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 눈물이 나는 이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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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 눈물이 나는 이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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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33> 보금자리

며칠 전 만난 친구의 얼굴은 한결 편해 있었다.

해마다 제주도 고유의 이사철인 신구간만 되면 집 빌릴 걱정, 집세 마련할 걱정으로 근심이 가득했던 친구의 모습에서 이제는 새로운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생겨 신구간인 이사철에 이사를 해 밝아진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마음이 편했다.

한 달 전 신년 초에 같이 저녁이나 먹으려고 전화했더니 친구의 목소리는 굉장히 힘없이 우울해 있었다.

“왜그래? 어디 아프냐?”고 물어도 “아니 아픈데는 없어.”
아픈 데는 없다고 하는데 목소리만 들었을 땐 많이 편찮은 듯 느꼈다.

“새해도 되고 했는데 네가 생각나서 저녁이나 같이 할까 하고.”
“그래 얼굴이나 보자.”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나가 보니 친구는 벌써 와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은 어디 가고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다. 자초지종은 서서히 듣기로 하고 “뭐 먹을까?”하고 묻자 “밥은 됐고,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말문을 열었다.

작년 신구간에 내도에 집을 빌려 사글세로 살고 있었고 새로 지은 국민 임대주택에 선정되어 올 신구간이 되어야 입주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신구간도 되기전 12월 중순이 되자 집주인이 갑자기 막무가내로 집을 비워 달라고 해 사정 해 봤지만 그건 '당신네 사정'이라며 사는 집에다 이삿짐을 막 갖다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쫒겨 나다시피 집을 비워주고 입주 전까지 여관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집주인도 제주도 사람이라 신구간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친구의 말을 듣자니 제주도 인심이 이렇게까지 삭막해졌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어이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제주도의 이사철인 신구간은 제주도의 전통 풍습 중 하나로,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7-8일 동안 이어지는 이사 풍습이다.

이시기에 이사를 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전해져 예부터 제주에서는 이 기간에 집을 고치거나 이사하는 풍습이 있다. 지금은 타 지방 사람들이 많이 내려와 거주하면서 이 풍습이 많이 깨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제주도 토박이들은 이 풍습을 지키는 분들도 많다.

예전에는 신구간이 지나면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요즘에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자기 집을 장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풍습 땜에 애로를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도 제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풍습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제는 하나의 풍습으로만 기억하고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집을 빌리거나 이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 우리가족도 신구간 철만 되면 해마다 이사를 하기 위해 이삿짐을 싸야만 했었다. 그럴 때면 항상 입버릇처럼 어머니는 “아이고, 두 다리 쭉 뻗고 잠 잘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하셨다.

나는 그때 어려서 어머니 말씀을 그냥 흘러가는 소리로 들었었는데 철이 들면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들은 악착같이 일하시고 돈을 벌어 지금의 집을 장만 하실 수 있었다. 이 집을 장만하시고 이사 오던 날 짐 정리를 다 끝내시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면서 힘들고 서러웠던 아픔들이 한이 되어 어머니의 마음을 적시던 눈물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아마 며칠 전 본 친구의 환한 웃음은 이제는 정착할 곳이 생겼다는 의미의 웃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친구야 축하하고 꼭 집들이해라 화장지 많이 사들고 갈 테니’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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