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졸업식' 안되지만, '뒷풀이' 원천봉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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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졸업식' 안되지만, '뒷풀이' 원천봉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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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막장 졸업식' 대책과 우려되는 '과도한 억압'

초.중.고교의 졸업시즌이 다가오면서 교육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밀가루 뿌리기, 바다에 빠뜨리기, 교복 찢기 등 '막장 졸업식'이 올해에도 나타날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러한 '막장 졸업식'을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졸업식 관련 학생생활지도 계획'을 통해 올해 '막장 졸업식' 예방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경찰과 구축한 협조 체제에 따라, 경찰은 졸업식 당일 밤 12시까지 관내 고등학교 인근에서 순찰을 강화하게 된다. 고등학교 배움터지킴이도 이날 해당학교 주변에서 오후 6시까지 근무하게 할 계획이다.

또 졸업식을 앞두고 교육청 관계자들이 제주도내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취약지역을 점검하게 된다. 교복 물려주기, 교과서 물려주기 등 졸업식 문화가 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식 관련 학생생활지도 계획'을 토대로 해, 학교.교육청.경찰청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졸업식 뒷풀이 예방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도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를 '폭행'으로, 학생의 옷을 벗게 해 알몸이 되게 하고 알몸 상태로 뛰거나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를 '강제추행 또는 강요'로 다루면서 졸업식 문화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교육청의 학생생활지도 계획은 졸업식에서의 불건전한 행위를 막아, 검소하고 엄숙하게 졸업식을 진행하자는 취지가 크다.

지난해와 같이 도를 넘은 졸업식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적 의식 아래, 교육청과 경찰이 손을 맞잡은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교육청의 졸업식 대응책이 '과도한 억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막장'으로 흐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지나침이 크지 않고 애교로 봐줄 정도의 '졸업식 뒷풀이'까지 막는다면 표현의 자유 영역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대들은 졸업식 뒷풀이 역시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졸업식 뒷풀이 자체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것'으로 정의내린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물론,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업식 문화는 학생들 스스로도 지양해야 한다. 그 '정도'도 지나쳐서는 안된다.

'막장 졸업식'은 경계해야 하지만, 10대들의 '졸업식 뒷풀이 문화'를 원천봉쇄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들만의 문화를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를 낳게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테두리 안에 묶어두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지나친' 부분만 제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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