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오는 2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당에 후원금을 낸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고의숙 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고 교사와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이 마주 앉았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자리를 지키게 해달라'는 고 교사의 요청에도, 양성언 교육감은 "징계위는 나와는 별개의 독립적 기구이고, 징계위가 열리는지도 몰랐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고수했다.
고 교사와 김상진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21일 오후 5시 양성언 교육감 집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징계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촉구했다.
앞선 지난달 26일 고 교사는 정당후원과 관련해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25일 오후 3시 제4차 징계위원회를 열고 고 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징계위를 앞둔 이날 양 교육감과 자리를 마주한 고 교사는 "징계위원회가 독립성을 띄고 별개인 것은 알지만 양 교육감이 최고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면담을 요청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몰랐지만 해임이 저에게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상진 전 지부장은 "1심 판결이 가벼운 벌금형으로 나오면서 교육청도 그간의 입장인 중징계를 고수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니 배제징계 방침은 바뀌지 않았고,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압력을 받는다는 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지부장은 이어 "양 교육감은 징계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위가 알아서 하겠지만, 최종 의결자는 양 교육감"이라고 강조한 뒤, "자칫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징계를 강행하는 교육청이 돼 전국적 집중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징계 절차에 대한 양 교육감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양성언 교육감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징계위가 엄연히 별도로 있고, 배제징계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을 뿐더러 (징계위 소집이) 언제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 교사는 "물론 징계위원장이 징계를 결정하겠지만, 교육감은 제주교육가족의 대표"라며 "그런데도 (징계위 소집 관련 일정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성토했다.
고 교사는 이어 "제가 만약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근거가 있다면 행정법에 의해 징계를 받겠지만, 법이 바뀐 것도 모르고, 어려운 정당에 후원한 2만5000원이란 금액이 자동이체 된 것으로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겠느냐"며 눈물을 훔쳤다.
고 교사의 요청에도 양 교육감은 "저는 징계위의 결정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며 "그리고 저는 배제징계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김 전 지부장은 "교육감이 한 교사의 읍소를 듣고서도 할 말이 없다고 하는 게 너무 슬프다"며 "지금의 정치현실이 교육감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으나, 교단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몸서리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양 교육감은 "(징계위원장과 저는) 역할이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했고, 김 전 지부장은 "그런데 어떻게 날짜조차 모를 수 가 있느냐? 최소한 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말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양 교육감은 "어떻게 제가 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하겠느냐"며 "제가 법원 판결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입장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 전 지부장이 "입장이 곤혹스러운 것은 인정하지만, 노력해보겠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양 교육감은 "무슨 노력을 하나? 징계위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계속되는 김 전 지부장의 추궁에, 양 교육감은 "저는 징계위에 징계 의결을 요구한 것으로 끝이고, 결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며 "제가 중간에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를 지켜본 고 교사는 눈물을 훔친 뒤, "정말 섭섭하고 실망스럽다"며 "옆반 교사나 교장, 하물며 동네 아줌마도 저에게 징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물어보는데, 어떻게 양 교육감은 저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고 교사는 "이는 교육감의 무관심이고 책임회피"라면서 "최소한 지난번 징계위에 앞서 면담을 가졌을 때는 징계위원장인 부교육감에게 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하지 않았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양 교육감은 "오늘 오전에 부교육감을 만났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거기가서 제가 무슨 얘기를 또 전달하겠나?"라며 "지난번에는 부교육감을 만난줄 모르고 전달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고 교사와 김 전 지부장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양 교육감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부지 방문을 위해 자리를 떴다.
눈물을 흘려가며 제주교육계의 수장인 양 교육감을 만난 이들이었지만, 만족할 만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고 교사와 김 전 지부장, 김영민 전교조 제주지부 사무처장 등은 교육감 집무실에서 남아 양 교육감이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