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여론엔 '시큰둥', 정부 말엔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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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여론엔 '시큰둥', 정부 말엔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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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한라대학-관광대학 '등록금 동결'은 정부 요구 때문?

제주한라대학과 제주관광대학의 올해 등록금이 한 차례 인상 발표 끝에 12일 결국 동결됐다.

앞서 지난 5일 제주대학교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을 포함한 제주도내 4개 대학은 올해 등록금을 일제히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대와 한라대학, 관광대학은 4.9%, 산업정보대학은 2.9% 인상키로 했었다. 탐라대는 동결했다.

당시 제주도내 대학들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비율로 등록금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제주도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인상에 따른 뚜렷한 명분도 설명도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자세만을 보였기 때문. 학생회에서는 명분 없는 인상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발이 일어났다.

언론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제주도민들에게 등록금 인상 계획을 알리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민들과 학생들이 무슨 말을 해도 '3년 간 동결했으니, 올해는 올린다'는 입장을 굳게 지켰었다.

그런데 이틀 뒤인 7일 '나랏님'의 말 한마디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이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주요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일 뒤, 11일 관광대학과 한라대학은 등록금 인상안을 취소하고,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대와 산업정보대학은 아직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두 대학은 최근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에 따른 농촌경제의 악화,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고, 실제 속마음은 달랐다. 제주도내 전문대학의 등록금이 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취지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록금을 올려야 하지만 정부의 말에 따라 동결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정부 요구에 '척척' 응하는 대학의 모습이 엿보였다.

어찌됐든 두 대학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대로 결과는 '등록금 동결'로 매듭 지어졌다. 가계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의 요구에 앞서,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대학 스스로 등록금 동결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두 대학이 전문대학인 만큼 기술을 얻고자 다른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온다고는 하지만, 제주의 일부분임은 분명하다.

이번과 같이 제주도민의 여론에 귀를 닫은 채 정부의 말에만 귀 기울인다면 제주도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발전하기도, 나아기기도 힘들 수 밖에 없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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