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의 '속앓이', "말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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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의 '속앓이', "말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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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치원 수업료 동결', 어떻게 결정됐을까?

사립 유치원장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사립 유치원의 수업료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내용의 소식이다. 사단법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방침이다.

유치원총연합회는 정부의 '서민 물가 안정 대책'에 적극 협력하는 차원에서 사립 유치원비 인상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추가 운영 경비는 교육과학기술부에 별도 지원 방안을 마련해주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당사자인 사립 유치원 측은 난처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유치원장은 "지난 3년 간 수업료를 동결하며 운영이 너무 힘들어서 올해 인상할 계획이었는데 이같이 발표됐다"며 당혹해했다.

3월부터 교사 호봉이 인상되는데 수업료가 오르지 않으면, 수입이 줄어들어 운영난을 맞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 방침이 무엇보다도 달갑지 않은 이유는, 유치원 측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유치원 측에서 보면, 당장 수입이 줄어들게 될 위기에 처했으니, 이같은 결정이 달가울리 없다.

반면 학부모들에게는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딸 아이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던 한 학부모는 가계 부담을 덜게 됐다며 반색했다.

그렇잖아도 사립 유치원이 공립 유치원보다 수업료가 비싸 부담이 됐었는데, 동결이 되면 살림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립 유치원과 학부모 간 희비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관리 기관인 제주도교육청은 수업료 동결 '결정'이 아니고, 동결을 '권장'하겠다고 했다. 가능하면 동결로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권장에 대해, "대부분의 유치원들이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유치원 측은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처럼 불만을 내비치고 있는 유치원 측이 수업료 동결에 긍정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

물론, 치솟는 물가를 고려하고 가계 부담을 덜겠다는 수업료 동결의 취지는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이같은 취지에 뜻을 같이해, 각 유치원에 동결을 권장하겠다는 교육청의 입장도 학부모 측에서 보면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런데 수업료는 곧 프로그램의 질, 유치원 내에서의 영.유아 복지 등과 연관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치원총연합회가 교과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부족 예산 메우기에 실패했을 경우, 그 피해는 학부모와 어린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를 낳게 한다.
 
우려는 낳지 않는 게 최선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을 믿고 권장하기에 앞서 학부모, 유치원 측과 충분한 대화, 의견 교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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