할건지.
이도저도 아니게.
교육발전 한답시고 서귀포시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토론프로그램운영이다. 그런 프로그램 교육처은 못하나?
진짜 해야할일이 뭔지 모르는것 같다. 시장님과 교육발전포럼 참여하는 사람끼리 만족하면 다인가? 액션러닝이다 토론이다 공통점은 행사를 기획한 아이디어맨들이 꼭 골방모임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지나가다 2011-02-25 10:52:12 | 112.***.***.15
좋은 의견이자 대인인것 같습니다. 서귀포시교육발전포럼의 기획안은 현재 자유주의식 한국교육을 그대로 따라가겠다는 가치관이 담겼습니다. 적어도 서귀포시가 차별화된 교육을 하겠다면,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그 목적을 둔 것이라면 정책의 기조, 철학을 바꿔야 합니다. 그 시작은 교육수요자,교육공동체와의 진정한 대화가 될 것입니다. 부디 현실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상상과 정책결정권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타지역,해외사례 수집과 함께 대화를 시작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