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자연경관과 해군기지, "과연 어울리는가"
상태바
7대 자연경관과 해군기지, "과연 어울리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윤용택 교수 / 세계 7대자연경관 속의 해군기지

요즘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과 전 국무총리, 여야 국회의원과 도의원, 스타 운동선수와 연예인, 제주도내 공무원과 자생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여 나서고 있으니 제주섬이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섬이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상을 받되 누가 주는 상이고, 어떻게 주는 상이냐가 중요하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은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세계7대자연경관의 경우는 격(格)이 다르다.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라는 한 민간단체에서 진행하는 묻지마식 투표에서 선정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에서는 거기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른 현안들은 제쳐둔 채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에 이처럼 몰두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그동안 제주 최대의 현안인 해군기지문제를 잊어버리도록 마취제를 투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도민들이 세계7대경관 투표에 눈을 돌린 사이에 지난 1월 20일 제주해군기지 예정부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해군기지 공사를 진행하다가 지역주민들에게 발각되었다.

굴삭기로 자연경관 1등급지역의 중덕 해안가 바위들을 으깨고 부수어 25미터 정도의 길을 낸 것이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이 정성껏 제(祭)를 지낼 때 정화수로 쓰던 근처의 ‘할망물’이 살아남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가 전경.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바닷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442호인 연산호군락지이고, 절대보전연안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붉은발말똥게와 기수갈고둥이 서식하고 있다.

제주섬 어느 곳치고 자연경관이 빼어나지 않은 데가 없지만, 특히 강정바닷가에서 보는 한라산과 범섬, 섶섬, 문섬, 그리고 넓적바위에 펼쳐진 자연연못들은 제주 최고의 자연경관이다. 하여 옛 제주사람들은 강정을 ‘제일강정(일강정)’이라 하였고, 환경부에서도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한 바 있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를 진행하는 뉴세븐원더스를 설립한 버나드 베버는 “만일 어떤 것을 지키려고 한다면, 먼저 그것의 가치를 진정으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If we want to save anything, we first need to truly appreciate it.).”고 말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제주섬의 자연환경의 가치를 잘 몰라서 그것을 깨부수고 매립하려 하는가.

혹시 뉴세븐원더스에서 제주섬 최고의 경관지인 강정바닷가에 수만 평을 매립하고 수천 미터의 방파제를 건설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만일 그들이 그 사실을 안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준 세 개의 왕관과 세계자연경관을 지키기 위해서도 제주해군기지는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아마존, 그랜드캐년, 킬리만자로, 엔젤폭포, 갈라파고스섬 등을 지키기 위해서도

윤용택 교수. <헤드라인제주>
막강한 군사기지가 필요한가. 세계의 보물인 왕관을 움쳐갈까 두려워서 거기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면 삼척동자도 박장대소할 것이다.

세계7대경관이 확정되는 올 11월과 WCC총회가 열리는 내년 9월에 세계의 많은 세계의 환경지도자와 기자들이 제주섬을 찾을 것이다. 그들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누런 흙탕물이 흘러들고, 세계최고자연경관지에 수십 대의 굴삭기가 그 아름다운 경관을 파헤치고 매립하고 콘크리트로 뒤덮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을 목격한다면 과연 무어라 할 건가. 그럴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게 아닌가.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에 팔을 걷어붙인 지도자들에게 진실로 묻고 싶다. 세계7대경관 속의 해군기지, 과연 어울리는가. <헤드라인제주>

<윤용택 / 제주대 철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