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후원 교사에 '배제징계', 과연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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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후원 교사에 '배제징계', 과연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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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헤드라인제주>
설레는 마음으로 신학기를 준비하던 교사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전교조 제주지부 소속 2명의 교사에 대한 중징계강행 소식이 그것이다. 아직 징계위를 열지도 않았는데 징계수위까지 거론하며 교사들의 희망을 꺾어버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주에선 3명의 교사가 지난해에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되어 기소되었고, 이를 빌미로 제주자치도교육청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들에 대해 일찍부터 배제징계를 강행하려 시도해왔던 바 있다.

그러나 제주출신 국회의원, 도의원, 종교인, 교수 등을 포함하여 많은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로 징계방침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법원판결 이후로 징계결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요구에 확답은 없었지만 제주교육청은 징계결정을 연기해왔다.

지난 1월, 이들에 대한 법원판결이 났다. 서울중앙지법은 정당후원 관련 교사들이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활동한 사실이 없어 정당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했고, 소액후원 부분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해 30-5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한마디로 소액후원을 근거로 교원신분을 상실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사안으로 해직된 1명의 교사는 당연한 결정이라 여기며 담담했을지 모르지만, 다른 2명의 교사는 가슴 조이던 마음이 홀가분해졌을 것이다. 그야말로 다시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신학기를 준비해 왔을 터이다. 그러나 개학 일주일을 앞에 두고 그들의 희망은 다시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그제는 당사자들이 교육감을 만나 하소연까지 했다고 전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징계방침을 취소해달라고, 아이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배제징계만이라도 철회해 달라고 눈물의 애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교육가족의 수장인 교육감은 먼 산만 쳐다봤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도 답답하여 교육공무원 징계양정을 뒤져봤다. 징계양정 규정에는 비위의 유형에 아홉 번째로 정치운동금지 위반이 있었다. 비위의 도가 무겁고 고의가 있는 경우는 파면이다. 비위의 도가 무겁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가볍고 고의가 있는 경우는 해임이다. 비위의 도가 무겁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가볍고 중과실인 경우는 강등이나 정직이다. 비위의 도가 가볍고 경과실인 경우는 감봉이나 견책이다.

이 중 2명의 교사는 어느 경우에 속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파면이나 해임거리는 아닌 것 같다. 그들이 후원금을 냈을 당시의 정치자금법 등의 법적ㆍ정치적 환경이야 어떻든 간에, 더욱이나 정치적 환경에 상관없이 교사가 현명치 못한 일을 저지른 처사야 어떻든 간에, 나라의 법정이 그들의 사안에 대해 명쾌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징계수위를 최대로 해도 겨우 강등이나 정직 수준이다. 그런데 어떻게 제주자치도교육청은 전례도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배제징계를 운위하는 것일까?

들리는 소문에 교육청 당국은 1심판결 결과의 30만원 벌금은 어디까지나 사법당국의 시각일 뿐, 교육청에서 행정적 처분은 행정적 판단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 전한다. 말하자면, 사법당국의 판결 양형과는 다르게 행정적 처분에 있어서는 그 수위를 별개로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인가? 아하!! 이것이 3권 분립과 부처독립의 민주주의 원리인가보다.

그렇다면 교육청 당국은 민주주의와 자치도교육청에 걸맞게 자치적으로 문제 사안을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보여준 교육청 당국의 행보는 이와 거리가 있다. 그들은 중앙정부(교과부)의 방침에 따라 법적 판결도 나기 전에 중징계를 강행하려했었고, 법적 판결이 난 지금도 자치논리보다는 교과부의 지침에 누구보다 먼저 따르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과부의 지침을 따르려는 처사 그 자체가 제주교육청의 독립된 방침이고 논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치이념이란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치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따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 면으로 보나 3명의 교사들에 대한 제주교육청의 중징계방침은 부당하다.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제주자치도교육청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소중히 여기고, 나라의 법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해당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제 모든 교사들이 자존을 가지고 제주교육에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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