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삶'의 권리, 무리한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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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삶'의 권리, 무리한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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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3) 권오상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장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자기와 관련어진 모든 것에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지역사회에 당당히 참여하여 보편적인 삶을 사는 것!

십년 전 어느 날이었다. 등 부위에 이유모를 통증으로 119 엠블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던 나는 척수손상으로 인한 흉추 6번 이하 명치아래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날 이후 휠체어에 몸을 맡겨야만 하는 중증 1급장애인이 되었다.

20여년이란 긴 세월동안 비장애인으로 살아왔던 나는 하반신마비라는 장애 때문에 한숨과 한탄으로 세월을 보냈고 비관이 심해질수록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점점 나의 생활공간은 병원과 집으로만 한정되어갔다. 아니 내가 그렇게 나의 행동반경을 줄여나간 것이었다.

사람들을 멀리하고 위축되어진 생활을 하던 중 나는 병원에서 나와 비슷한 장애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와 다르게 너무나 활발했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으며, 때로는 비장애인들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관심이 가던 나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장애인으로서의 나의 삶의 변화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 자립생활을 접했을때 나는 의아심이 들었다. ‘어떻게 나와 같은 장애인이 혼자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쉽사리 나의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자립생활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혼자 생활하는’ 독립생활의 개념을 자립생활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집과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생활공간이 넓어져가고 자립생활을 실천해가면서 나의 고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왜 나와 같은 장애인들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삶을 계획하며 살아가지 못할까?”
“장애인도 인간인데 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장애가 죄인 것처럼 숨고, 피하는 은둔생활을 해야 하는걸까?”

자립생활을 접하기 전 장애인으로서의 나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거기에 더해 다른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의문들은 곧 해결이 되었다.

“장애인도 그렇게 살면 되지! 누가 그렇게 살지 말래?”

장애인이 되어 사회‧환경적인 차별을 겪게 되었지만 비장애인었던 20여년의 세원동안 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권리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당연시하게 여겨 왔었다.

자립생활을 접하고 나 스스로도 자립생활실현을 위해 활동하면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과거 장애를 입은 장애인들의 대부분은 가정‧사회로부터 배제‧분리되어진 삶을 당연시하게 생각하며 삶을 이어왔고, 오랜 시간동안 그러한 삶이 스스로의 의식 속에 고착되어져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제되어지고 차별받는 삶을 살아왔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누리게 되는 권리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자립생활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장애인당사자들의 꾸준한 자립생활운동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제도 등이 만들어지고 동료상담, 자립생활체험홈등 장애인의 자립생활실현을 위한 갖가지 서비스들이 운영되어지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장애인복지는 장애인당사자의 자립생활을 통한 삶의 질적수준 향상보다는 장애인 배제‧분리의 기본원칙을 고수하여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생활시설이라는 제한되어진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제공받고 장애인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설종사자의 의견에 따른 프로그램을 제공받으며 그 누구도 굳이 권리라 생각하지 않는 선택과 결정이라는 권리를 한번도 행사하지 못한채 평생을 사회와 배제‧분리되어 살아가도록 하는 장애인복지가 아직도 만연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분명 명시되어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장애인복지의 배제․분리의 원칙으로 위의 법으로부터 배제되어있다면 장애인은 국민이 아니라는건가? 좀더 폄하해 인간이 아니라는 건가?

이 질문에 어느 누구도 명쾌한 대답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권오상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 팀장.<헤드라인제주>
장애인 당사자들은 특별한 혜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보편적으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인간으로서 균등한 기회를 제공받고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결정하며 그에 따른 책임까지도 보장이 되는 사회.’

‘장애인당사자 선택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

‘지역사회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

이러한 것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서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은 장애인당사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감히 얘기해본다.

<권오상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장>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헤드라인제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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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 2011-02-16 09:57:42 | 121.***.***.98
행복함이란 사회속에 장애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