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음식점, 문 여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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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음식점, 문 여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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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중국 전용 음식점 사업자 선정의 의미와 과제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인 관광객 전용 음식점' 사업.

이 전용 음식점을 운영하게 될 대상자 선정작업이 21일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실효성 부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개모집을 통해 신청한 11개소를 대상으로 중국인 관광객 전용 음식점 사업 대상자를 심사한 결과, 제주시에서는 (주)제주향(대표 김영찬)이, 서귀포시에서는 퍼시픽랜드(대표 허옥석.김경조)가 각각 선정됐다.

2곳 모두 현재 음식점을 운영하는 규모있는 업체다. 제주자치도는 곧 계약절차를 거쳐 오는 3월30일 개소를 목표로 해 리모델링 등의 사업에 착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업체마다 약 3억원이 지원된다. 리모델링비에 소요되는 비용 중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제주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행정적으로는 음식점 홍보를 위한 리플릿 제작과 배포, 중국인 요리사 비자발급 협조 등이 이뤄진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마땅히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고 불편을 호소해왔다. 먹거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근민 제주지사의 말 처럼 '중국인들이 제주에 오면 배가 고프다고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그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전문음식점 사업 대상자에게 주어지는 재정적 지원 및 행정적 지원은 가히 파격적인 수준이다. 공모 과정에서 11개의 사업자가 몰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지원이 파격적인 만큼, 이 사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이제부터 제주도당국이 해야 할 역할이 더 막중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 전문음식점 운영에 있어 제기되는 문제도 많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로 대두되는 부분이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식당인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와줘야 실익이 있는 것이다. 중국 음식점이라고는 하지만, 중국 관광객들 보다는 내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면 제주도당국의 지원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있어 제주도당국은 중국 현지의 요리사를 데려와 현지 수준의 질높은 요리를 하게 된다면 중국 관광객들의 가장 큰 민원인 '먹거리' 문제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평면적으로 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고, 바람직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 요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만들고, 중국 요리는 중국에서 제일 잘 만드는 법인데, 제주에서 중식을 갖고 중국 본토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표출된다.

가격경쟁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큰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요리사를 데려오고 하게 되면 음식 단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데, 중국 단체관광객의 여행단가에 맞춰 공략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물론 아직 음식단가가 제시된 것도 아니고, 음식 맛에 대한 중국 관광객의 평을 받아본 것도 아닌 만큼 이 부분을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주도당국은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듣고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번째로는 이번에 선정한 2개 업체에 대한 '공적 영역'의 책임을 어떻게 담보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번 공모에 참여한 업체는 제주시 소재 8개소와 서귀포시 소재 3개 등 11개소에 이른다. 그 중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 1군데씩 2개 업체가 선정됐다.

올해 제주도에 배정된 중국 전문음식점 예산은 7억원. 이중 2개에 리모델링비로 지원되는 돈만 3억원씩 총 6억원이다. 나머지 1억원은 리플렛 제작 등 홍보비에 투입된다.

자비 들여서라도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음식점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마당에, 이러한 지원은 파격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사기업인 이 두 음식점에 대해 공적 영역 책임을 담보시키는 일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이들 음식점이 운영하다가 '흥행'을 보지 못해 중도 포기하게 될 경우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가 가능하겠느냐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반대로 이 두곳이 '대박'을 터뜨리게 돼 앞으로 일반 사업자들의 중국 전문음식점들이 생겨난다면, 행정당국에서 이 두곳에 대해서만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과당경쟁을 부추긴다거나, 특혜의혹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5년 이내에 사업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회수한다는 보증서 등을 받을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보다 세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세번째로는, 중국 전문음식점에 대한 지원이 시작된 만큼, 제주 향토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지원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요리 만큼이나, 제대로 된 한식 요리와 향토음식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전문음식점을 선정해 리모델링비를 대거 지원해주면서, 제주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향토음식점 등의 개보수 작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효성을 두고 긍정적 여론과 부정적 여론이 양립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이 중국 전문음식점 사업은 타켓 마케팅이라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타날 수 있는 역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후속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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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2011-01-22 20:57:07 | 183.***.***.92
제주에서 이정도 칼럼 쓸만한 머리가 있을까
거의 퍼펙트하게 문제를 지적했네

박덕배 어린이 2011-01-21 18:26:29 | 112.***.***.96
외모만큼이나 깔끔한 글이네요...

탄복 2011-01-21 17:29:34 | 59.***.***.53
역시 칼럼은 윤철수 기자님이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