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명문대 합격자' 보도, "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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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명문대 합격자' 보도, "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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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명문대 00명 합격' 보도와 기자의 '후회'

소위 명문대라 불리우는 수도권 소재 유명 대학에 올해 제주 수험생들이 365명 합격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1일 기준 제주도내 고등학교별로 수시 및 정시모집 합격자 현황을 집계한 결과, 명문대에 합격한 제주 수험생들은 모두 365명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집계에 포함된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카이스트, 사관학교 등 그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큼, 학력이 우수한 학생들만이 합격할 수 있는 상위 대학들이다.

대학이 가진 위상 때문인지, 제주도내에 있는 고등학교 중 어느 학교에서 몇명의 서울 유명대 합격생을 배출했는지에 대한 기사는 단연 인기만점이다.

이번 합격자 발표 기사만 하더라도 다른 기사와는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우리 학교에서 몇명이나 합격했는지 관심을 보일 것이고, 예비 고교생을 둔 학부모들은 어느 학교에 자녀를 취학시킬지를 결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교 교사들은 일종의 경쟁 심리와 같이, 내년 수능에서 명문대에 해당 학교 학생들을 보다 '많이' 합격시키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명대에 진학한 제주 학생이 몇명이나 되는지는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 제주의 학력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도 될 수 있다.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다양한 동기 부여 혹은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정보 습득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이러한 유형의 '명문대 합격' 기사다.

그런데 올해 입학 전형에서 소위 명문대에 합격한 수험생 수는 365명. 제주도내 일반고의 전체 학생수는 1만5000여 명이다. 단순 셈을 해도 소수다.

바로 이 부분에서 괴리에 빠졌다.

수도권 몇몇 대학으로 한정해 명문대라는 표현을 쓰게 된 잣대는 무엇이며, 이 명문대 합격자 수 보도가 오히려 대학에 순번을 매기고 학력지상주의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괴감도 갖게 했다.

이 '영광스런 대열'에 들지 못한 지방대 입학생에게는 열등의식을 갖게 할 소지도 다분히 있다.

그런데 이미 '명문대 00명 합격' 기사를 쓴 기자의 입장에서, 365명에 속하지 못한 수많은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왜인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왜 뒤늦게야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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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어린이 2011-02-10 12:57:41 | 112.***.***.96
이런 기자가 진정한 의미에서 기자가 아닐런지..

실수는 누구나 2011-02-10 12:46:43 | 59.***.***.23
기자의 진실된 마음이 느껴집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