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이중주차 "쓰인 대로만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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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 이중주차 "쓰인 대로만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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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14>연휴를 잊은 아파트단지 오흥식 경비원
새우잠 두시간..."'수고하시네요' 한마디가 보람이지!"

모처럼만의 연휴. 많은이들이 달콤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쉬고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4일 제주시 건입동 한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 오흥식(66)씨는 연휴의 마지막날 저녁에도 순찰을 나서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단지내를 오가는 차량들이 넘쳐나고, 그 외의 외부차량까지 들어오는 통에 더욱 분주해지는 시기.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까지 감시해야하는 바람에 소위 골치 깨나 썪는 기간이다.

잠시 짬을 내달라는 요청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며 선뜻 응대해줬다.

오흥식 씨. <헤드라인제주>

# 24시간 근무..."제때 잠을 못자니 쉽지 않지"

30분간의 순찰을 끝내고 한평도 채 되지않는 초소에서 잠시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지금은 차가 많이 빠졌는데 한 두시간 지나고나면 이중주차하는 차가 꽤 될꺼야."

경비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7년째에 접어들었다. 그전까지 작은 구멍가게(그의 표현을 빌리자면)를 운영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순간 동네 구석구석까지 커다란 마트가 생기면서 맥을 추지 못했다.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만 자기네들끼리 경쟁이 붙는데 현상 유지하기가 힘들더라고."

그렇게 시작한 경비생활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밤낮을 잊고 평범한 생활을 유지할수는 없었다. 2교대로 돌아가는 근무는 24시간 일하고 24시간 휴식을 취한다. 물론 휴일을 따로 챙길수는 없다.

"새벽 2시까지 순찰을 돌다가 3시쯤에 두어시간 자고 다시 순찰을 돌지. 잠을 제때 못자는게 쉬운일만은 아니야."

새우잠을 자기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4시간 일하고나면 다음날 잠을 자둬야 하거든. 그나마 나는 이 일만하고 있으니 충분히 쉴 수 있는데, 쉬는날 다른일을 해야하는 친구들은 참 고역일꺼야."

개중에는 가끔 꾸벅꾸벅 조는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알길이 없을 주민들은 쓴소리를 내뱉는 일도 많다.

"그런 일로 지적을 당하는 것은 뭐라 할 말이 없는거야. 자기 일인데 정확히 완수해야겠지. 그래도 안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네."

# 이중주차-쓰레기 투기 "난감할 따름이지"

잠을 자지 못하는 어려움이 큰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은 일부 주민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이중주차도 그렇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것도 그렇고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곤란함이 커."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고 또 한번 강조한다.

"멀쩡히 있는 쓰레기통 안에다가 넣지않고 그냥 앞에다 던져놓아버려. 아무리 경비가 있고 청소하는 아줌마도 있다지만...글자에 써져있는데로만 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기도 하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흥식 씨. <헤드라인제주>

주차공간이 부족해 고질적으로 겪고있는 이중주차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늦은밤이나 새벽께 불거지는 주차문제는 더욱 난감하다.

"한참 자고있는데 누가 깨우면서 차를 빼달라고하면 아무리 본인 잘못이기는 해도 좋은 소리 나오기가 쉽지 않지." 아무리 경력이 쌓여가도 어려운 일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나아졌어. 한 3년전 까지만해도 이중주차하는 차량이 거의 매일 있었는데 이제 한달에 열흘정도만 있는 것 같아."

출입문 유리를 가득 채울 정도로 광고지도 붙여보고, 상습범(?)에게 직접 찾아가서 당부도 하다보니 눈에 띄게 줄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보람? 인사 한마디가 보람이야"

"보람을 느끼는 일? 특별하게 별다른 것은 없어. 얼마전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직접 업어서 병원에 모셔다 드린적이 있기는 했는데, 뿌듯하면서도 그건 내가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별다른 것이 없다면서도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런 부분은 있지. 주민분들이 지나가시다가 '열심히 일하신다', '추운데 고생하신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 '아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싶은 생각이 들면서 보람도 느끼고 그러는 거지 뭐."

그에게 있어서는 '보람'이란 본인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도나 만족감이 아닌 슬쩍 건네지는 '작은 인사' 한 마디였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벼운 인삿말이라도 참으로 인색했던 부끄러운 자신과 이웃들의 모습을 언뜻 느낄 수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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