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환자에 '메스'를 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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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환자에 '메스'를 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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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도서관 전면 휴관 지침..."누구를 위한 것?"

기자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말하련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거다.

기자이기에 앞서, 한 시민의 입장으로 봤을때 서귀포시가 공고한 이번 도서관 축소 운영지침은 분명 문제가 있는 처사다.

특히 휴관일마다 아예 손을 놓고 쉬겠다는 선포는 공공시설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공공시설이 무엇인가. 존재 이유는 오직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지 않은가. 그래서 피땀흘려 번 세금이 고스란히 시설 운영자금으로 투입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행정은 운영상의 효율성을 고려했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시민들을 위한 편의가 아닌 그네들을 위한 편의의 시책으로 갈아 엎었다.

도서관 운영자금의 소요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유, 솔직히 우스울 따름이다.

전면휴관 지침을 내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첫마디를 '경비절감 차원'이라고 대답한 서귀포시 직원. 얼마나 소요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렁이 담넘어가듯 슬쩍 화두를 옮겼다.

그러면서 열람실에 한명이 있건 두명이 있어도 항상 냉방이나 난방을 고려해야 하는 바람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투입되는 예산 소요가 많을 수는 있겠지만, 해결 방법이 엇나갔다.

냉방비? 난방비? 넉넉잡고 1억이라 치자. 아주 넉넉잡아서 10억도 좋고 20억도 좋다. 이 돈이 그리 아까운 돈일까?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시내권에서는 교통이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해마다 수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누구 하나 딴지를 걸지 않는다. 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이기 때문이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이용자가 적은 날은 운행하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교대상이 운행수단이기 때문에 알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다른 예를 들어보자.

현재 제주도내에 중구난방 지어진 공공건물들에 의한 적자는 수백억대에 이른다.

이미 알만한 이들은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최근 지은 문화관련 건물의 운영비용이나 야간 관광명소로 육성하겠다고 야심차게 조성한 모 공원은 매년 수백억대의 적자에 휘청거리고 있다.

무엇을 먼저 개선해야 하는 것일까? 행정은 위중한 중환자를 제쳐놓고, 비교적 증세가 가벼운 감기환자를 수술대 위에 눕히고서는 메스를 들고있다.

서귀포시의 안일한 대응도 썩 마뜩치 않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몇몇 시민들은 줄기차게 항의하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 홈페이지 인터넷신문고에는 연신 항의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의 답변은 일관됐다. '답변내용은 OO번 답변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OO번 답변은 효율성 문제때문에 전면 휴관하게 됐다는 위에서 밝힌 변명과 같은 내용이다.

효율성이 문제가 있다는 질문에도, 휴관일 이용자수가 적은 것은 도서관이 운영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라는 질문에도, 이용자의 많고 적음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질문에도 똑같은 답변이다.

엎질러진 물이라고 슬그머니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이 글을 본 서귀포시 담당자는 또 똑같은 대답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OO글을 참고하세요'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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