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이 어렵다고? "일단 시도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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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업'이 어렵다고? "일단 시도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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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16> 와산리 '친환경 감귤' 농가 양호범씨
제초제 안 치는 감귤 농사..."충분히 승산있어요"

제초제, 응애약 등의 유해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감귤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업'. 해거리 현상 등으로 인해 들쭉날쭉한 가격, 또 싼 값에 쏟아지는 외국 농산물에 맞설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농가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0~40년동안 꾸준히 고수해오던 농사방법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터.

3년전 친환경 농업 전선에 뛰어든 양호범씨(66)의 생각은 달랐다. 몇가지 번거로운 점만 이겨낸다면 친환경 농업은 충분히 해볼만하고,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더 큰 호재가 되고있다. "막상 시작하면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고 누차 강조한 그는 더 많은 농가들이 친환경 농업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친환경 하우스 감귤농가의 양호범 씨. <헤드라인제주>
# 안정적 수익에 건강까지...'일석이조'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농가. 호범씨는 이 자리에서 40이 넘는 시간동안 감귤밭을 일궈왔다. 차근차근 밭을 늘려오면서 지금은 7000평의 노지와 5000평의 하우스에서 감귤을 재배하고 있다.

좁지 않은 감귤밭을 홀로 감당하는 일이 쉽지 않아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작은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사위까지 팔을 걷어부쳐 호범씨를 돕고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아들 원창씨는 구석에서 묵묵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많이 든든하죠" 별다른 수식어는 낭비일 뿐이었다.

일전부터 호범씨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꾸준히 하우스 신품종 개발 공부를 해왔다. 직접 판촉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던 중 3년전 '친환경 농업'에서 활로를 찾은 그였다.

친환경 농업의 주적은 '깍지벌레'다. 다른 해충들은 친환경 농약으로도 어느정도 퇴치가 가능하지만 이 깍지벌레는 영 골치를 썩힌다. "이 놈들이 감귤을 새까맣게 만들어요. 지금 깍지벌레 퇴치약이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더라고요."

친환경 하우스 감귤농가의 양호범 씨. <헤드라인제주>
특히 친환경 농법을 따르면 일반 노지에서 사용하는 제초제를 사용할 수 없어 일일이 풀을 베어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 농업은 충분한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죠. 농협을 통해 판매되는 감귤은 출하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영농법인을 통해 육지부로 올라가는 친환경 감귤은 가격이 진작부터 정해지거든요."

물론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엇보다 감귤을 먹는 소비자들이 더 건강해지지 않겠습니까."

# 마늘에 굴 영양제까지 '듬뿍'...호강하는 감귤나무

때때로 마늘을 이용해 직접 만든 영양제나 굴껍질을 빻아서 만든 칼슘제를 뿌려주기도 한다.

자라는 내내 호강하는 감귤은 맛으로 보은한다. 각 하우스마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감귤들. 옆에 매달린 열매를 하나 뚝 떼어내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창고와 마주한 하우스에서는 '천혜향'이 자라고 있고 그 옆 하우스에서는 '황금향'이 자라고 있다. 뒷길로 돌아가다보면 보이는 하우스에서는 '한라봉'이, 그 옆의 하우스에는 이미 수확을 마친 '감평'이 자리를 잡았다.

4종류의 만감류는 수확시기도 조금씩 달라 일손을 덜어주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호범씨도 "조천읍에서 4가지 만감류를 제배하는 농가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뿌듯해한다.

마늘로 직접 담근 영양제를 보여주는 양호범씨. <헤드라인제주>
# "유통구조 해결되면 날개 달텐데..."

그는 아직까지 친환경 농업에는 큰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결제가 빨리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감귤 농가는 감귤을 수확하면 곧 다음해 농사 준비를 해야하는데, 결제가 되지 않으면 농사를 준비하는데 애를 먹어 난감해질 뿐이죠." 이날도 결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농법인 관계자를 만나고 온 그였다.

"농협으로 나가는 감귤은 일주일이면 바로 결제가 완료되는데, 어째 친환경 농업은 지난해 12월에 출하한 감귤의 결제도 소식이 없네요."

자칫 준비가 소홀하면 1년 농사를 망칠수도 있는 시기라 더욱 고민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3월 초까지는 결제해준다고 약속했으니 기다려봐야죠."

양호범 씨가 '깍지벌레' 먹은 감귤을 보여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래도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일뿐 유통구조는 갈수록 확립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시간만 나면 주변 농가들에게 친환경 농업에 도전해보라고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그는 좋은 품질의 감귤을 만들기 위해 농가가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지부의 감귤 유통업자들이 그러더라고요. '북군 감귤은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예전 지역 명칭인 북제주군이 제주시로 바뀐지 한참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런 인식이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농가들이 앞장서서 간벌에 참여하고, 또 감귤 당도를 높여주는 타이벡도 씌우며 공을 들여야겠죠."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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