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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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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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관광지 개발사업 '예비 제안서' 홍보의 지나침

관광지 개발사업에 있어 '예비사업제안서'라는 말이 등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7일 언론브리핑을 가진 '새로운 개념의 복합 관광단지건설계획이 제안되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적시된 내용이다.

장장 A4용지 4페이지 분량의 이 보도자료는 사업자가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만든 자료다. 얼핏 보면 마치 대단위 사업이 확정된 듯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내용을 살펴보면 확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 해당 업체가 사업예정자로 지정된 것도 아니다. 투자유치를 위한 가장 초보적 수준의 논의 단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도정에서 언급한 '예비사업제안서'라는 문구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냥 제안서도 아니고 '예비제안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계획이 미확정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예비제안서가 제주특별법이나 투자유치촉진조례 등에 의해 민자유치위원회 심의대상이 될 수는 있다.

민자유치위 심의대상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은,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해도 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관광지 개발과 같은 투자유치사업은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자칫 행정이 업자에게 놀아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도민들도 이젠 우둔하지 않다. '양치기 소년' 효과인지, 어느 지역에 대규모 00개발사업 시작된다고 하더라 하면, 반신반의한다. 공공사업이라면 모를까, 민간사업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왜 그럴까?

실제 그런 사례도 많았다. 도정이 나서서 마치 곧 될 것 처럼 언론브리핑을 가진 후, 슬그머니 사라진 사업들이 부지기수다.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서부터 3개단지 20개지구 개발계획,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제주특별자치도종합계획 등에 따라 그동안 무수한 관광지 개발사업 계획이 제주도에 제출됐었다. 지금까지 제출된 사업계획서만 하더라도 수백가지는 될 것이다.

제출됐던 사업계획서 중 확실하게 이행된 사업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반타작이라도 했을까?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행정기관의 보도자료, 언론의 보도내용 등은 사업자로 하여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실제 계획된 내용의 이행보다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공사를 진행토록 하면서 수익을 발생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공유지 등을 매입해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은 열번 백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유지 보다 매입가가 낮을 수밖에 없는 공유지 등을 사들인 후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추진 과정' 중에서 업체가 뒤바뀌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경우 일단 매각되면,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아마 공무원들이 그 실상은 더 잘 꿰차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공무원들은 '예비 제안서'를 갖고 대서특필 하기를 바랐을까?

바로 이 부분에서 제주도정이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자유치 활동의 열정적인 측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실현가능성 논의를 하기에 앞서, 예비제안서 단계에서 행정당국이 꼭 '언론플레이'에 동조했어야 했나 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사업예정자 지정이 됐다면 그나마 이해해줄만 하다. 그러나 '예비 제안서' 수준의 내용을 갖고 행정당국이 마치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인 마냥 하는 것은 '오버'에 다름 없다.

또 한가지, 장문의 내용으로 구성된 보도자료의 생산자가 왜 행정기관의 이름으로 만들어졌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미확정된 사업계획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비제안서 수준의 보도자료의 생산주체는 당연히 사업자 이름으로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가 발표한 내용을 믿든, 믿지 않든 각자의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이름으로 작성된 보도자료는 당연히 '공신력'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관광지 개발사업 관련 부서가 의욕을 갖고 첫 성과를 내고 싶은 의욕은 이해하지만, 27일 언론브리핑은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다.

사전에 타당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 큰 문제다. 개발사업에 대한 언론보도, 행정당국이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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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비디오 2011-01-30 19:49:29 | 49.***.***.241
아마도 조직 새로 짜고 인사도 단행했겠다해서 실적 올리려고 무리수 둔곳것 같네요
아니면 공무원과 업자하고 무지 친하거나
둘중 하나 아니겠어?
순수한 마음의 홍보는 절대 아닐것임


가만히 생각해보니 2011-01-28 21:16:08 | 61.***.***.80
이유가 있을테지요.
공무원들이 그런것을 모르지 않을테지요. 잘 알고 있지요. 그런데도 터무니없는 내용을 갖고 함께 두둔하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테지요. 그게 바로 오해를 사고 있는 겁니다.

오해 웃기시네 2011-01-28 19:20:06 | 122.***.***.150
정말 후련한 글입니다
최소 사업예정자 지정 이후면 모를까 너무 급한것이 오해사기에 안성맞춤이네요
정말 뭔가 있는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