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시장의 '불편한 진실'..."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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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시장의 '불편한 진실'..."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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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비상품 감귤판매 들통...'나 하나쯤' 아니잖아요

예견된 일이었을까.

최근 모 방송사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비상품 1번과가 시중에서 남몰래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제주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당일날 함께 방송된 무농약.무공해 감귤이라고 속여 판 '파치'의 경우 변명의 여지가 없는 비양심 농가의 온상이지만, 1번과 판매의 경우 기형적 유통구조를 낳을 수 밖에 없었던 제주도 감귤농가의 형편상 발생한 일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제주도는 크기 51mm미만의 작은 감귤은 1번과로 분류하고, 판매할 수 없는 과실로 규제하는 조례를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감귤의 크기에 따라 1번과부터 9번과까지 분류해 가장 작은 1번과와 가장 큰 9번과는 시중에 유통할 수 없도록 만든 것.

그러나, 비상품 감귤로 묶어놓아도 1번과와 9번과는 다양한 편법을 통해 유통시장을 종횡무진했다. 특히 상당수의 감귤이 한꺼번에 운송되는 구조상 단속반이 일일이 박스를 뜯으며 확인하지 못해 좋게좋게 넘어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괜히 밝혀지면 불편하기만 한 내용이라 함구하고 있었을 뿐 농가나 농업단체 사이에서는 이미 상당수가 이러한 유통구조를 보여왔다.

지난해 중순께 제주도 감귤출하연합회를 중심으로 일었던 1번과 상품 허용을 위한 청원도 이 같은 맥락으로 벌어진 일이다. 어차피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왕이면 떳떳하게 판매케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익히 알려지다시피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올해 같은 경우 워낙 출하량이 적었기 때문에 1번과가 풀려도 그나마 큰 타격을 입지 않는데, 출하량이 많아지는 해가 되면 떨어지는 감귤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특히 해거리 현상으로 인해 적은 출하량을 기록했던 올해 출하를 지나 다음해의 경우는 감귤 출하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이 같은 내부적인 규칙을 어길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부분은 물량이 넘쳐나며 곤두박질 치는 감귤 가격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같은 가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100원에 10개를 파는 것과 200원에 5개를 파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누가 보더라도 감귤 10개를 파는 것 보다 5개를 파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줄어든다.

물량 조절에 있어서 추후 더 좋은 방안이 나올 수도 있는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금같은 조례로 규제하는 것이 최선인 듯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생각을 감귤농가가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데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시골에서 몇 십년간 농사를 짓는 노인들의 경우 이러저러한 사정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지어오던 감귤농사. 갑자기 멀쩡한 감귤을 자기네들끼리 만들어 놓은 제약으로 모두 가공용품으로 넘기거나 묻어버리라 하니 뿔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먹던 할꺼난 내붑써."라고 쿨하게 말하며 택배나 중계유통 상인에 의해 반출되는 경우가 허다해 진다. 결국 1번과 유통 구조의 해결책은 농가의 자구적인 해결 의지가 보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행정에서 떠들어본다 한들 농가 스스로 전반적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면 또 반복될 사안일 뿐이다.

타 지방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이해하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해할 이유도 없다. 그들에게 감귤은 판매용과 판매금지용으로만 나뉘어 질뿐 맛이나 가격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가뜩이나 여러가지 문제로 시끌시끌한 제주도 여러 특산물의 시장이 이번 일로 인해 더 위축되지는 않을까 도민사회의 걱정이 앞서고 있다.

'나 하나쯤' 생각을 버리고, 한 뜻으로 올바른 시장 구조를 만들어 가는 일은 아직도 요원한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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