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의 화려한 변신, "이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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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의 화려한 변신, "이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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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1> '영농법인 제주명품특산' 창업 오인택 전 기획실장
"지역경제 고민 끝에 결심...부끄럽지 않은 선배 공무원으로"

지난해 6월, 민선 5기 제주도정의 출범을 앞두고 공직사회에서 '베스트 공무원'으로 뽑히기도 했던 한 고위 공직자가 명예퇴임을 신청했다.

정년을 2년6개월이나 남긴 상태에서의 결심.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는 짧은 이유를 남긴 채 그는 공직에서 물러났다.

오인택 전 제주특별자치도 경영기획실장(59).

오인택 제주명품특산 대표이사. <헤드라인제주>

퇴직 후 7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오 실장'이라는 호칭보다는 '오 대표이사'라는 말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농.수.축특산품 전문유통업체인 '영농조합법인 제주명품특산'(www.jejumade.co.kr)을 설립해 새로운 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직자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오 대표.

제주시 해안동(평화로 무수천다리 인근)에 위치한 '제주명품특산'에서 대표이사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눈 내리던 날 '오픈'...게스트하우스-향토음식점 등 추가 준비

제주의 대표적 브랜드 '제주마씸'과 계약을 맺은 오 대표는 지난해 11월 '영농조합법인 제주명품특산'의 법인 인가를 얻었다. 그리고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15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제주명품특산은 제주의 우수 농.수.축 특산품을 전문유통으로 하지만, 그의 꿈은 원대하다.

현재 특산품과 토산품 판매점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국적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80여 개 제주마씸 회원 업체의 제품 500여 개를 전국에 유통시킬 준비를 모두 갖춘 상태다.

오는 설 연휴를 전후해서는 여행자쉼터인 게스트하우스 '무수천'을 추가로 오픈한다. 향토음식점도 준비 중인데, 3월께 문을 열 예정이다.

영농조합법인 제주명품특산. <헤드라인제주>
오인택 대표이사가 제주명품특산 설립 배경을 풀어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퇴직 후 '세상 돌아보며' 경제 해법을 고민했죠"

그가 이러한 사업구상을 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의 과정이 있었다.

40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그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세상 돌아보기'였다고 한다.

"공무원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는데, 행정에서는 말과 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오고 실물경제를 보면서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제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일을 하고 싶기도 했고요."

퇴직 후 두달간은 세상을 돌아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주도 밖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제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을 곰곰이 생각했다.

공직 시절, 신경 써 왔던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연장선에서 그의 고민은 이어졌다. 해마다 대학생 5-6천명이 졸업을 하는데, 제주도내에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그를 마음 아프게 했다.

"지역경제가 힘들구나.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겠구나. 경제가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에 집착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우리가 과연 20년 후에도 감귤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20년 후를 봐야 합니다. FTA가 개방되는데 제주도의 산업 중 무엇을 키워나갈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의 고민은 결국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제주, 그 중에서도 자연에 가장 가까운 '1차산업 가공품'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 제주마씸과 계약 체결...500여 개 제품 전국 유통

제주에서 생산되는 1차 산업 가공품들은 품질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지에서 제대로운 홍보가 이뤄지지 않다고 진단했다. 높은 평가를 얻는 제품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제품들도 많다고 했다.

'1차 산업 가공품'이라는 답을 풀어내기 위한 공식으로, 오 대표는 제주특산품 공동상표인 '제주마씸'을 택했다.

"제주의 우수한 농축수산 가공품들이 제주마씸을 통해 유통되고는 있는데, 홍보나 유통 방식이 미흡한 것 같습니다. 체계적으로 홍보해 나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계약 체결을 추진했습니다."

제주명품특산 홍보물을 들어 보이는 오인택 대표이사. <헤드라인제주>
오인택 대표이사가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향토음식점을 둘러보고 있는 오인택 대표이사. <헤드라인제주>

# "틈새시장 공략이 중요하죠...해외 수출도 생각"

모든 준비를 갖추긴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요즘 '틈새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유통매장과 홈쇼핑이 너무도 많은데 그 곳에서 제주 생산자들의 노력은 인정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유통마진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노력에 대한 과실을 대형유통매장에서 모두 가져가고 있어 문제입니다."

한라봉 한 상자에 4-5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지만, 대형유통매장에서 2-3만원을 부르면 생산자들은 싼 가격에 납품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오 대표는 대량 판매보다, 소량이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틈새시장을 확대하면서 적정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는 전략으로, 적은 양이라도 제 값에 팔아 생산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공무원들이 흔히 쓰는 말인 '신의와 성실'이 곁들여지면,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시장은 넓기 때문에 일단 육지 사람들과 신뢰가 쌓이면 좋은 결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나라 공략에 이어 '해외 수출'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오인택 대표이사가 제주명품특산에서 판매 중인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오인택 대표이사가 제주명품특산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명품특산에서 판매 중인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는 오인택 대표이사. <헤드라인제주>
영농조합법인 제주명품특산. <헤드라인제주>

# "특별법 빨리 통과되길...공무원들, 세계적 추세 연구해야"

공무원의 겉옷을 벗은 지 7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신의와 성실'이라는 말을 줄곧 쓰는 그의 말에서 아직도 공무원 티를 벗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요즘 제주도정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6개월 간의 도정을 평가한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우선 잘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홍보는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남아 있는 공무원들도 참 열심히 일하고 있고요."

말을 아끼고 아끼면서도, 특별자치도추진단장과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던 이 답게 '특별법'과 '제도개선'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단계 제도개선에 따른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언급했다.

"특별법 개정안에는 국제자유도시를 완성시키고 제주도민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제도개선 사항들이 2000개가 넘는다"는 그는 "가능한 빨리 특별법이 통과되어서 제주도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세계적 추세를 연구하면서 공직생활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오인택 대표이사가 제주현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후배 공직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해내겠습니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모범을 보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피력한 그는 "공무원이 퇴직 후 사업을 하면 잘 안된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에서 사업가로의 변신. 아직 사업의 성공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2의 인생 도전,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문의> 영농조합법인 제주명품특산(744-4900).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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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2011-01-22 21:46:12 | 175.***.***.72
대박나실 겁니다
마음이 고운 만큼 제주 1차산업 부흥시키리라믿오요
오실장님 힘내ㅛㅔ요

오호 ㅡ 2011-01-22 18:28:06 | 1.***.***.184
평소 존경은 해왔지만 오늘보니 댄쩡 멋지다

존경 2011-01-22 12:30:49 | 122.***.***.150
역시 공직사회의 지존답습니다
남자답게 그렇게 해야죠
눈 치보지않고 당당하게 사표던지고 새출발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CEO 변신 2011-01-22 10:20:39 | 49.***.***.60
오인택 실장님 힘내시고 사업 번창하세요
인자하신 마음 그대로 경영에서도 긴 안목의 큰 대업 이루시길 바래요

2의 인생 2011-01-22 08:58:12 | 49.***.***.2
하시는 사업 꼭 대박 나세요
오 실장님의 덕이라면 충분히 가능할거러 생각해요

멋진국장님 2011-01-21 11:16:37 | 112.***.***.32
항상 인자하신 국장님의모습이 눈에선합니다.
개업식은 몰라서 못갔지만 항상 성원하겠습니다.
파이팅

지나가다 2011-01-21 11:07:54 | 59.***.***.23
정말 멋집니다. 웬만한 용기없이는 감히 이런 도전 못할테죠.
오 실장은 역시 굿!

doll 2011-01-21 10:57:18 | 119.***.***.126
특별자치도 추진하면서 수고하셨읍니다 4단게개선안통과가?? 걱정이시죠?
신선한 명퇴용기에 감동.. 사업가로 성공하십시요 일자리창출하는 사회적기업
제주명품으로 제주1차산업가치도 올리고 할일이.. 맣지요? 신나게 하십시요
성공해서 후배공무원들에게 샘플이되면 사업하기좋은 제주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